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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terday, you said tomorrow

#05. 내일이라는 이름의 주문

by Kenin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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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의 토토로 ('88년작)'는 50년대 후반 일본을 배경으로 대학교수 아빠와 몸이 아픈 엄마를 둔 두 여자아이 '사츠키'와 '메이'의 모험에 대한 이야기다.

▼ 난 이 애니메이션을 고등학교 때 처음 봤다.


어린아이들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이어서 유치할 것 같기도 하지만 난 비디오 시절부터 이 애니를 조카들에게 보여주기도 했고, 내 아이에게 보여주기도 하면서 벌써 세월은 27년이 흘렀나 보다.

내가 맏이라서 그런지 난 언니인 사츠키의 마음이 잘 이해됐었다.


동생을 잘 챙겨야 한다는 마음이고, 그래서인지 사츠키는 어리지만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비가 오는 날 불상이 있는 곳에 비를 피하러 가서는 말한다.


"부처님, 잠시 비를 피하게 해주세요." 난 그런 그 아이가 참 대견하고 좋았다.

▼ 몸이 아프신 엄마를 만나러 시치코쿠야마병원에 갔을 때 엄마는 사츠키의 머리를 빗어주면서 머릿결이 거칠다고 하신다.


동생 메이는 "나도, 나도."하며 엄마에게 머리를 빗어달라고 말하지만 사츠키는 순서가 있다고 말한다. 오랜만에 엄마와 보내는 시간은 달콤했고 엄마는 병이 나아가고 있어 곧 퇴원을 할 거라는 말을 한다.


기쁜 마음에 동생 메이는 말한다. "그럼 내일 퇴원하는 거야?" 언니인 사츠키는 또 메이의 내일 타령이 시작됐다고 웃는다. 메이는 당시 4살이었다.

▼ 얘기가 갑자기 바뀌지만 사츠키와 메이가 사는 집을 보면서 난 감탄했었다.


어쩌면 저렇게 이쁜 집을 생각했을까? 뭘 보고 저런 집을 구상했을까? 답은 의외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런 집이 사실은 있었던 것이다. 미야자키 감독은 자신의 애니메이션에 사용할 장소를 보며 오늘을 살았던 것 아닐까는 생각을 해봤다.


▼ 살면서 우리는 자주 내일이라는 얘기를 한다. 일을 하다가도 내일이라고 한다.


친구와 약속이 있어도 다음에라고 한다.


그런데 꼬마 아가씨 메이라면 모를까 내일이 가지는 의미가 영원히 안 한다는 의미인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내일'이라는 주문은 별로 큰 효험이 없다는 것도 우리는 매우 잘 알고 있다.

미야자키 감독이 그렇게 치열한 오늘을 보내지 않고, 내일을 보고 있었다면 이렇게 이쁜 애니메이션이 생겨날 수 있었을까?


영어로는 'Yesterday, you said tomorrow.'라고 한다. 직역하자면 '어제 넌 내일이라고 했어'가 되겠다.


우린 꼬마 아가씨 메이가 아니니 더 이상 내일 타령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오늘의 내 생각이다.

▼ 이제 곧 5월이다. 1년도 3분의 1이 지나간다.


5월에는 내일이 됐을 때 어제 내일이라고 하는 일이 없길 바라는 오늘을 보내고 있다는 얘기다.

(조금 헛갈리는 얘기지만 계산 잘 하자~~^^)


참고로 사츠키는 일본말로 음력 5월을 의미하고, 메이는 영어로 5월을 의미한다.


이 두 아이의 이름은 모두 '오월이'인 셈이다.

By 켄 in 신촌 ('15년 4월 28일 화)

https://youtu.be/d73oIfdVy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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