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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니스트리 May 23. 2019

꿈을 이야기하던 동료의 빈자리

꿈이 있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이제는 그렇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그 꿈이 뭐냐는 질문엔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이루고 싶은 것을 하나로 간단하게 정의하는 것은 늘 어려웠다. 꼭 그래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런 정확하고 명료한 꿈, 아니 목표를 가지고 걷다가 지금 가는 이 길이 그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쯤이면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을 수도 있다. 밤 하늘 바라보고 걷는 것은 나는 샛별보단 별무리가 좋다. 방향을 크게 잃을 일도 없고, 조금의 벗어남 정도는 잠시의 휴식이 될 테니.


꿈은 혼자 꾸면 꿈, 나누면 현실이 된다고 했다. 꿈을 나누는 것이 'TMI'(안 물어본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 행위를 지칭하는 'too much information'의 영문 약자)가 되어버린 요즈음, 동료가 동행이 아닌 버스 옆자리 타인 같은 분위기에 적응해가던 시기에 이 동료를 만났고, 어쩌다 함께 먹게 된 점심식사 자리에서 어색함 없이 서로의 꿈 이야기를 했다. 참 신기한 일이었다. 그의 대략의 꿈을 알게 되었고 나의 꿈도 전했다. 그 꿈은 아주 정확한 어떠한 목표가 아니었다. 오히려 늦은 밤안갯 속 빛이거나 웅성거리는 소리에 묻힌 카페의 BGM 같았다. 그래도 그런 가치관을 품고 최소한 지금에 머무르지 않으려는 그가 멋져 보였고, 내 것을 나누며 다시금 나의 꿈이 사소한 변덕으로 끝나지 않으리라 희망도 얻게 됐다.


오늘 아침에도 아무도 없는 불 꺼진 사무실에서 잠시의 작은 환풍기 소음, 스며드는 아침 빛, 쓴 커피 한 잔과 함께 생각에 잠겨본다. 그러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니 그의 빈자리가 보인다. 메신저를 열어본다. 같은 이름도 오늘은 더 흐릿하게 보인다. 대화 내용을 살펴보니 이 사람과 내가 자질구레한 대화가 참 없었구나 싶다. 두어 번의 밥 먹으러 가잔 이야기, 이전에 남은 업무상 대화가 전부였다.


그런데 그와 나눈 한 두 번의 꿈 이야기는 참,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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