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을 건 도박에 장시간 집중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육체적 욕구 해소를 위해서였는지 필리핀 여인과 잠자리를 가지려는 손님들이 많았다. 그러니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한 더 많은 OB 확보는 필수였다.
손님도 급이 있으니 그들이 찾는 여인들 역시 급이 나뉘기 마련이었고, 손님들의 만족도에 따라 내 핸드폰 연락처 OB들 이름 옆에 A, B, C로 분류되는 등급을 표기했다.
참으로 남사스럽고 비윤리적인 일, 하지만 꼭 해야 하는 업무.
그날도 한 손님이 요청하셔서 직원을 시켜 OB를 물색하게 하는데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연락이 닿지 않는 모양이었다.
"사장님, 제가 아는 OB들 다 연락이 안 되는데 어떡하죠?"
"오전 8시에 연락받고 올 애들이 있겠니. 왜 하필이면 아침이냐. 짜증 나게"
5천 페소, 한화 13만 원, 필리핀 물가를 감안하면 60만 원에 가까운 큰 가치를 포기하고 잠을 선택한 여인들.
처음에는 지극히 한심해 보였으나 그들의 만연한 경향에 익숙해졌는지 이제는 화도 안 난다.
연락처를 뒤지다 개중에 부지런한 친구에게 전화하니 몇 번의 연결음 이후 받는다.
"안 잤구나. 지금 와 줄 수 있니?"
"시골에서 엄마 오셨거든. 엄마 모시고 병원 가야 해서 안돼."
"그렇구나. 다른 친구라도 좀 보내주면 안 될까?"
"연락해 보고 문자 보낼게"
직업이 그렇다 한들 인격과 책임감은 중요한 고려 요소.
무성의한 애들과는 달리 관계를 무겁게 여기는 친구였기에 내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고 역시 기대에 부응해 바로 문자를 보내주었다.
갓 입문한 초보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그녀는 초보의 어리숙함뿐만 아니라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
싸구려 티에 청바지, 낡은 신발.
그나마 손님도 싸구려여서 다행이었다. 참으로 손 많이 가는 양반, 한마디로 진상.
"손님이 뺀찌놓지 않을까요? 돈 많이 잃어서 기분도 안 좋아 보이더라고요."
(뺀찌 : 거절, 거부를 뜻하는 은어)
"네가 할 일 내가 했잖아. 난 할 만큼 했으니까 저 친구 싫으면 왜 잃었는지 반성하면서 혼자 자라고 해 인마"
여자가 도착하면 당장이라도 올라갈 것 같던 진상 손님은 아직 게임 중이었고, 초보 OB는 작은 책을 한 권 꺼내 읽고 있었다. 그리고 보니 학생 신분이 아닌, 책을 쥔 필리핀 성인은 드물게 본 것 같다.
영어로 된 소설을 진지하게 읽고 있는 그녀가 궁금했다.
"몇 살이니?"
"스무 살이요"
필리핀 따갈로그의 PO라는 존칭을 섞어 답하는 공손함.
"소설이야?"
"네"
"재밌어?"
"영어 공부하려고 읽는 거예요"
기특한 친구다. 우리 평균보다 높은 영어 말하기 실력을 가진 필리피노가 문법을 익히면 네이티브에 가까워진다. 올바른 문법 그리고 스페인어에 영향을 받은 따갈로그 특유의 된 발음이 아닌 영어 발음 그 자체를 구사하는 정교함이 맘에 든다.
더 궁금해졌다.
"일한 지 얼마나 됐어?"
"오늘이 세 번째예요"
"너 이런 일 안 하게 생겼는데 왜 하게 된 거니?"
"칼리지 입학하려고요."
가족 생계를 위해 혹은 혼자 방만하게 쓰며 사는 동종 여인들의 식상한 대답과 달리 자신의 미래를 위해 험한 일을 택했다니 더욱 대견스러웠다. 한국과 문화 차이가 큰 필리핀에서는 그렇게 느끼는 게 당연했다.
"졸업하면 뭐 하려고?"
"카지노에서 일하려고요."
당시 대형 카지노들이 하나둘씩 들어서기 시작한 마닐라에서 카지노 관련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높은 초봉에 편하고 세련된 직업군으로 침착한 모습의 그녀에게 어울리는 분야라 생각했다. 그래서 왠지 돕고 싶었다.
