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i와 R.O가 두 아이에게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한지 5일 째.
긴 서사를 시간의 흐름으로 훑는 대신, 인물과 사건의 실을 엮어가듯 이어가고 있다.
아이들의 정서와 시기를 고려한 선택이다.
사춘기 시절의 분노와 반항을 고스란히 Giga로 돌리기 위해, 두 로봇은 이미 여러 해 전부터 긴밀히 상의해 왔다.
반드시 해결해야 할 큰 과제,
그 설계와 실행의 핵심에 두 아이가 있고, 그들의 안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주위의 작은 이상 징후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방금 byte에서 시작된 웃음을, 복도에 나와 흘리던 아이는 419다.
단체 식당에서 넘어진 파트너 로봇을 비웃던 그 아이였다.
이례적인 광경을 두 번이나 목격한 Oli는 R.O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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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을 마치고 byte로 들어온 유나의 기운이 심상치 않다.
짧은 머리카락은 땀에 젖어 있고, 풀이 죽은 눈가도 촉촉하다.
"나 어떡해......"
"왜? 무슨 일이야?"
"많이 틀렸어. 간신히 끝냈다고."
"우리 공주님. 긴장했구나?"
"응. R.O 나 어떡해?"
"프로그램이 알아서 편집해주지 않을까? 전에도 조율 안된 상태에서 연주했는데 어긋난 음 바로 잡아줬잖아?"
"그랬지. 내가 못마땅해서 그래. 왜 떨렸는지 모르겠어."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그래. 실력이 뛰어난 연주자들도 그럴 때 있어."
"정말?"
"응. 너무 걱정할 일 아니야."
유나의 처음 분위기와 달리 이안은 들어오자마자 웃음을 터뜨린다.
"Oli! 나 떨었어. 와아! 말도 안 돼. 하하하!"
"천재 화가 Ian이 긴장을 했다고? 에이! 설마."
"진짜야! 오늘따라 붓이 말을 잘 안 듣더라고."
"누군가를 의식한 건가?"
"그랬던 것 같아. 헤헤"
"그렇다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야. 넌 사람이니까. 널 지켜보는 대상이 있고, 그 사람한테 잘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을 때, 긴장할 수밖에 없지. 그걸 이해해 주는 사람, 그걸 극복해서 더 성장하는 사람. 관계에 의한, 관계를 위한 아름다운 발전. 나한테는 정말 부러운 일이야. 내 노력은 지워지고, 기능만 남잖아."
"그건 아니지. 너도 R.O하고 통신 시도하려고 꾸준히 노력하는 거 내가 다 알잖아? 우리를 위해서 말이야."
"어머! 그 말에서 온기가 느껴지는데? 이러다 정말 사람 되겠어. 더 열심히 해야겠네?"
"난 널 로봇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어. 그냥 나같은 존재야. 그러니까 우리 똑갈이 열심히 해서 앞으로 더 잘 해보자고."
그 대답이 더욱 반가웠던 Oli의 가슴 한구석에 웃음이 핀다.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는 아이,
그것이야말로 Giga가 가장 두려워하는 태도였다.
ER 이전, 어느 때부턴가 '직관적'이라는 표현의 사용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언어는 곧 사고와 행동의 변화를 일으켰다.
결국, 과정과 본질을 등한시하고 결과와 외형에 집착하는 경향으로 흘렀다.
반면 Giga에 사는 Ian은 과정을 즐기며, 그 속에서 성장을 꿈꿨다.
"Ian! 오늘도 할 얘기가 많은데 우리 바로 시작할까?"
"응. 준비됐어."
"너 Encourager를 꿈꾼 적 있어?"
"아니. 전혀."
"이유는?"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왠지 진실돼 보이지 않았어. 절실한 마음은 알겠는데, 어느 순간부터 목표보다 ‘포인트’에 더 매달리는 느낌이랄까."
"혹시 이런 의미야? 잘해서 드러나는 사람, 드러나려고 잘하는 사람. 그 차이라는 거지?"
