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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넷 Sep 20. 2020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사랑에도 노력이 필요할까?

 돌이켜보면 이렇다 할 취미 하나 없는 삶이었다. 채움 없는 속은 텅 비어 있기 일수였고, 결핍을 채우고자 늘 관계에 의존했다. 수많은 관계 맺음 속에서 연애는 나에게 특별했다. 인간관계라는 것이 시행착오 속에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숙성되어 가는 것이지만, 연애에서 만큼은 일말의 흠결도 용납되지 않았다. 나에게 있어 연애는 완벽하고 완전해야 했다.

 친구를 사귈 때 ‘오늘부터 넌 내 베프야’라는 선언과 함께 각별한 사이가 된 경우는 없었다. 그저 오랜 시간 수많은 추억을 공유하고, 여러 갈등 상황들을 극복해 나가다 보니, 시나브로 없어선 안 될 베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연애를 할 땐 ‘오늘부터 넌 내 애인이야’라는 선언과 함께 관계에서 거쳐야 할 수많은 호흡들을 건너뛰게 되었다. 이 세상 어딘가엔 나의 연애관과 일치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란 믿음으로, 연애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시행착오를 견디지 못했다. 슈퍼 마리오 게임을 하면서 생명을 하나도 잃지 않고 모든 퀘스트를 깨리라 마음먹었던 어린 시절처럼, 연애 관계에서 큰 다툼이 생길 때면 이번 판은 망했다는 자조와 함께 모든 의욕을 상실했다.

 그렇게 비슷한 패턴의 관계가 지속된 끝에 이 세상 어디에도 나의 기대와 일치하는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다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변해 갈 수 있는 사람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여태껏 나는 상대방을 위해 나를 변화시킬 용기가 없어, ‘운명’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 도망치기 급급했을 만큼 비겁했다. (어쩌면 미디어로부터 주입된 그릇된 연애 판타지의 폐해일 수도 있었겠다.) ‘관계’가 결여된 연애 놀이의 결말은 더욱 큰 공허함이었다. 아무런 노력 없이 완벽한 연애를 꿈꾸는 것은 로또 당첨을 바라는 것만큼이나 허황된 것이었다. 결국 완전한 관계를 지향한다면, 소중한 관계를 지키려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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