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병 속에 담는 법

병속의 시간/Zeit in eine flasche

by Keninsing

병속의 시간 / Time in the bottle / Zeit in eine flasche
- 세련되게는 '행복을 병속에 담는 법' -

살다보면 뭔가 너무나도 넘쳐서 하는 수 없이 그 무언가를 낭비하는 일이 있다.
뭐 대단한 얘기가 아니라 혹시 몰라 한개 더 사둔 외장형 배터리가 빙글빙글 놀고 있는 경우도 그렇고, 2월말까지 먹을거라고 생각했던 계란이 이미 유통기한이 지나서 버려야 하는 경우가 그렇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다.


▼ 지난 주에 뮤지컬 레베카를 볼 기회가 닿아 아무런 기대 없이 예술의전당으로 향했다. 사실 Das Musical은 처음이어서 조금 갸우뚱한 상태에 뮤지컬을 예매하고 예술의전당으로 향했다.

사실 레베카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작품으로 1940년에 개봉된 바 있다. 난 중2때 NHK에서 방영할 때 본 기억이 난다. 예술과 같이 이쁘고 젊은 여배우가 대부호인 미스터 드윈터와 사랑에 빠지고 그를 따라 멘덜리의 대저택으로 시집간다는 이야기를 숨죽이고 봤었다.

대저택의 구석구석에는 죽은 드윈터씨의 아내인 레베카의 손길이 뻗쳐 있었고, 이 세상에 미세스 드윈터는 단 한사람 레베카 드윈터라고 생각하는 무시무시한 집사 미세스 댄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 앞에 무언가를 낭비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지만 개중에는 자신이 가진 것을 매우 잘 활용해서 행복한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영화 레베카가 아닌 뮤지컬 레베카의 주인공은 가진 것이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멋진 방법을 아는 아가씨였다.

몬테카를로에서 처음 만난 맥심 드윈터와 작별을 해야할지도 모르는 그 순간 그녀는 노래한다.

난 정말 꼭 알고 싶어 / 영원한 추억을 갖는 법 / 마법 같은 순간 / 지나가지 않게 / 간직해 두는 법

사라지지 않게 / 시간을 병 속에 담을까 / 언제나 다시 열 수 있게 / 매일을 그 날처럼 살게

시간을 추억을 병속에 담아서 언제나 다시 열어 그날처럼 산다는 그녀의 귀여운 발상때문인지.. 아니면 그런 생각을 언제 했는지 기억이 안나서인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천진한 노래 소리를 듣고 있자니 왜인지는 몰라도 눈물이 났다.


▼ 뮤지컬 레베카의 원가사는 독일어로 되어 있다. 마음에 들었던 대목을 구글 번역으로 돌려 보니 내용은 대충 이랬다.

난 알고 싶어 어떻게 시간을 병에 넣을지 / 내가 그 병을 열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게

Ich wollte ich wüsst', wie man Zeit in eine Flasche füllt, dann müsst ich sie nur öffnen und schon wär alles wieder so wie es war.

I wanted I knew ' how to fill time in a bottle , I need only open and already would everything back as it was .

뮤지컬의 가사는 이랬다.

사라지지 않게 / 시간을 병 속에 담을까 / 언제나 다시 열 수 있게 / 매일을 그 날처럼 살게

운율에 맞게 아주 잘 된 번역이었고, 생각을 많이 한 티가 나는 번역이어서 참 기분이 좋았다.


▼ 그러고는 뮤지컬 레베카에 나온 여주인공 '나 (그녀는 이름이 없다. 그래서 "나" 또는 '미세스 드윈터'로 소개된다.)와 같이 행복을 유리병에 담아두면 좋겠다는 귀여운 생각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때그때 느껴지는 행복을 마음 속에 간직하는 법을 터득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사실 그녀는 많은 것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지만 이렇게 귀여운 생각을 해내는 사람이었고, 그랬기때문에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데도 항상 무언가 낭비를 히는 사람과는 다르다는 것을 대부호 드윈터씨는 알아차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됐다.

그러니까 30년 전에 영화를 보면서 느끼지 못했던 무언가를 이제서야 알아차리면서 세월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By 켄 in 두바이 (서울 가는 길)


행복을 병속에 담는 법
김보경 - 뮤지컬 '레베카 (REBECCA)'

안돼 울지마
감사하며 이별할래
함께한 시간들
추억이니

어색했던 첫 만남도
아름다웠지
그 바다처럼 빠질 것 같던
당신 눈빛

난 너무 두려웠어
몸이 떨렸어 겁에 질려
그런 나를 잡아준
당신의 따뜻한 그 손길 그리워

난 정말 꼭 알고 싶어
영원한 추억을 갖는 법
마법 같은 순간
지나가지 않게
간직해 두는 법

사라지지 않게
시간을 병 속에 담을까
언제나 다시 열 수 있게
매일을 그 날처럼 살게

바닷바람 한껏 맞으며 걸었지
당신과 함께한 하루하루
내 초라한 모습들은
눈 녹듯 사라져

수줍게 당신 바라보니
걱정 말라 했지

그 긴 해변을 따라
태양빛 가득 출렁였고
서로 빠져들듯이
바라만 보았어
키스할 때까지

난 정말 꼭 알고 싶어
행복을 병 속에 담는 법
순간의 마법을
내 꿈의 진실을
사랑의 추억을

지나가지 않게
시간을 잡아둘 순 없나?
영원히 깨지 않는 꿈
그 속에서 살 수 있게

사실 알고 있었지
깨질 꿈이란 걸
그래도 난 후회는 안 해
당신이 내 안에 있으니까

난 정말 꼭 알고 싶어
영원한 추억을 갖는 법
마법 같은 순간
지나가지 않게

간직해 두는 법
당신이 없어도
나 어쩜
견딜 수 있어
함께 한 그 모든 순간들을
유리병에 담는다면


('16년 3월1일 작성)


https://youtu.be/UBonis4nW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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