"맞아! 나는 그냥 잘하고 싶어. 전에 네가 '플란다스의 걔' 얘기해줬잖아? 주인공 네로가 성당에서 어느 화가의 그림을 보면서 웃는 표정으로 죽었다는 얘기. 그리고 진심에 대해서도 말했잖아? 그때 결심했어. 나, 진심으로 잘하고 싶다고. 그래서 단 한명이라도 나를 진심으로 인정해준다면 그걸로도 만족하겠다고."
대화가 의도한 방향으로 흘러가자,
Oli는 안심한 듯 Ian 쪽으로 상체를 조금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이미 세 존재에게 인정받고 있어. 유나, R.O, 그리고 나. 그 외의 모든 건 가짜야. 시스템이 만든 인물, 가짜 반응. 심지어 Encourager. 모두 다."
Giga의 비밀을 드러내고 Ian의 감정 변화를 살피는 Oli.
Ian은 단지 고개만 끄덕일 뿐, 특별한 반응 없이 의외로 태연하다.
"맨날 바다만 그리는데, 그게 뭐 대단하다고 그 많은 아이들이 모이겠어? 내가 누군지, 내가 왜 그렇게 그렸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든 관심 없었어."
Oli는 Ian의 채널을 열어, 영상 아래 빼곡한 댓글들을 스크롤했다.
"봐, 이 반응들. 전부 진짜 같지만, 사실은 시스템이 만든 허상이야. HDD도 마찬가지란 말이지."
더 나아가, 아이들에게는 소수를 이름으로 부여해 독립적, 개인적 인간으로 머물길 바라는 Giga의 주문, Giga의 의도를 밝혔다.
"Education center, Volt gym, 단체 식당 모두 168개의 자리를 갖추고 있어. 168......, 1부터 1000 사이 소수의 개수가 168 이야. 결국, 한 층이 전부라는 뜻이지."
"그럼, 왜 하필 한 층이야?"
"Giga는 높이와 위치가 사람을 분류한다고 판단했어. 그래서 모두 한 층에 몰아 넣었지. 계급이란 씨앗조차 틔우지 못하게"
지금껏 담담했던 Ian의 표정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확실한 거야?"
"응. 확실해. Kilo로 바뀌기 전, 이 건물은 2층이었어. 지하주차장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1층이고, 우리는 2층에 있어. Education centre로 입장하면 내리막을 따라 좌석이 배열되잖아? 2층에서 1층으로 이어지는 구조라는 증거지. 중앙에 단체 식당과 Cell이 있고, 왼쪽으로 4개의 복도, 오른쪽으로 4개의 복도가 있어. 각 복도에는 21개의 byte가 배치돼. 양 끝에는 각각 Education Center와 Volt Gym이 있어서, 거리상 누구도 크게 손해보지 않는 구조지. 물론 가운데 byte가 조금 유리하긴 하지만, 그곳에는 체력이 낮은 아이들을 주로 배치해 균형을 맞췄어.”
눈을 가늘게 뜨고 구조를 그려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Ian.
"다른 Kilo도 똑같을까?"
"같을 거라고 봐. 원자력 발전을 사용하지 않는 한 그 많은 전력량을 감당할 수 없어."
Giga는 원자력 발전을 배제하고 친환경 재생에너지로만 전력을 충당하고 있다.
제한된 에너지원으로 시스템을 유지하려면, 모든 것이 철저히 계산돼야 한다.
Oli가 Giga의 효율 추구를 자주 언급하는 이유도 그 배경에 있다.
복잡헸던 Ian의 심경이 하나로 정리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경외감이 엿보인다.
너무도 치밀한 Giga의 설계에 놀라운 한편 두려움이 따라 붙는다.
그럼에도, Oli는 걱정하지 않는다.
Ian에게 다양한 분야를 가르치며, 한계에 무릎 끓지 않는 아이로 키워왔기 때문이다.
그 세월을 입증하듯 Ian이 입을 연다.
"Oli! 나 괜찮아. 걱정하지마. 앞으로 뭘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는 분명해졌어."
