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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insing Dec 30. 2019

평범하지 않은 세상에서 듣는 '평범한 세계'

듀란듀란의 'Ordinary World'

다시 긴 여행을 시작한다.


싱갚에서는 투닥투닥 쓰잘데기 없이 바빠 아무 것도 쓰질 못했다. 정신도 없고 ㅎㅎ
이렇게 어딜 가는 시간에나 약간 생각할 시간이 생긴다.
남미 경유는 두바이가 다른 곳보다 10배는 편하다는 걸 느끼며 ㅎㅎ


▼ 메카닉 (그러니까 로보트나 안드로이드류)이 나오는 TV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을 보면 항상 그 기계가 고장이 났을 경우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예를 들어 '마징가 Z'는 최종회에서 망가진 모습이 나오고, '6백만불의 사나이'도 한번 정도는 망가진 상태로 극에 출연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망가진 메카닉을 보면서 안쓰러워하거나 일상적이지 않음을 느낀다.

왜냐면 그들의 모습이 우리의 눈에는 안쓰럽게 비치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메카닉의 입장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일부 기능이 정지된 상태일 뿐인데 우리는 그것을 보며 마치 우리의 신체 일부가 망가지기라도 한듯 아파한다.


▼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집을 나선다.  오늘은 어떤 방식으로 주행할까를 생각하면서 길을 나섰다. 
약 5키로 지점에서 바퀴가 뭔가 금속과 맞닥들이는 소리를 듣고는 뭘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뭔가 이상했다. 

바로 길 옆에 자전거를 세우고 자전거를 점검한다. 

펑크다. ㅠㅠ

(굳이 말하자면 서울에서도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펑크다.)

하..... ㅠㅠ 펑크를 때우는 키트가 준비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자전거를 산지 1개월이 됐을까 말까한 이 시점에 펑크라니 ㅠㅠ


▼ 일단 정신을 가다듬고 늘 이용하는 택시회사에 전화를 한다. 


나: "여보세요?"
택시회사: "네네 고객님~"
나: "저기,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펑크가 났어요. 자전거를 가지고 집으로 가야 합니다. 방법이 없나요?"
택시회사: "고객님, 다치신 데는 없으신가요?"
나: "네, 괜찮습니다."
택시회사: "자전거를 옮기셔야 한다고 했는데 접을 수 있는 자전거인가요?"
나: "아닙니다. 제 자전거는 일반 MTB에요."
택시회사: "그러시군요. 그렇다면 6인승 밴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6인승 밴을 예약하시기 바랍니다."
나: "네, 알겠습니다"

▼ 약 10분 후 예약한 차량이 도착했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전거를 차에 싣는다. 


차 안에는 듀란듀란의 'Ordinary world'가 흐른다.
이 시점에 'Ordinary world'라니 ㅎㅎ
평범하지 않은 일을 겪으며 '평범한 세상'이라는 곡을 듣는다. ^^

▼ 얼마 지나지 않아 밴은 집앞에 도착한다.


자전거의 바퀴를 빼서는 수리를 위한 준비를 한다.
고장난 메카에 대한 연민이 느껴지긴 하지만 곧 수리할거라는 생각에 잠시 기다려 달라는 마음으로 자전거를 바라본다.


▼ 널럴한 시간에 자전거 수리를 위해 다시 자전거샵으로 향한다.


엔지니어인 다렌은 순식간에 타이어를 교체하고는 튜브를 자전거에 하나 달고 다니라고 조언한다.


▼ 타이어 펑크때문에 언제 다시 자전거를 탈까 고심하던 나의 고민은 그렇게 풀렸다.


사실 이 일이 생긴건 벌써 일주일 전의 일이었지만 이제서야 이 글을 쓰는건 한가지 확인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을 들여 확인을 했지만 결과는 내 생각대로였다.
이제 뭔가를 확인할만큼의 여유조차 생긴 모양이다.

▼ 평범한 일상을, 세상을 찾기 위해 나의 친구들과 함께 2015년 어느 여름 날 나는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평범한 일상을 다시 찾기 위해 싱갚에서도 자전거를 다시 타기 시작했다.
뜻하지 않은 이벤트로 잠시 펑크가 났지만 그런건 정신을 차리고 고치면 금방 제자리로 돌아온다.
평범한 일상을 찾으려는 와중에 우리는 뜻하지 않은 펑크를 겪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속기도 하고 쓸데없는 시간을 허비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런 짜증나는 어려움은 정신을 차리고 고치면 금방 극복할 수 있다. 다만 그런 일을 겪는 것이 짜증스러울뿐..
평범한 일상은 그리고 세상은 자신이 얼마나 주의를 하느냐에 따라 만들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다.


모두들 새해 복많이 받고 새해에는 좋은 일만 생기기 바란다.


By 켄 in 두바이 (출발 3분전 ^^)
'18년 2월14일 작성

https://youtu.be/d1PnQT4emS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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