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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insing May 29. 2018

고산지대로 간 휴가같은 이란 출장

#36. '나 그대만을 생각해' in 테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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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부담스러운 햇빛을 받으며 테헤란 북부의 바볼 Babol이라는 도시로 향한다. 

늘 카스피해로 가던 익숙한 길을 택해 다마반드산을 경유하는 길로 차를 움직인다.



▼ 이 길을 지나며 들르는 이 식당은 다마반드산이 코앞에 보이는 곳인데 지난번엔 안개 때문에 산은 아예 볼 수 없었던 모양이다. 

역시 사람이란 건 자신에게 보이는 만큼만 보고 사는가 보다.

지난 11월에 오고 이번에 왔으니 거의 만 9개월 만에 이 식당에 온다. 

다마반드 산자락의 추운 산 기운 (체감상 늦가을 날씨)과 석유스토브의 석유 냄새가 섞여 크리스마스를 생각나게 한다.

이슬람 국가에서 크리스마스라니... ^^

아침 일찍 떠난 수고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 우리는 풍성한 아침을 즐긴다.


▼ 다마반드산 (해발 5,610m)이 보이는 모샤 Mosha를 지나 카스피해 근처까지 정신없이 잤나 보다. 

사실 그 길 또한 만지르와 라슈트를 거치는 길고도 긴 길이긴 하지만 너무 졸렸던 모양이다. 

눈을 뜨니 파랗기만 했던 하늘에는 카스피 해안의 구름이 반짝 떠 있다.

이미 그곳에서 만나야 할 분의 사무실 근처에 간 상황이어서 정신을 가다듬고 들어가서는 회사 소개, 자기소개를 거쳐 왜 이곳에 왔는지를 설명한다.

상대방은 페르시아어만 하는 사람이지만 조금씩 웃기 시작한다.

이걸로 됐다.. 적어도 보고서 쓸 만큼은 얘기를 해줄 모양이다. ^^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다 보니 시간은 거의 두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가라고 했지만 바삐 가야 한다며 다시 길을 나선다.


▼ 거래선에서 나오자마자 점심을 서두른다.

이미 오후 두 시가 넘었고, 너무 배가 고팠다. 

케밥이 이들이 주로 먹는 음식이지만 오늘은 아주 잘 구워진 통닭을 메뉴에서 찾았다.

한 친절한 대한항공의 승무원에게서 받은 고추장 생각이 나서 오늘 한번 조리해 보자는 마음으로 통닭 고추장 비빔밥을 만들어 본다.

끝내주는 맛..
끝내주게 깔끔해 보이지 않는 비주얼.. (미안하다)

그래도 맛나게 먹은 게 어디더냐? ^^♡


▼ 내일 새벽 3시에는 공항으로 떠나는 일정이어서 얼른 카스피해의 한 면을 보고는 테헤란으로 가는 길을 서두른다. 

오늘 돌아오는 길에는 찰루스 Chalus라는 동네를 지나 알보즈 산맥의 마을을 지나는 길을 택할 계획이었다. 


▼ 생각한 대로 찰루스를 지나 알보즈 산맥을 지나는 길에는 웅장한 기암괴석과 구름이 가득한 여름 휴양지를 연상케 하는 멋진 곳들이 많았다. 

산맥에서 내려오는 지류들이 합류를 하면서 카스피해로 흐르는 찰루스 강이 있는데 이곳에 Siah Bishe (시아흐 비셰)라는 댐을 건설해서 수력발전을 한 모양이다. 
댐을 보고는 구글링을 해보니 댐의 역사는 이란 혁명 이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모양이다. 


한 벨기에의 회사가 1975년에 지질학적인 연구를 시작해서 최종 보고서는 1978년에 나왔으나 1979년의 혁명 때문에 지연되고 지연되다가 결국 1985년에나 공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공사 대금이 펀딩되지 않는 등 다양한 이유로 공사는 무기한 연기되고…


아… 듣기조차 숨 막히는 스토리가 끊이지 않고 계속된다. 


결국 2013년에나 전기 생산을 시작했다고 하니… 그 사업 담당자들의 고충은 얼마나 컸겠는가?


이 나라 사람들도 참 질기다고 해야 할는지… 끈기가 있다고 해야 할는지… 


그렇지만 이들은 질겨서인지 끈기가 있어서인지 아주 느린 속도로 진행되는 사업들을 하나하나 꿰어 보배로 만드는 재주가 있는 사람들이다. 


존경할만한 사람들이다. 


▼ 거의 전 구간 2차선의 도로가 이어지고 있었지만 알보즈 산맥을 따라 이어지는 이 길에서 바라보는 기암괴석과 하늘과 구름의 조화는 가히 환상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깥이 공기..

초가을을 연상시키는 선선한 공기..
그리고 산 위에서 부는 바람의 냄새..
눈을 감으니 이대로 있으면 졸음이 스르르 올 것 같다.

참 좋은 기분이다. 


기암괴석이 요리조리 보이며 구름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며 왠지 이번 여행이 출장인지 아니면 높은 고산지대로 떠나온 여름휴가인지조차 헛갈리기 시작한다. 


함께 온 현지 직원이 나에게 말한다. 


직원: 이번에 가시면 언제 다시 오세요?

나: 일이 진행된다면 곧바로 다시 와야 해요. 그때까지 사업 준비를 조금 더 합시다. 

직원: 빨리 다시 오셔서 차근차근 일을 진행했으면 좋겠어요.

나: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렇지만 현실은 이 대화와 같이 순탄하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이번에 만큼은 순탄하길 기원할 따름이다. 


▼ 댐을 지나 다시 테헤란 쪽으로 접어들자 이제 물이 풍부하지 않은 지형이 나온 모양이다. 


산은 다시 화성과도 비슷한 모습으로 변한다. 


▼ 오늘도 이란의 한 산골마을은 카스피해 방면으로 테헤란 방면으로 오가는 사람들도 분주하다. 

차 안의 MP에선 구슬픈 가락이 흐른다. 

https://youtu.be/EhsCfnmdpDs

David Garret & Andrea Deck, Io ti Penso amore, subt en español e italiano - YouTube

www.youtube.com      


'lo Ti Penso Amore (나 그대만을 생각해, 내 사랑)

훔… 애절한 곡이다. 

해가 질 무렵 애절한 곡을 들으니 나도 이젠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란의 한 산골 마을을 둘러보며 이제 더 애절해하지 말고 서둘러 테헤란으로 돌아가야 빨리 집으로 간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야 어디 가서 그 애절함을 나누지 않겠는가?


애절함을 챙기려면 애절함을 정리해야 할 때도 있는 그런 상황…
    
그럴 때가 있지 않은가? ^^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By 켄 in 바볼 ('17년 8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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