게임을 끝낸 손님과 함께 방으로 올라가는 그녀의 뒷모습에서 퍼지는 안쓰러움.
끝나고 들렀다 가라고 문자를 보냈다.
의외로 빨리 내려온 그녀.
"왜 그냥 내려왔어?"
"끝났어요."
"하하하 잘 됐구나."
피식 웃는 그녀에게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 나랑 약속 하나 하자. 내가 충분히 벌게 해 주면 너 정말 이 일 때려치우고 칼리지 들어갈 거니?"
"네"
그렇게 말하는 애들 여러 명 봤지만 정녕 꿈을 포기하지 않은 친구는 고작 둘 뿐이었다.
의대를 다니다 학비 때문에 가라오케에서 일하던 친구, 아테네오라는 상위권 대학을 다니다 아버지 약값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고 KTV라 불리는 룸살롱 비슷한 업소에서 2차에 나가지 않는 조건으로 일하던 친구.
그녀에게 그들의 얘기를 들려주며 다시 한번 물었다.
"이 일 계속하면 남들보다 적게 일하고도 큰돈 벌 수 있어서 그만두기 힘들 텐데 진짜 그럴 수 있겠어?"
"네."
단호한 표정, 강직한 대답.
"좋아, 내가 또 한 번 속은 셈 치고 도와줄 테니 앞으로 꼭 내가 하라는 대로 해라."
그녀에게 15,000페소를 건네 한국인이 운영하는 고급 헤어숍에서 머리를 단정히 꾸미게 하고, 정장과 구두를 사게 했으며, 손님 대하는 태도를 수십여 분에 걸쳐 가르쳤다. 외설적이고 추잡스럽기 그지없는 내용으로 가득 하나 접객을 위한, 단골을 만들기 위한 방법론. 그게 뭔 대단한 강의라고 열심히 받아 적는 그녀.
"넌 그런 것도 다 메모하니?"
수줍게 웃으며 노트를 가리고,
"이렇게 적어 놓고 순서 정해서 하면 안 잊힐 것 같아서요."
돈 들고 튈지도 모른다는 의구심 따위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을 만큼의 확신으로 가득 차게 한다.
예정대로 이틀 뒤 그녀는 완전히 다른 여자가 되어 나타났다.
"거봐. 전보다 훨씬 낫잖아. 저번처럼 입고 일하면 남들이 비웃는 거야."
"남한테 수치스러워도 괜찮아요. 나 자신한테만 수치스럽지 않으면 되죠"
한방 제대로 맞은 기분. 다르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이렇게 다를 줄이야.
"그래 맞아. 그런데 혹시 나중에 너 카지노에서 일하다가 너랑 잔 손님 우연히 만나면 어쩔래?"
"상관없어요. 어차피 그 사람도 대놓고 얘기 못할 테니까요. 나 창피 주려면 자신도 창피해져야 하는데 그러기 쉽지 않겠죠."
맞는 말이다. 기왕 돕기로 한 거 더 신경 써서 도우려는 마음에 약속 하나 더 하기로 했다.
"앞으로 다른 연락은 받지 말고 내가 소개하는 손님들만 만나. 솔직히 남자가 외국 와서 다른 여자랑 이 짓 하는 게 좋은 건 아니지만 그중에 매너 있는 사람들 종종 있긴 하거든. 내가 돈 많고 친절한 사람만 소개할 테니 그분들만 모셔라. 돈은 충분히 벌게 해 줄게"
"알겠습니다."
그녀는 늘 한결같았다.
손님 대부분이 게임하는 중에 여자를 찾았고, 미리 와서 대기 중이던 여인들은 그들의 게임이 끝날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식이었는데 그 틈조차 아깝다는 듯 그녀 앞에는 늘 책이 있었다.
유별난 그녀 모습에 '그런 일 하는 여자가 무슨 책이냐'라는 식으로 조롱하며 왜 남들처럼 핸드폰을 보고 있지 않냐고 묻는 건달에게 'not fruitful'(생산적이지 않은, 보람되지 않은)이라고 답하는 그녀.
확실히 돋보였다.
