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거기 알렉스라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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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파래서 어디론가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지만 당산동에 와서 강의를 듣는다. 참 좋은 날씨다.
▼ 모 대학병원 해외사업 담당께서 강의를 하신다.
병원사업을 해외에서 진행할 때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를 하며 자신이 외국 출장을 다닐 때의 겪은 경험담을 말한다.
사실 이 강의의 목적은 해외에서 병원사업을 하는 경우 어떤 식으로 수익을 낼 것이냐 등을 논의하는 것이어서 귀를 쫑긋 세우고 강의를 듣는다.
강사님께서 말씀하신다.
"북경시가 어마어마하게 큰데요... (중략) 거기 알렉스라고 있는데요.
제가 부탁했어요. 거기 건물 2층을 다 달라고 했습니다.
규모가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강사님.... ㅡㅡ;;;)
문득 엄마와의 대화가 생각난다.
엄마: 그 왜 빼싹 마른 미국 배우 있잖니.. 안경 끼고..
나: 누구?
엄마: 그 왜 마르고 백인 배우.. 전쟁영화에 나오고..
나: 윌리엄 데포?
엄마: 그래.. 윌리엄 데포
나: (...... 엄마... ㅡㅡ;;;)
물론 이렇게 간단히 알아맞히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다.
▼ 강의를 하시는 분께서 '어마어마'하다고 하시면 어마어마해서 얼마나 큰 건지..
알렉스는 어느 조직에서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 건지..
(사실 오늘 알렉스라고 한 거다. 우리나라 아저씨들은 이름을 바꿔가며 있다고 하신다. 거기 스티브라고 있어.. 거기 지미라고 있어.. 등등 ㅎㅎ 지미.. ㅡㅡ)
2층을 다 사겠다고 한 건지.. 임대를 한다는 건지..
그 정도 돼야 한다면 그게 어느 정도인 건지..
를 말씀해주시지 않으면 그와 수강생의 대화는 엄마와 나의 대화와 같이 되는 것이다.
▼ '그 뿔테 안경을 쓴 여가수'는 이선희가 되고,
'그 나이 든 흑인 코미디언'은 빌 코스비가 되고,
'그 독일의 유명한 차'가 볼보가 되는
스피드 퀴즈의 세상은 엄마와의 대화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 아닐까는 생각을 해본다.
(이 와중이라 말은 못했지만 볼보는 이제 중국차다. 예전엔 스웨덴 차였고…)
그건 그렇고.. 참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게 만드는 하늘이다. ^^
By 켄 in 당산동 ('15년 4월 24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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