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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니스트리 Dec 22. 2019

마침내, 꿈의 자전거

후회 없는 나의 첫 자전거 구매를 위해 알아야 할 것들

사람이 태어나배우는 원초적인 것들인 말하기, 걷기, 먹기 빼고, 또 다른 홀로서기에 내 주위 많은 이가 감격하는 것이 '두 바퀴의 자전거'인 것은 아마도, 이 탈것이 이미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우리 성장과정의 일부가 된 의미가 아닐까. 그 명칭 (bicycle)처럼, 두 바퀴가 전부이기도, 또 일부기도 한 자전거. 나의 자전거에 대한 첫 기억은 두 바퀴에 보조바퀴가 두 개 더 달린 어린이용 자전거였다. 보조바퀴 떼고, 골목에서 사촌 형이 뒤를 잡고 밀어주다 어느새 손을 놓은 줄 모르게 타게 된 자전거는 골목을 누비며 혼자 더 멀리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고, 성인이 된 지금은 오직 앞으로 빠르게 달리기만을 위해 태어난 '로드 자전거'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원래 자전거는 앞을 향해서만 간다. 그리고 자전거의 유일한 동력은 심장과 근육으로 이루어진 나 스스로이다. 이 매력적인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준비물은 자전거, 그리고 나의 의지다. 하지만 천차만별인 가격대와 그 종류의 다양함으로 인해 도구를 준비하는 것 부터가 난관이라 진입 장벽이 높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 희소식은, 꾸준한 정보 탐색을 통해 얼마든지 합리적인 금액대로 이 감격의 스포츠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본인은 처음 시작할 때 주위에 오래 자전거를 탄 분이 있어 조언을 얻을 수 있었고, 몇 개월간의 발품 끝에 운 좋게 어느 매장에서 적당한 가격대의 이월상품을 발견했었다. 돌이켜보면, 자전거를 오래 타게 된 데에는 내 마음에 쏙 드는 첫 자전거 구매가 큰 부분을 차지했던 것 같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과 성능의 자전거는 한 번이라도 더 가지고 밖으로 나가 타게 되는 동기부여이기도 하다.


최근까지도 많은 분들이 자전거를 시작하기 위해 묻는다. 무엇을, 얼마에, 어디서 사는 것이 가장 좋을지를 묻는다. 자전거 추천은 참 어렵다. 개개인의 미적 취향, 자금사정, 추구하는 목적이 달라 여러 선택의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이 모든 질문과 답이 그들에게 좀 더 현실적인 도움이 되려면 자전거에 대한 기초지식을 먼저 전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고, 아래 몇 가지 주제로 우리가 흔히 접하고 또 흥미가 있지만 잘 알지는 못하는 '로드 자전거'를 설명해보고자 한다. 또한 이 글은, 어떤 특정 자전거의 추천이나 전문가의 구체적인 정보전달이 목적이 아닌, 입문자를 위한 기초적인 내용을 다루었음을 유념하기 바란다.




자전거는 삼위일체(三爲一體)


지덕체(知德體).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세 가지 요소이다. 자전거도 자전거 다울 수 있는 세 가지 요소가 있는데, 프레임, 구동계, 휠(wheel, 바퀴)이 그것이다. 이 중 하나만 없어도 자전거는 온전하지 못하다. 프레임은 전체 구조인 몸통을 이루고, 구동계는 힘을 바퀴에 전달하는 혈관 같은 역할을 하며, 휠은 이 힘을 노면에 전달해 구조물을 앞으로 밀어낸다. 세 가지 다른 그룹이 모여 완전체로 기능한다는 것은 또한 현재 내 자전거의 환골탈태(upgrade)가 가능함을 의미한다. 또한 자전거를 이루는 부품들은 꽤 규격화가 되어있으므로, 상급 부품을 따로 구입해 교체하면 내 자전거를 소위 '더 잘 나가는' 자전거로 만들 수도 있다. 실제 많은 이들이, 처음엔 적당한 가격대의 자전거를 사서 부분 업그레이드로 원하는 성능의 자전거를 완성한다.


