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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insing Jul 12. 2017

테헤란 북동부로 떠난 출장 1부

#24. 꿈속에 보는 미안칼레히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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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the King take pleasure in his servant, grant that he may kiss his shoulders."

"왕께서 그의 신하 (요리사로 변신한 아리만, 악마, 자기 자신을 가리킴)가 마음에 드신다면 제가 어깨에 키스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소서."

Now Zohak, who feared no evil, granted the request, and Ahriman kissed him on his shoulders. And when he had done so, the ground opened beneath his feet and covered the cook, so that all men present were amazed thereat.

어떤 악도 두려워하지 않는 조하크 (왕)가 그의 요청을 받아들이자 아리만 (요리사로 변신한 악마) 은 그의 어깨에 키스를 했다.

그러자 다리 아래의 땅이 열리며 요리사를 감쌌고, 모든 사람들은 위협을 느끼며 깜짝 놀랐다.

But from his kiss sprang hissing serpents, venomous and black; and the King was afraid, and desired that they should be cut off from the root.
But as often as the snakes were cut down did they grow again, and in vain the wise men and physicians cast about for a remedy.
Then Ahriman came once again disguised as a learned man, and was led before Zohak, and he spake, saying-

그리고 그가 키스한 곳에서는 기분 나쁜 소리를 내는 검은 독사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왕은 이를 두려워하며 그 뿌리를 자르려고 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뱀은 다시 자라났고, 현자와 의사의 치료법은 모두 소용이 없었다.
아리만이 다시 현자로 변신하여 조하크 앞에 나타나 말했다.

"This ill cannot be healed, neither can the serpents be uprooted. Prepare food for them, therefore, that they may be fed, and give unto them for nourishment the brains of men, for perchance this may destroy them."

"이 병은 치료할 수도 없고, 뱀을 뿌리째 뽑을 수도 없습니다.
차라리 뱀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 낫겠습니다. 뱀을 위한 음식을 준비하소서.
사람의 뇌를 자양분으로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면 아마도 뱀을 없앨 수도 있겠습니다."

샤나메 Shahnameh (왕들의 책, 정확한 발음은 샤흐나메흐)
저자: Ferdowsi 페르도시 9세기 페르시아의 시성(詩聖)
영문번역: Helen Zimmern 19세기 영국의 번역가


이른 새벽부터 다시 길을 떠난다.

테헤란에서 아몰이라는 카스피해변의 도시까지 가는 여정인데 카스피해 연안은 러시아나 다른 국가로부터 원재료를 수입할 수 있는 곳이어서 다양한 산업재 공장이 그곳에 있다.

오래된 정부회사여서 외국자본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 미팅의 이유였고, 이런 논의를 하자는 것은 매우 유익한 일이어서 주저없이 아몰에 있는 공장을 방문하겠다고 말하고 떠난다.

사실 목요일이란 페르시아인들에게는 우리의 토요일과 같아서 전체 인구의 약 70%는 반나절 일하고, 나머지는 우리와 같이 논다. 나도 페르시아 룰에 따라 반나절 일하는 셈치고 길을 떠난다.

마음 속엔 카스피해 어딘가 있는 또 다른 습지를 가보겠다는 생각으로 나선다. 

미안칼레히.. 미안칼레히.. 아주 유명한 습지여서 많은 새들이 오는 곳이라고 한다.

그곳을 마음 속으로 그린다.


▼ 물류가 막혀 있는 내륙부에서 산업의 발전을 보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내륙부는 물류에 대한 자유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산업 발전에 대한 우선 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곳에 산업이 발전하는 것은 지도를 조금 크게 늘려 본다면 어렵지 않게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카스피해는 북으로는 러시아, 서로는 아제르바이잔, 동으로는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이 접해 있는 세계 최대의 호수로 이란은 카스피해 남쪽에 접해 있다.

러시아의 아스트라한은 볼가강의 하구로 미국으로 보면 미시시피강의 하구에 있는 루이지애나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물류의 관점으로 보자면 러시아 내지에서 생산되는 각종 원자재/원료들이 볼가강을 따라 내려와 아스트라한에 도착하게 되고, 아스트라한을 중심으로 카스피해 방면의 비즈니스가 시작되는 이미지다.