시간 약속을 경시하는 대다수 OB 들과 달리 단 한 번도 늦은 적 없었고, 듣고 싶지 않은 손님들 잠자리 불평도 없었다. 물론 만족 못 한 손님들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애가 착해서'라는 이유로 관대해지고 심지어 더 많은 돈을 주는 분도 계셨다.
본인도 뭔가 께름칙했는지, 웃돈을 받아 들고 와 말하기 민망한 내용을 부끄러운 표정으로 설명해 가며 조언을 구하는 그녀.
"제가 잘못한 거 맞죠?"
"잘못했다기보다는 소통이 잘 안 된 거지. 아무래도 그분이 영어가 잘 안 되니까. 그나마 네가 성심껏 잘 대해 드렸으니까 더 주시지 않았겠니?"
"어떻게 했어야 했죠?"
민망한 주제를 정색해서 물으니 웃음이 났다.
또한 두 사람 다 동작과 함께 표현하려니 더 웃겼다.
간신히 이해를 끌어내고,
"너는 정말 열정적이구나."
"일이니까요."
그녀와 나누는 대화는 늘 재밌었고 때로는 유익했다.
한 번은 손님 없는 날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는데 무계획, 무의미한 날들을 보내는 나와 달리 일과마다 알람을 설정해 실천한다는 그녀의 이유는 철학이자 교훈이었다.
"하고 싶은 것만 계속하면 나중에 그것도 재미 없어지잖아요. 또 하기 싫은 일은 안 하게 되고. 그러니까 적절히 나눠서 하는 거죠. 사소한 일이라도 알람 소리 듣고 나서 안 하면 죄책감 생기더라고요. 한 번 계획 세우고 계속 지키면서 사니까 안 할 때 죄책감이 더 커져요. 영어 소설도 처음 루틴 정할 때 넣었는데 문법이랑 작문 많이 좋아진 것 같고요."
합리적이고, 논리적이고, 계획적이며 열정적인 스무 살.
그녀의 진정성을 높게 평가한 일부 VIP 고객들은 그녀에게 더 많은 돈을 쥐여주고 얻은 대화의 희열, 정서적 교감을 즐기느라 게임 시간을 줄일 수 있었고 그 덕에 덜 잃게 되었으며, 꿈을 위한 희생이 비도덕적으로 비칠지언정 업으로 삼은 일에 최선을 다한 그녀는 약속대로 학업을 위한 충분한 자금을 마련한 이후 스물한 살 평범한 여인이 되어 아름다운 모습으로 떠났다.
그리고 몇 년 후, 사업에 실패해 한국으로 돌아가기 며칠 전,
뇌를 활성화하는데 걷기가 좋다는 얘기를 듣고 마지막까지 방법을 찾고자 무심코 카지노 여기저기를 걷던 중 우연히 눈에 들어온 낯익은 얼굴.
꿈을 이룬 여인, 그녀는 늠름한 모습의 딜러가 되어 있었다.
계획 없이 살아 실패한 남자
계획대로 살아 성공한 여자
남자는 못 본 척 뒤돌아서야 했다.
요즘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예전 마닐라는 정말 그랬다. 시골에서 올라온 열아홉, 스무 살 어린 친구들은 가족을 위해 유흥업소에서 외국 관광객을 상대하는 접대부로 살거나 OB로 몸을 파는 일이 흔했다.
영화 귀여운 여인의 세계적 인기를 봐서라도, 당시필리핀 실정을 감안해서라도 과거 그녀의 행적을 탓하지 않았으면 한다.
'꼭 그 일이었어야만 했나?'라는 질문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를 이뤘다.'라고 답하겠다.
그녀는 빠른 길을 선택했고, 분명 목표 달성을 위한 최단 경로였다.
물론 예상밖의 도움 덕에 본인뿐만 아니라 동생 학비, 가족 생계비까지 넉넉히 모을 수 있었지만, 그 이상의 욕심은 부리지 않았다.
이제 법적, 도덕적 문제에서 벗어나 목표를 향한 그녀의 삶과 철학에 집중하는 관용을 베풀며 들어주기 바란다.
1, 목표를 위한 루틴
루틴(routine)이라는 단어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루틴의 사전적 정의는 '규칙적으로 하는 일의 통상적인 순서와 방법', '(지루한 일상의) 틀', '(판에 박힌) 일상'.
