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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다고 생각했을 때는 정말 늦은 건가?

#06. 우리가 경도 1도마다 4분씩 잃었을지도 모를 가능성

by Kenin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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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긴 연휴가가 찾아왔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정신없이 현안을 해결하던 때와는 달리 이 생각 저 생각을 떠올리며 뒹굴거린다. 이런 여유가 참 좋다.

오랜만에 만난 한 친구가 최근에 사이클을 시작했는데 재미에 푹 빠져서는 말한다.


"더 일찍 이런 느낌을 알았다면 훨씬 좋았을 텐데.. 늦게 시작한 게 아쉬워."


그의 얘기를 들으며 사이클이 그렇게 좋구나.. 생각한다.

▼ 일본은 고등학교 입시가 있어서 중학교 때도 입시학원에 다닌다.


나도 중학교 때 입시학원을 다녔었는데 문득 입시를 2-3달 앞둔 시기에 그 학원의 익살스러운 유명 영어 강사가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그 선생님은 "여러분, 이 시기에 문제를 풀다가 모르는 게 나오면 '아... 나는 이제껏 뭘 하고 있었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러는 거 아니에요. ㅎㅎㅎ 지금이라도 문제를 알았으니 다행 다행~~ 이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늦지 않았어요."라고 하셨다


우리가 국민학교 때 읽었던 '80일간의 세계일주'를 보면 주인공 포그 씨는 은행강도들의 도주로라고 추정되는 런던에서 수에즈 운하를 거처 인도로 넘어가서 인도 대륙을 건너 홍콩을 지나 요코하마로 빠져 샌프란을 찍고, 미 대륙을 건너 뉴욕을 지나 런던으로 오는 여정을 80일 내에 수행한다는 내기를 건다.


포그 씨가 런던에 도착한 것은 5분 늦게였는데 포그 씨 일행의 여행경로가 동쪽 방향이어서 여행 끝에 하루를 벌어 결국 2초 전에 약속 장소에 슬라이딩하듯 들어가서 내기에 이긴다는 약간은 셋업이 심한 내용되겠다.


▼ 사실 포그 씨가 런던에 5분 늦게 도착한 것을 감안했을 때 도착 시간은 전날 오전 8시 50분이다.


포그 씨 일행이 런던에 하루 일찍 도착했다는 사실을 안 것은 다음날 오전 8시 35분이니까.. 포그 씨가 일찍 도착하고도 허무하게 보낸 시간은 대략 23시간 45분이나 되는 셈이다.


다행히도 포그 씨 일행은 10분 전에 이를 알아차리고 약속 장소인 리폼 클럽에 2초 전에 도착한다.

다시 말하자면 23시간 55분의 여유가 있었지만 10분 전에서야 일찍 도착했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이니..


결국 이미 무언가에 늦었다는 결론을 내리기 전에 우리는 한 번쯤 우리가 포그 씨처럼 계속 동쪽으로만 온 것은 아닌지를 살펴봐야 하는 것 아닐까는 생각을 해본다.

만약 우리가 계속 동쪽으로만 왔었다면 날짜변경선을 넘었다는 계산이 되고, 그렇다면 포그 씨가 내기에서 이겼듯 하루 먼저 도착해 있는 상태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러니 늦었다는 생각이 들면 Don't worry Be happy라는 곡을 들으며 우리가 그간 경도를 1도씩 움직일 때마다 4분씩 남겨두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보자.


그게 포그 씨가 내기에 이긴 전략적 포인트 아니겠느냐?


By 켄 in 신촌 ('15년 5월 1일)


YouTube에서 'Don't Worry Be Happy | Playing For Change' 보기
https://youtu.be/uWXUWepSak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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