다만 미시시피강과 볼가강의 다른 점은 미시시피강은 1970년대 후반에 강이 얼어 물류가 마비된 적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는 정도지만 볼가강은 겨울이 오면 4-6개월간 얼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스트라한은 1년에 대략 6개월 정도 써먹을 수 있는 원재료 공급책이라고 생각하면 편하고, 미시시피강의 루이지애나에 비교할 수 없게 된다.   

▼ 새벽같이 테헤란 북동부로 차를 달린다. 1시간쯤 가다보니 슬슬 산악지대가 나온다. 77번 국도를 따라 Damavand 다마반드 산을 우회하는 길에 접어든다.
Abali 아발리라는 도시를 지나면서 산에서 구름이 쏟아져 내린다.

이미 테헤란의 고도가 해발 1,100m를 넘기 때문에 그보다 더 높은 곳인 이곳부터는 귀가 먹먹하기 시작하지만 산에서 흘러내리는 듯한 구름을 보면서 정신없이 사진을 찍어댄다.


멀리 다마반드산의 만년설을 보면서 계속 북동쪽으로 이동한다.
구름을 지나 계속 북진하면 모샤 Mosha라는 작은 도시부터는 슬슬 Damavand 다마반드 산 근처에 오게 되고, 폴로우르 Polour 쯤에 도착하면 완연히 다마반드 산의 영향권에 접어들게 된다.

폴로우르는 다마반드산 (해발 5,510m)에 오르기 위한 첫번째 베이스 캠프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해발 2,270m에 위치하는 곳이니 저 산을 오른다는 것은 해발 기준으로 약 3,200m를 올라야 하는 것이다.

폴로우르에 도착했을 때 쯤 벌써 떠난지 2시간 가량이 지난 상태였고, 어딘가에서 커피 한잔 하며 아침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근처 식당에 들렀다.


▼ 식당을 선전하기 위해서인지 선전하러 Stop 패킷을 들고 서 있는 사람의 언 몸을 녹이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겨운 불꽃이 피워져 있다.

커피를 주문하고, 가볍게 오믈렛을 주문한다.
주문을 받는 이는 치즈나 버터는 필요없느냐는 둥 벌꿀을 어떻냐는 둥 페르시아 상인이 물건 팔 때처럼 고객에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알리려 한다.

조금 있으니 커피와 함께 눈 (여기에선 난이라고 부르지 않고 눈이라고 부른다.)을 내온다.

눈이라는 음식의 좋은 점은 부드러운 부분과 바삭한 부분이 함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부드러운 부분은 고기나 생선과 함께 먹으면 좋고, 바삭한 부분에는 치즈나 벌꿀을 발라서 먹는 것이 제 맛이다. 


▼ 식당에는 이른 아침이지만 목요일 아침 (우리로 말하자면 토요일 아침)을 즐기려고 온 가족들과 약간의 나이가 지긋한 친구들의 모임을 하려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그들은 자주 볼 수 없는 동양인 한 사람을 보면서 제각기 각자의 방식으로 인사를 한다.

어떤 사람은 눈을 응시하면서 빙그레 웃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가볍게 목례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에게는 그저 자신들의 일상에 쳐들어온 약간은 이질적인 무언가일테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그것을 받아 넘긴다. 


나이가 지긋한 친구들의 모임을 하는 분들은 서로의 안부를 전하는데 여념이 없다. 


"하지드씨 댁 장남이 지난 주 결혼을 했다네."

"그 아이가 벌써 그럴 나이가 됐는가?"

"그러게나 말일쎄. 아주 어릴 때 본 기억밖에 없는데 말이네."

"얼른 이쪽으로 앉게나. 여기 주문 좀 받아주세요."



뭐 그런 종류의 대화일 것이다. 


▼ 아주 맛이 있는 커피가 아닌 인스턴트 커피다. 

그리고는 오믈렛을 가져온다. 빨간색 오믈렛이다. 


"빨간색 오믈렛이라구?"
"네, 우린 그렇게 먹어요. 토마토가 들어가죠."
"그래도 오믈렛이잖아? 오믈렛은 노란색이라구."
"글쎄요. 오믈렛이 뭔데요? 계란에 먹고 싶은 것을 넣어서 요리하면 그게 오믈렛이잖아요.(웃음)"
"그렇긴 하지만..."


이 약간은 음산하기까지 한 색깔을 한 오믈렛을 포크로 살짝 떠서 먹어 본다. 


맛있다!!

아니, 굉장히 맛있다!!