그렇다면 자전거에서 어느 부품이 가장 중요할까? 주관일지 몰라도, 자전거를 이루는 세 가지 요소 중 자전거의 성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바로 휠 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임과 라이더의 무게를 지탱하며 그 힘을 받아 지면을 밀어내는 접점인 휠은 자전거의 시작이며 끝이라고 할 수 있다. 휠은 중급과 상급의 가격의 차이가 크며, 어느 최상급 휠은 웬만한 자전거 한 대 가격보다 비싸다. 전체 자전거 구성의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등급이 낮다고 빨리 달릴 수 없는 것이 아니므로, 대체로 완성차에 휠은 중급 혹은 그 이하 등급의 휠이 달려 나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많은 동호인들에게 휠은 타이어와 함께 실제 업그레이드 1순위이기도 하다.


두 바퀴의 스포츠 (triathlonmagazine.ca, 2017)


소재


저렴하고 튼튼한 자전거는 대체로 A 소재로 만들고, 비싸고 가벼운 자전거는 대체로 C 소재로 만든다. A는 알루미늄이고, C는 카본(carbon fiber)이다. 적당한 가격대에 무게와 강성, 모두를 충족시키는 가장 좋은 소재는 바로 알루미늄이다. 하지만 몇 배나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카본 프레임 자전거는 알루미늄 자전거보다 인기가 좋다. 카본 자전거는 가볍고, 노면의 충격을 흡수해 승차감이 좋아 장거리 라이딩에 라이더의 피로를 줄여준다 (고 한다). 또한 가벼운 무게의 자전거는 라이더가 좀 더 다루기 쉽고, 오르막에서의 이점으로 주행에 도움이 된다.


크로몰리 프레임에 카본 포크를 적용한 콘토르(Condor) 자전거 (출처: road.cc)


카본이란 소재는 자전거 경량화의 핵심이며, 베어링, 구동계, 브레이크 등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부품에 사용된다. 그 투자의 값어치를 할까라는 질문엔 여전히 명쾌한 답은 없지만, 로드 자전거를 타는 많은 라이더들은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비싼 카본 컴포넌트에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카본이 비싼 이유는 소재 자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는데, 직조된 카본 원사(fiber)를 블래더(bladder)라는 일종의 틀 위에 모양대로 재단해 붙이고, 경화 작업 후 도색하는 일련의 과정 중 상당 부분을 사람이 수작업으로 진행하므로 카본 자체의 가격보다 인건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대부분의 유럽과 미국 자전거 제조 브랜드가 대만이나 중국에서 자사 브랜드의 자전거를 OEM 생산하는 이유다.


구동계


구동계는 브레이크 및 변속 레버, 체인과 체인링, 스프라켓, 앞뒤 변속기와 이들을 잇는 와이어로 구성되어 이 모두를 그룹셋(groupset)이라 부른다. 그룹셋의 등급은 브랜드, 세트 총 무게, 변속 품질 등 여러 요소로 나뉘며 금액도 달라진다. 구동계 브랜드로는 세계 최대의 구동계 및 자전거 컴포넌트 제조사 시마노(Shimano)와 가장 가볍고 정비가 편한 걸로 유명한 미국 명가 스램(Sram), 이탈리아 감성 명품 캄파뇰로(Campagnolo)가 대표적이며 그중 대부분의 완성차에 시마노와 스램이 7:3 정도의 비율로 달려있다. 시마노는 울테그라(Ultegra)와 듀라에이스(Dura-ace), 스램은 포스(Force)와 레드(Red) 라인업이 각기 중상 - 상급 모델이다. 최상급 구동계는 한 등급 아래에 비해 가격이 100만 원 이상 비싸다. 다만 내구성 등 성능 차이는 거의 없다고 보는 견해가 많아 중상급, 혹은 그 아래 등급 정도가 입문자에겐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각 브랜드별 모델 등급 - 'Enthusiast' 아래 등급이 금액 대비 성능이 아주 좋다 (bikeexchange.com)