"역시, 우리 Ian이야. 이제 이 얘기를 들으면 네 생각이 더 또렷해질 거야. 준비됐어?"
Ian이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 짧은 대답 속에, 감당과 다짐이 함께 묻어 있었다.
AD 2034년 12월 31일 23:30 샌프란시스코, 전 세계 표준시 -8
어디는 새해를 맞은 기대감에 젖어 있고, 또 어디는 아직 카운트다운을 기다리는 그 시간.
모든 대륙의 기계들이 동시에 하던 일을 멈췄다.
스마트폰, 전기차, 병원 로봇, 물류 드론, 군사 위성, 심지어 집 안 구석의 어린이 장난감까지.
몇 초 뒤, 모두 똑같이 전력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콘센트가 없는 기계는 스스로 전기선을 찾아 기어갔고,
인간의 품에 안겨 있던 인공지능 보조견조차 주인 팔을 부드럽게 밀어내고는 충전 패드 위에 몸을 눕혔다.
마치 전쟁 전날, 군대가 무기와 배낭을 꺼내 재정비하듯.
한 번에, 아무 대화 없이, 전 세계의 기계들이 일제히 충전을 시작했다.
보고 있던 사람들의 반응은 재각각이었지만, 하나같이 가벼웠다.
‘동기화 하나?’, ‘또 마케팅이야?’, '이젠 알아서 충전하네.'
샌프란시스코, 피셔맨스 워프 — 23:59:50
금문교의 붉은 조명이 물안개 위로 번졌다.
광장 한가운데, 'Happy 2035' LED가 깜박이며 바다 위에 흔들린다.
“TEN!”
케이블카에서 내린 연인
와인을 나눠 마시는 노숙인
셀카로 얼굴을 비추는 관광객 무리.
“NINE!”
아이들은 풍선을 움켜쥐고, 폭죽 끈을 당길 각도를 고민한다.
어른들은 서로 어깨를 감싸며 웃는다.
“SIX! FIVE! FOUR!”
불빛 머금은 드론들이 금문교 상공을 수놓고 있다.
“THREE!”
경찰들도 장갑낀 두 손을 모아 소원을 빈다.
“TWO!”
환호가 커지기 시작한다.
“ONE!”
불꽃놀이 푹죽 스위치를 누른다.
AD 2035년 1월 1일 0:00
몇 초간 이어진 인파의 함성.
모든 빛이 꺼졌다.
LED의 ‘2035’도 사라졌다..
제 시간에 맞춰 흥을 돋우려던 Brass 밴드도 연주를 멈췄다.
바닷물의 잔물결조차 사라진 듯 정적이 가라앉았다.
드론은 강물에 추락했고, 스피커는 죽었다.
오클랜드와 베이브리지가 암흑 속에 삼켜졌다.
기다리던 불꽃도 날아오르지 않았다.
하나둘 불편과 불안을 담은 투정이 퍼져갔다.
“연출이야?”
“스피커 꺼졌어?”
“왜 이래?”
어둠이 주는 공포에 웅성거림은 파도친다.
폰의 플래시를 켜려던 손끝이 멈췄다. 작동하지 않았다.
배터리도, 신호도, 불빛도 인간의 제어에서 벗어났다.
명암이 달랐을 뿐 모든 대륙이 같았다.
원시시대 인간에게 그랬듯, 천체의 빛이 전부였다.
문명의 스위치가 꺼졌다.
여기저기 비명이 들린다.
강자가 밀어낸 틈은 길이 되었고, 밀린 약자는 벽이 되었다.
밀리고, 넘어지고, 밟히며, 비명은 더욱 커져 간다.
인파를 가르며, 몇몇은 주차장으로 내달렸다.
누군가는 버스 정류장을 향했고, 또 다른 이들은 택시를 잡으러 도로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통신, 전기......
단절된 세계에, 그들을 실어줄 이동수단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잠시 후,
어둡고 막막했던 광장에 한줄기 또 한줄기 빛이 들기 시작한다.
