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오래된 제본기에서 난 약간은 시끄러운 경고음
내가 어느 회사에 가건 해야 했던 (하는) 일은 정보를 수집해서 해당 산업이 변화하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해서 이를 상부에 알리고, 경영진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잘 움직이시지는 않는다. ㅡㅡ 그저 하던 일만 하려들 하신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중 가장 중요한 건 정보를 읽어내는 일이다.
그래서 지난 3주일간 읽고 또 읽는다.
그런데 그냥 읽으면 재미가 없으니 약간의 재미를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읽는 리포트들을 책으로 묶는.. 그런 소소한 재미 말이다.
그래서 난 사진과 같이 프린트물을 책으로 제본하는 걸 좋아하고, 제본기계를 사랑한다.
▼ 오늘도 여지없이 그런 재미를 위해 프린트물을 제본한다.
제본을 하면 왠지 잘 읽힌다. 드르륵 드르륵 종이에 구멍을 뚫는다... 나의 손놀림도 경쾌하다.
순간 갑자기 제본기에서 당돌하고 억지스럽고 빚쟁이의 독촉과도 같은 소리가 들린다.
소리는 대충 이렇다.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ㅡㅡ""
참고로 입사 4주 차라서 난 이 기계의 속성을 모른다.
큰 경고음에 놀라 있는 나를 보고는 옆에 있던 상냥한 대리님께서 구멍 뚫을 때 생긴 종이가 제본기에 차서 나는 소리라며 문제를 해결해 준다. ㅡㅡ"""
아니 그래두 그렇지 삐이이이이이이..익 이라니.. 나도 이런 소리를 듣지 않을 권리는 있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다시 생각을 한다. 이런 소리가 아니라 멜로디라면 이렇게까지 마음이 상하지는 않으련만.. 예컨대 종이를 비워야 할 때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의 멜로디가 나온다면 다시 손놀림도 경쾌하게 종이를 비울 것을..
▼ 이런 문제를 조금씩이나마 해결하기 위해 일본에선 역에서 기차가 발차할 때 재밌는 멜로디를 울리는 경우가 있다.
도쿄의 다카타노바바역의 멜로디는 '철완 아톰'이다. 이유는 아톰을 그리신 테즈카 오사무 화백의 사무실, 테즈카 프로덕션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고, 애니메이션 상 아톰이 탄생하게 된 장소가 다카타노바바였기 때문이다.
▼ 예를 들어 광화문역에 지하철이 들어올 때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안전선..'이라는 안내방송과 함께 '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 가슴 깊이 그리워지면~~'
이라는 멜로디가 나온다면.. 그리고 그때가 오월이라면 열차를 타는 승객의 발걸음은 더욱 가벼워질 것이 아닌가? ^^
차에서 울리는 크랙션 소리도.. 멜로디로..
라는 생각을 할 때쯤 이제 빨리 리포트들을 읽어야 내 보고서를 쓰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빨리 써야 내일 바다식당에 친구들을 만나러 가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리포트들을 읽는다.
그리고는 다시 생각한다.
삐이이이이이이이익 이 머람?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익이? ㅡㅡ"""
By 켄 in 신촌 ('15년 4월 8일)
高田馬場駅発車メロディー: https://youtu.be/0YUtWT2j_5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