변속 단수와 자전거 금액은 로드 자전거의 세계에선 크게 연관이 없다. 흔히 22단을 많이 사용하며, 뒷바퀴의 스프라켓이 11단, 앞 체인링 2단으로 둘의 조합을 의미한다. 로드 자전거는 대체로 10x2 또는 11x2 등으로 변속 구간을 표시한다. 중요한 것은 단수가 아닌 앞 체인링의 톱니 수(teath)다. 페달이 달린 앞 체인링의 T수가 적을수록 평지에서 가속이 편하고 다리의 부담이 적다. 매장에서 구매할 때 그저 "콤팩트 체인링인가요?"라고 물어보자. 체인링 규격은 라지(large) - 스탠더드(standard) - 콤팩트(compact)가 있는데, 대체로 앞 체인링 중 큰 것의 T수가 50 이하인 경우 콤팩트로 분류한다. 콤팩트 체인링은 무릎이나 다리에 큰 부하를 주지 않고 효율적인 고 케이던스(분당 페달링 횟수) 주행을 돕는다. 속도는 염려할 것이 없다. 어차피 콤팩트 체인링을 써도 뒤 스프라켓의 11단 기어를 끝까지 사용할 일은 거의 없다.


뒤 스프라켓 (출처: Getty Image Bank)


사이즈


옷만 피팅(fitting)하는 것이 아니다. 자전거도 사람 몸에 맞는 사이즈가 있고, 그것은 프레임과 각종 부품으로 맞춘다. 방법은 일반적으로 신장과 인심(inseam length)을 재 프레임 사이즈를 정하고, 안장을 지지하는 시트포스트(seatpost)와 핸들과 프레임의 연결 스템(stem)의 길이로 정밀하게 조정한다. 기초는 프레임의 사이즈이다. 프레임 사이즈 조견표는 어느 제조사나 공지하는데, 그 허용치를 벗어나는 경우 아무리 할인폭이 크다 하더라도 구매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부득이한 경우엔, 허용치보다 큰 경우 보단 작은 경우가 무게며 사후 피팅에 유리하다. 크기가 맞지 않는 자전거를 오래 탈 경우 허리, 목, 무릎, 어깨 등 주요 관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맞지 않는 운동화를 신고 달리기를 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그 부작용은 더 만성적이고 심각할 수 있다.


자전거 프레임 사이즈 차트 (BMC Switzerland)


허용 무게


웬만한 카본 소재의 자전거 휠에는 허용 무게라는 개념이 있다. 예를 들어, '사람과 자전거를 합해 110kg'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 기준으로 볼 때, 자전거 무게가 10kg이라 가정하면 사람이 100kg 이하의 무게여야 한다는 의미다. 만약 무게 허용치 110kg의 바퀴를 단 10kg의 자전거를 100kg 이상의 몸무게를 가진 사람이 타면 어떻게 될까? 당장 부서지거나 하진 않겠지만 얇은 로드 자전거의 휠 특성상 잦은 펑크, 스포크 휨, 극한 상황에서의 파손, 과도한 하중에 의한 브레이크 성능 저하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110kg이라는 기준은 특정 브랜드의 휠에 국한된 이야기이고 자전거 무게도 천차만별이므로, 100kg이 넘는 몸무게라 해도 선택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 이 경우, 자전거 구매 시 전문 매장에서 상담 후 구매할 것을 추천한다.)


종류


흔히 이야기하는 소재, 브랜드, 디자인과는 별개로, 좀 더 근본적인 용도에 따른 종류가 있다. 가벼운 무게의 특성이 있는 클라이머를 위한 자전거 클라이밍 또는 올라운드 경량 자전거, 공기역학적 설계로 평지 항속에 장점이 있는 에어로(aero) 자전거, 그리고 좀 더 편안한 승차감으로 장거리 투어 라이딩에 적합한 엔듀런스(endurance) 자전거가 그것이다. 주요 브랜드들은 이 자전거 종류 모두를 프레임 형태로 구분하고 완성차 형태로 출시하고 있으며, 가격대는 최상급 기준 비슷하거나 에어로 자전거가 조금 더 비싸다. 자전거 선택은 개인의 성향뿐 아니라 주로 탈 구간의 코스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요즈음 에어로 자전거가 인기라고 해도, 여전히 우리나라는 산악지형이 많고 대부분의 주요 대회가 산악구간에서 대회가 치러지며, 많은 동호인들은 정상까지 숨을 몰아쉬며 자전거로 올라갔다가 내리막에서 느끼는 그 희열 때문에 자전거를 탄다. 동호인들이 더 많은 비율로 올라운드 자전거를 구매하는 이유다.