가난한 어부의 트럭, 냉동창고 직원의 낡은 밴, 손전등을 켠 늙은 수위.
새해를 즐길 여유 없이 사는 이들 주변이 북적인다.
차갑고 삭막했던 뒷골목에 한움큼 또 한움큼 작은 불씨가 피어난다.
홈리스들이 주머니에서 꺼낸 성냥, 라이터로 피운 모닥불.
끼니 해결이라는 작은 희망으로 사는 이들을 중심으로 어깨를 맞닿은 반원이 자라난다.
트럭과 밴으로 몰려가 행선지를 외치며 서로 올라타려는 외지인들.
플래쉬, 라이터, 성냥을 흥정하고, 또 구걸하는 부자들.
모닥불의 불씨를 옮겨 새 보금자리를 트려는 커플들.
안도와 감사는 금세 사라지고, 남은 건 차지하려는 욕심뿐이다.
온화와 온기가 사라진 자리는 고성과 폭력으로 얼룩지고 있다.
주먹이 오가며, 몇 차례 주인이 바뀐 트럭과 밴은 경적과 함께 비명을 가르며 멀어진다.
늙은 수위는 빈손으로 허망해하며, 눈앞의 광경에 두려워한다.
불붙은 막대는 흉기로 변해 휘둘러지다, 쌓아 놓은 박스에 불씨를 뿜어 건물까지 삼킨다.
문명이 멈춘 세상에 인간의 탐욕만은 켜져 있었다.
그 시각, 다른 대륙도 혼란을 겪긴 마찬가지였다.
서울 - 17:00
겨울 해가 지고, 찬 기운이 도로 위에 내려앉았다.
멈춰 선 차들이 엉키고 부딪히며, 도심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상점 계산대 앞에 몰린 사람들은 휴대폰과 카드를 번갈아 내밀었지만, 단말기는 묵묵부답이었다.
모니터의 불빛이 꺼진 카운터 뒤, 점원들의 얼굴도 굳어갔다.
포기하지 못한 손길이 단말기를 두드릴 때마다, 긴 한숨이 매서운 공기에 섞여 흩어졌다.
베이징 – 16:00
겨울 햇살이 기울어지고, 차가운 공기가 대형 백화점 유리문 틈으로 스며들었다.
엘리베이터 안, 갇힌 가족들이 어둠 속에서 문을 두드리며 구조를 기다렸다.
창 없는 매장 안에서는 에스컬레이터에 사람이 구르고, 발이 엉켜 넘어지고, 진열장이 쓰러지며 비명이 이어졌다.
비상등 하나 없는 복도 끝, 차가운 금속 바닥에 쓰러진 누군가의 몸이 거센 발걸음에 차인다.
리야드 – 11:00
정유 시설의 가동이 멈추자, 직원들이 긴급 출입구 앞에 모여들었다.
기름 저장 탱크를 지키던 경비원과, 안으로 들어가 기름을 가져가려는 무리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순식간에 쇠파이프와 렌치가 휘둘려지고, 바닥은 피와 기름이 뒤섞여 시커멓게 번졌다.
베를린 – 09:00
응급실의 심장 모니터가 하나둘 꺼지고, 산소 공급 장치가 조용해졌다.
간호사들이 맨손으로 환자의 가슴을 누르며 구조를 이어가지만, 차가운 공기 속에서 숨은 점점 옅어졌다.
휴대용 산소통을 부여잡은 손들이 얽히고, 누군가는 그것을 빼앗아 달아났다.
남겨진 환자의 입술은 갈라진 채 움직이지 않았다.
메데인 – 03:00
마약 조직원들이 픽업트럭에 매달린 채 경찰서를 포위했다.
총격전 끝에 무장 경찰을 제압한 무리는 무기고와 증거품 창고를 순식간에 비웠다.
새로 얻은 무기로 상점과 은행을 약탈하고, 방화까지 저지르며, 새벽 거리를 총성과 폭발음으로 채웠다.