놀고먹는 거리, 운동, 휴식으로 채워도 루틴이다. 결국 그 자체가 아닌 그 안에 무엇을 채워 넣느냐가 관건.
목표를 향한 매 순간의 규칙적인 걸음들로 잘 짜인 계획을 루틴이라 전제하고 얘기를 이어나가겠다.
하루, 한 달, 한 해를 채우는 루틴을 그녀는 이렇게 새기고 있었다.
"하고 싶은 것만 계속하면 나중에 그것도 재미 없어지잖아요. 또 하기 싫은 일은 안 하게 되고. 그러니까 적절히 나눠서 하는 거죠. 사소한 일이라도 알람 소리 듣고 나서 안 하면 죄책감 생기더라고요. 한 번 계획 세우고 계속 지키면서 사니까 안 할 때 죄책감이 더 커져요. 영어 소설도 처음 루틴 정할 때 넣었는데 문법이랑 작문 많이 좋아진 것 같고요."
생물학적 인간의 필수 활동과 수면을 제외한 우리 일상은 해야 하는 일, 하고 싶은 일, 하기 싫은 일로 채워진다. 대개 해야 하는 일은 하기 싫은 일과 중첩하는 비율이 높고, 하고 싶은 일에 지분을 양보하기 일쑤며 생계를 위한 벌이를 최소로 한다. 말 그대로 먹고살아야 하니 할 수밖에 없는 지경.
그 이상의 범위에서 목표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을 정하고 루틴 삼으려 할 때 항구적 실천 가능 여부에 대한 심사숙고가 있어야 한다. 앞서 말한 중첩을 줄이고 양보를 없애야 할 테니 말이다.
양심과 능력, 여건을 적절히 배합해야 할 테니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는 본인이 판단할 몫이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숙고한 후 성찰, 소회, 포부를 반영하되 적응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다행히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요 아침을 거르는 이들이 수두룩하니 그들이 아낀 칼로리와 날수의 곱이 얼마인가?
그 엄청난 일을 해낸 사람이라면 발전을 위한 하루 한 시간 투자 역시 어렵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렇게 시작하고 적응하며 조금씩 늘리기 바란다.
루틴의 본질은 설정이 아니라 적응과 반복이니 그렇다.
다시 말해 꾸준히 행해져야 비로소 루틴으로 자리매김한다.
육체와 정신이 망가져 1km를 채 못 걷던 내가 매일 10km를 가뿐히 걷고 뛸 수 있었던 이유도 미미한 시작, 적응, 반복, 확장, 적응, 반복이었다.
'하고 싶은 일' 중에 미래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 일을 장기간 반복해서 하게 된 이유도 마찬가지.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했으니 인간 적응력에 경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먼저 발전을 위한 작은 루틴을 만들자.
루틴은 성장을 위한 계획의 감시자이며 그것을 어기면 '죄책감'이라는 벌을 내린다.
즉, 본의 아니게 꼭 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은 평상시에 '에라 모르겠다'식의 위반과 무책임한 결심을 막아주는 최후의 보루가 바로 루틴이다.
미필적 고의로 하루하루 꿈꾸는 삶에서 멀어지는 자신을 깨우는 경종이기도 하며, 미래에 대한 부채의식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한다면 내가 세운 루틴이 나를 깨우고 이끌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작게나마 일단 시작하자.
그리고 키우자.
그러면 '하고 싶었던 일'을 누리는 삶을 맞이하게 되리라.
2. 보람 있는 만족 추구
필리핀에서 10년 넘게 사는 동안 'unfruitful'이라는 단어를 딱 한 번 들었다.
그녀가 열심히 영어 공부하며 그 단어를 익혔다는 사실만으로도 대견스러워 보였지만, 나를 더욱 감동시킨 건 실생활에서 그 단어의 뜻 '헛된, 보람 없는' 일을 멀리하려 했다는 점이다.
보람은 적극적 희생에 따른 대가이며 물질 또는 정신 만족의 감정이다.
그녀는 몸을 파는 적극적 희생으로 학비를 벌었고, 공부하는 희생으로 깨달음의 기쁨을 누렸으며 양심적인 실천과 만족의 누적으로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우리의 어제를 떠올려 보자.
직장에서 보람, 자식을 키우는 보람 그리고 또 어떤 희생으로 보람을 느꼈나?