같은 로드 자전거라도 용도에 따른 다양한 종류가 존재한다 (출처: Road Bike Rider)


하차감


자동차의 그것처럼, 자전거도 또한 빠르게 달릴 땐 성능, 세우고 내릴 땐 디자인이 만족감을 준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인정하면서 엄지를 치켜세우는 자전거들이 있다. 하지만 디자인은 개인적 평가 요소이므로, 엄청나게 많은 개성과 멋을 뽐내는 자전거들이 많아 취향껏 고를 수 있다. 얼마든지 화려해도 '촌스럽다'는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 이 세계에 '정석'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차감의 의미는 타인으로부터든 나 스스로의 기준이든 멋지고 예쁜 자전거인 듯 싶다.


달릴 때는 성능, 세웠을 땐 멋. 기준은 제각각 (사진 by 이준상)


감가율


자전거는 감가가 심한 물건이다. 특정 부품을 제외하고, 자전거값은 구매하고 첫 주행과 동시에 빛의 속도로 떨어진다. 로드 자전거의 경우, 스포츠 특성상 도로나 산 같은 극한의 환경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아무리 잘 관리한다 해도 파손될 위험이 늘 있다는 점도 감가의 원인 중 하나이다. 파손의 우려 대비 가격대가 합리적이라 중고 구매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다만, 자전거는 사고이력을 조회할 방법이 없으므로 신중해야 한다. 특히 카본 자전거의 경우 금이 가는 ‘크랙' 혹은 이보다 더 큰 파손이 발생할 수 있고 수리와 복원이 가능한 경우 육안으로 식별이 어려워, 더 그렇다. 특별한 이유 없이 브랜드 카본 자전거나 프레임을 급히 처분하려 하거나, 이런저런 제품을 끼워 준다며 매력적인 제안을 할 때는 조심하자.


큰 매장에선 이월상품을 이렇게 파격 할인하기도 한다


중고시장


자전거에 입문하고 한참 뒤에 안 사실이다. 중고물품 거래는 역시 중고나라에서 하게 될 줄 알았는데, 대다수의 동호인들이 도로사이클연합, 즉 도싸(http://corearoadbike.com)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고 중고거래도 하고 있었다. 입문자가 구매 시 잘 몰라 사기를 당하기도 하는 듯 하니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중고거래 외 다른 정보들은 개인의 의견들이 많으므로 흥미로만 참고하자. 그리고 이월상품은 자전거를 취급하는 웹사이트 혹은 매장 모두에서 취급한다. 매 년 대표 모델의 신버전이 출시되는 브랜드가 대부분이며 자동차의 페이스리프트(facelift)처럼 디자인만 일부 변경되어 출시되는 경우가 많아 겨울철 큰 할인도 종종 있다. 이와 같이, 매 년 신모델이 출시된다는 점, 기술의 변화가 빠르지 않다는 점, 튼튼하게 제조되고 수리나 복구가 수월하다는 점, 감가율이 크다는 점 등 특징은 자전거 입문자들이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데 여러 유불리를 제공한다.

 

정비


미케닉(mechanic)은 정비기술자를 의미한다. 자전거가 단순해 보이지만 정밀한 기술들의 집합체이므로, 실력 있고 꼼꼼한 정비 기술자가 있는 샵(대리점) 한 군데를 정해 이왕이면 그곳에서 자전거도 구매를 하고 지속적인 정비를 받는 것이 좋다. 자전거는 꾸준한 정비가 수명의 관건이다. 흔한 오해중 하나는 자전거든 부품이든, 대리점에서 사면 비싸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요즘은 해외든 국내든 자전거 및 부품 가격이 본사 정책에 의해 공개되어있는 경우가 많아 매장에서 산다고 크게 비싸지 않다. 무료 장착과 유지보수 서비스를 생각하면 집에서 가까운 샵에서 제품을 추천받아 구매하는 것이 여러 가지로 이롭다. 미세한 소리, 혹은 조금의 불편함도 직접 해결이 어렵다면 매장에 들러 점검을 받는 것이 좋다. 자전거 상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은 모처럼 기분 좋게 교외로 라이딩을 하다 해결할 수 없는 고장이 발생해 택시로 돌아와야 하는 참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금속과 나사의 조합인 자전거는 늘 정비를 필요로 한다