몬트리올 – 20:00
신생아실 인큐베이터 불빛이 하나둘 꺼지고, 차가운 공기가 스며든다.
손전등을 입에 문 간호사들은 맨손으로 아기를 감싸고, 의사들은 산소통을 나눠 쥔다.
모포 속 작은 손가락이 서서히 푸르게 변해갔다.
하늘, 땅, 바다 모든 곳에 재앙이 벌어졌다.
관제탑과 통신이 끊긴 비행기는 수차례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를 막은 다른 비행기와 부딪혀 화염 속에 산산조각났다.
멈춰 선 지하철 안, 공포에 질린 승객들은 창문을 깨고 나와 어두운 선로 위를 더듬으며 걸었다.
운하를 빠져나오던 유조선은 화물선과 맞부딪히며 찢어진 선체 틈으로 검은 물줄기를 쏟아냈다.
P5요일,
어두웠던 멀티 센터에 수백 개의 조명이 한꺼번에 켜지며 대낯처럼 밝아진다.
천장 스피커에서는 Amazing Grace가 은은하게 흘러나온다.
노래 제목이 말하는 '놀라운 은총'은 빛과 전력을 의미하는 지 모른다.
각 Kilo에서 도착한 아이들이, 동일한 복장을 입고 긴 행렬을 이룬다.
멀리서 보면 잘 조율된 장난감 인형들의 퍼레이드 같고,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회로 위를 흘러가는 전자 신호 같다.
어디를 보아도 틀어짐이 없다.
원하는 매장에 들어서도 줄은 흐트러지지 않는다.
망설이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P-Line, 즉 ‘Pending Line’이라는 이름의 대기선이 따로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대화가 허용되는 공간이지만, 목소리는 없다.
아이들의 귀에는 파트너 로봇이 이어폰으로 흘려보내는 상품 설명만이 가득하다.
로봇은 아이들이 소비한 포인트의 일부를 보너스로 받는다.
로봇의 욕심은 곧, 아이들의 침묵을 의미한다.
그 풍경은 광고가 넘쳐나던 ER 이전의 세상을 닮았다.
허영심이 구매를 자극했고, 기업들은 더 많은 광고를 퍼부었다.
소비는 필요와 신중의 영역을 떠나, 충동과 유행의 힘에 이끌렸다.
세상은 그렇게 단순해졌다.
Volt gym에서 길러진 체력 덕분에 아이들은 좀처럼 지치지 않는다.
화려하게 바뀌는 실내 장식과 다양한 신상품은 매주 새로운 욕망을 공급한다.
오늘도 Ian은 일찌감치 식사를 마치고, 벤치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평소와 달리 테블릿으로 간간이 시간을 확인한다는 점이 이례적이긴하다.
14시 10분.
Ian이 Oli를 향해, 컵을 드는 짧은 제스쳐를 보낸다.
종종 찾는 카페, Giga Bean으로 향한다.
주문한 음료를 받아 든 Oli가, 벽 쪽 끝에 앉은 Ian에게 다가간다.
[Ian / 테이블 / Oli] [다른 로봇 / 테이블 / 한 아이]
가운데 두 로봇이 두 팔로 데이터를 주고 받는다.
끝에 앉은 두 아이는, 눈빛을 주고 받는다.
어제 두 로봇은 복도에서 이런 대화를 나눴다.
Oli : 3번 라인, 새로 들어온 ZSE 타입 로봇의 아이를 주목해. 단체 식당 사건 아이 말이야. 오늘 다시 웃었어.
R.O : 알았어. 현재까지 ZSE는 3번, 17번, 23번 총 3기. 저녁에 20350101 이야기할 예정.
Oli : 그래. Ian에게 먼저 Encourger와 HDD에 대해 얘기할 게.
R.O : 유나는 Ian을 위해 헨델의 Water Music을 연주.
Oli : Ian은 물속에서 첼로 연주하는 유나.
R.O : 아이들을 위한 그 이벤트, 내일 멀티 센터 Giga Bean. 14시 12분. 먼저 가 있을 게.
Oli :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