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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insing May 27. 2018

웃어요, 마음이 아프더라도…

#17. 한 여름에 떠난 이란 출장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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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를 켜고, 보고서를 정리한다. 


라디오에서는 구슬픈 가락이 흘러나온다. 

구슬픈 가락은 왠지 '다 괜찮다'는 말을 하는 듯하다. 
라디오 볼륨을 높이고 얼른 Shazam을 열어 무슨 곡인지 확인한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 ('36년작)'에 나온 Smile이라는 곡이구나...

▼ 몇 번인가 말했지만 라디오는 마물이어서 사람을 흔드는 경우가 있다. 새벽 2시가 다 돼서 흐르는 Smile이라는 곡은 어딘가 사람을 격려하는 힘이 있었다. 

이 곡은 모던 타임스의 마지막 장면에 채플린이 집 없는 소녀를 데리고 웃으며 정처 없이 떠나는 장면에 나오는 곡이다. 

웃어요.
마음이 아프더라도

웃어요.
마음이 부서지더라도

하늘에 구름이 떠 있을 땐 그저 살면 되는 거죠. 

두려움과 슬픔 속에서도 웃는다면 
아마도 내일은 태양이 당신을 위해 빛날 거예요. 

사실 웃으라는 말은 슬픈 사람이나 쓸쓸해하는 사람에게 해야 하는 말이기 때문에 더 가슴이 아프다. 

지난 2주일 동안 우리나라에서 멀리 떨어진 나라에 와서 일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정이 들었나 보다. 

우리와 함께 2주일 일정을 같이 하던 드라이버 레자는 내일 우리가 이곳을 떠난다는 말을 들으며 그냥 같이 여기 있으면 안 되냐고 묻는다. 

어딜 가건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 정을 나누어 주고, 어딜 가건 우리는 그 정을 끊고 다시 떠나야 할 때가 온다. 

▼ 한 친구가 나에게 말한다. 너는 다정도 병이라고… 

함께 할 때만큼은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주는 타입의 인간인지라


그런데 뭐 그게 그리 자랑할만한 일은 아닌 듯하다. 

정을 받은 사람도 정을 준 사람도 서로 헤어져야 할 때가 오면 허전하고 쓸쓸하게 마련이다. 


아마 그럴 때를 대비해서 찰리 채플린은 우리에게 이런 멋진 곡을 소개했는지도 모르겠다. 


모던 타임스의 그 장면에서 찰리 채플린은 집 없는 소녀에게 그리고 우리들에게 웃으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이건 우리의 상황이건 여간해서는 쉽게 웃을 수 없다는 것을 우린 너무나도 잘 안다. 


그렇지만 지금은 웃고 다음을 기약해야 Smile이라는 곡이 노래하듯 밝은 태양은 우리를 위해서 빛나는 것이 아닐까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모던 타임스의 Smile이라는 곡을 만약 우리말로 번역한다면 '미소', '웃어요'가 되면 안 된다. 

이 곡을 번역한다면 '그래, 웃자.', 혹은 ' 슬프더라도 웃어요.'쯤이 되어야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슬픈 사람, 쓸쓸한 사람, 그리고 마음이 아픈 사람이란 행복했던 사람이다.


기쁘게 해줬던 일이 있었으니 슬픈 것이고, 사랑해 줬던 뭔가가 있었으니 쓸쓸한 것이고, 편안한 것이 무언지 알기 때문에 아픈 것이니 말이다.

자, 그럼 그런 기쁨과 사랑과 편안함을 잃었다면 이제 다시 그것들을 새로 찾아 나서야 하니 울 겨를이 없다는 거다. 노래에서도 말한다. 

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그래서 웃어야 하고 웃을 수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니까 이렇게 2주일간 정이 들게 된 곳을 떠난다고 하더라도 쓸쓸해하지 말고, 앞으로 더욱 정이 들 곳이나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말고 웃으라는 얘기다.

그러니 찰리는 얼마나 좋은 곡을 우리에게 준 거냔 말이다.

그것도 80년이나 전에 말이다.

By 켄 in 테헤란 마지막 날 ('16년 8월 18일)

https://youtu.be/_0m3fRKP9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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