어릴 때 재미있게 읽었던 자전거 관련 책 <김세환의 행복한 자전거>는 나의 첫 로드바이크 구매 당시에도 목표와 원칙을 정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블로그나 매거진, 해외 사이트 등을 돌며 여러 정보를 수집했고, 대표적인 자전거 브랜드들의 콘셉트 매장과 동네 자전거 대리점까지 발품도 많이 팔았다. 그렇게 구매한 자전거를 두어 시즌 잘 타다가 기변(사용하던 장비나 기기를 다른 것으로 변경, 흔히 '업그레이드'를 뜻함)할 시점에 적절한 가격에 프레임과 휠을 중고로 팔았으므로 그때의 선택은 아주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 후회 없는 선택이 가능했던 이유는 아마도 아주 근본적인 아래의 질문 두 가지에 대한 명확한 답이었을 것이다.


나는 왜 로드 자전거를 타려 하는가?


요즘 유행이니까, 친구가 타니까, 새로운 취미를 찾고 있는데 멋있어 보여서 등 어떤 이유든, 그 동기는 다양해도 투자가 아깝지 않은 경험을 하려면 우선 시작이 미지근하면 어렵다. 따릉이를 타고도 한강을 달릴 수 있다. 하지만 로드 자전거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려면 옷, 적절한 장비,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스피드, 팩(pack, '집단'의 의미), 기어(gear)와 한계 극복을 경험해야 한다. 그러면서 마일리지가 쌓이고 예전에는 12분 걸렸던 남산 힐클라임을 어느 날 8분 이내로 해내게 된다면 비로소 스포츠로서 로드 자전거를 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처음부터 엄청난 열정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약간의 관심과 호기심으로도 충분하다. 에디터의 경우는, 산악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릴 때


지나갈게요~


하며 추월하던 멋진 로드자전거의 뒷모습이었을까? 더 빠르게 타고 싶었고 그게 전부였다.


나의 목표는 무엇인가?


혼자 하는 여행인가, 아니면 사람들과 함께 하는 친목인가? 혼자든 함께든 한계 극복을 위한 챌린지가 목표인가? 이 질문 모두 로드 자전거로 추구할 수 있는 목표이며, 그 목표에 따라 자전거 선택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예산 안에서 최고의 성능을 추구할 것인가? 무조건 예쁜 게 최고인가? 나중에 업그레이드를 할 것인가? 여러 질문에 당장 답을 할 수 없더라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동호인 수준에선 연령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좋은 자전거라는 스포츠를 더 오래 즐기기 위해, 충분한 고민과 여유로운 선택은 이중 지출을 막고 정신적으로도 건강한 자전거 생활을 하기에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자전거도 협동의 스포츠다 (사진 by 이준상)


다음 봄을 기대하며 천천히 시간을 두고 자전거를 선택하기에 겨울은 나쁘지 않은 계절이다. 겨울엔 중고 매물도 많은 편이고, 각 브랜드에선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몇 남지 않은 사이즈의 자전거를 파격적인 할인으로 프로모션 하기도 한다.




자전거를 어렵사리, 그러나 운 좋게 저렴한 자전거로 시작해 조금씩 타는 거리를 늘리며 다리 힘과 지구력을 기르고, 그러다가 장거리도 다니며 계속 탈 마음이 생겨난다면 이후에 부속품을 하나씩 업그레이드해 나만의 자전거를 만드는 기쁨을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완성된 나만의 자전거에 얽힌 이야기가 그것과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할 이유가 되기를 바란다. 처음부터 기함(super bike, 엄청 비싼 자전거)을 산다고 해도 말릴 사람이 없겠으나, 대부분의 입문자들이 고려하는 옵션인 저렴한 완성차, 적절한 가격대의 이월 중급기, 또는 중고 자전거 중에서 '내 몸에 맞고, 내 눈에 예쁜 자전거'를 고르는 것을 조언하고 싶다. 무엇이 되었든 그렇게 이 여정에 또 한 사람 동반자가 생길 수 있다면 참 좋겠다. 그리고, 경험자들이 조언을 한답시고 누군가의 진정성 있는 숭고한 열정에 찬물을 끼얹을 이런 말은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수할 것도 아니면서... 다 의미 없다. 그냥 아무거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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