게다가 유제품이 풍부한 이 나라의 버터와 치즈는 선진국 못지 않은 질을 자랑하는 것이었고, 벌꿀은 마치 벌통에서 그대로 내린 것 같이 질이 좋았다. (참고로 이 벌꿀은 그다지 바쁘지 않은지 슬퍼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


호두도 살아 있었다.


눈을 뜯어 거기에 약간의 치즈나 버터를 바르고, 빨간 오믈렛을 조금 떠서 얹은 후 마치 쌈을 싸서 먹듯 먹으면 아주 조화로운 맛이 난다. 살아있는 식재료로 만들어진 음식과 함께 먹는 커피라서 그런지 인스턴트 커피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 왕의 밥상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문득 옛 기억이 떠오른다. 

엄마는 항상 외국에 있는 삼촌에게 인스턴트 커피를 보내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삼촌은 커피를 병에서 분리해서 작은 지퍼백에 담아 여러 병을 가지고 오시곤 했다. 

그리고 우린 그 커피를 매우 맛있게 먹었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그랬었다. 

지금은 정말 풍요로운 나라에서 살고 있어 다들 인스턴트 커피 따위는 거들떠 보지도 않지만 말이다. 


▼ 아침을 든든히 먹고는 다시 길을 나선다. 계산대로 가서 계산을 한다. 

75만 레알.. 그러니까 2만7천원이다. 세사람이 배부르게 맛난 아침을 먹고 3만원도 채 내지 않았다. 


물론 이곳 물가로 보면 싼 가격은 아니지만 이곳은 해발 2천미터가 넘는 곳이라서 식재료 운송에도 추가적인 비용이 들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만약 이런 분위기에 이런 양질의 아침을 먹을 수만 있다면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다마반드 산 언저리 도시까지 두시간 운전해서 먹고 다시 테헤란으로 돌아 온다고 하더라도 난 그럴 용의가 있을 정도로 멋진 아침 식사였다.


▼ 아침을 먹고는 다시 길을 서두른다.

이곳의 기온은 영상 6-7도이고, 날씨로 보자면 가을날씨다.
다마반드산으로부터 시작된 작은 물줄기는 아몰까지 이르는 Haraz 하라즈 강을 이루는데 그 강은 마치 훅 불면 끊어질 것과 같은 규모의 강이다.

안쓰럽게 명맥을 유지하면서 흐르는 강이지만 그 강이 150km나 이어지면서 그 주위에 식물이 자라게 하고, 그렇게 자라난 식물들이 가을을 맞이해서 단풍이 든 것이다.

결국 세상 어딜 가든 환경이 같으면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아주 단순한 진리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게다가 약 60가구가 부락을 이루고 있는 Shangoldeh 샨골데흐 마을의 알록달록한 지붕은 울긋불긋한 단풍과 매우 좋은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 아침 9시경에는 공장을 방문해서 미팅을 해야 하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슬슬 속도를 내야할 시간이었고, 아몰까지 단숨에 달려갈 기세로 달리기 시작한다.

차는 아마반드산의 산세에서 벗어나 하라즈 강의 하구로 향한다. 산에서 벗어나자 시야가 확보되서 그런지 구름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구름의 규모가 심상치 않다.

게다가 어젯밤엔 밤새 비바람이 몰아쳤던 터라 주위에 지저분한 먼지를 모두 날려벼린듯 했다. 

이제는 중천을 향하고 있는 태양이 푸른 하늘을 밝히기 시작했고, 어제 비바람을 내리다만 구름들이 하늘 곳곳을 차지하고 있었다.

구름의 규모는 정말 심상치 않았다.


▼ 저 구름을 따라 어디로든지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긴 했지만 테헤란 북동부의 아몰이라는 도시로 온 것은 엄연히 현지의 생산공장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이때까지도 미팅을 마치고 어디로 가야할지 정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마음은 느긋했다.

이미 카스피해 근처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저 하늘의 구름은 가슴 한구석에 잠시 담아두고, 오늘 이곳에 온 목적을 같이 간 현지 직원에게 다시 리뷰를 하고는 공장에서의 미팅을 준비했다.

그렇게 테헤란을 떠나 4시간반을 달려 우리 일행은 아몰에 도착해서 무사히 공장을 찾을 수 있었다.

(계속)

By 켄 in 아몰 ('16년 11월 5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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