보람이 있기는 했는지?
발전을 꿈꾸지만 보람이 없다면 혹은 작다면 억지로든 기꺼이든 만들어야 한다.
다만 부디 바라건대 돈 모아서 뭘 산다는 기쁨을 보람으로 여기지 말자.
돈이 되었건 자부심이 되었건 발전을 위한 보람은 얻는 기쁨이지 쓰는 기쁨은 아니어야 한다.
그런 기쁨은 허영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더욱이 규칙적인 반복을 부를 수도 없으니 발전에 도움 될 리 만무하다.
명품, 명차를 산 기쁨보다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여유 상태를 만끽할 줄 알아야 한다.
여기서 다시 루틴을 꺼내 말하자면,
건설적인 일에 적극적 희생을 규칙 삼아 반복하며 보람을 꾀하는 작업 계획의 실천이 바로 루틴이라 하겠다.
물론 반복이 쉽지는 않다.
때로는 커지는 싫증 탓에 거부감, 피로감에 휩싸이기도 하고 해방감에 가려져 보람을 못 느끼기도 한다.
중도에 포기하는 게 다 그 까닭.
도저히 인내를 발휘할 수 없다면 일정을 바꿔보자.
그래도 아니라면 빨리 다른 걸 찾아 해 보자.
다른 걸 찾을 수 없다면, 찾아도 아니라면 다 포기하고 그냥 그대로 살자.
보람 없는 날의 연속에 정체와 퇴보를 거듭하며 미천하게 살자.
그런 사람은 뭘 해도 성공할 수 없으며, 그런 사람들이 바닥과 평균을 친히 메워 주니 상대적으로 성공은 쉽다.
주위를 둘러보니 정말 그렇다.
작심하고 자신을 희생하며 한 갈래 큰 보람과 함께 다양한 보람을 꾸준히 누려 온 사람들은 어제의 보람을 에너지 삼아 오늘을 달렸다.
당장의 성장을 못 느껴도 본인 선택을 향한 믿음이 있었기에 오늘의 발전을 흠뻑 체감하는 동시에 주위의 부러움도 살 수 있었다.
바닥과 평균에 머물기 싫다면 목표를 정하고 필요한 일을 찾아 하며 보람을 키워 누리자.
오늘, 하루 한 시간의 루틴을 시작으로.
3. 적극적인 자세
나는 기분을 중요히 여긴다. 일 할 때는 더욱 민감하다. 그래서 하기 싫으면 안 한다.
하기 싫은 마음으로 하게 되면 안 하니만 못하거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거나, 반복에서 오는 싫증을 일으킨다는 걱정 때문이다.
다만 안 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고 싶은 기분을 만드는 데 우선 노력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넋 놓고 마냥 보기도 했지만 희망 섞인 미래의 나를 여러 모습으로 상상하고 그로부터 효과를 본 이후로는 하기 싫은 마음이 생길 때마다 다 덮어두고 곧장 불 끄고 눕는다.
현실, 상상 간 격차가 자극의 동기라고나 할까?
짜릿한 상상일수록 지금 형편이 더 초라하게 느껴지고, 마음 가다듬는 시간은 그만큼 짧아진다.
잠들어도 괜찮다.
깨고 나면 맑은 정신에 다시 상상할 수 있으며 더 빨리 평정에 이를 수 있으니.
그 방법에서 얻은 집중 상태로 미룬 일을 해치우고 내일 숙제도 미리 한다.
이처럼 적극적인 자세는 나에 의해 만들어지고, 나에게 유익하며, 내 성장을 이끈다.
어디나 그렇겠지만 특히 성공을 위한 생산적 활동에 적극적 자세는 기본이다.
부족·격차에 대한 인정과 보충·초월을 염원하는 이들의 준비 과정에 부족과 격차가 있어서는 안 될 터.
적극적인 자세 갖추는 요령을 시급히 마련하고 그 효능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나를 잘 아는 내가 만들어야 한다.
남과 비교할 필요 없고, 남의 것을 본 딸 필요도 없으며, 남의 평가를 바라서도 안 된다.
내 안의 문제이기에 내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뭘 먹거나 보거나 가는 등의 외부 요인을 통한 해소는 가급적 피하자.
괴로움을 벗어나게 해 준 그것에 대한 탐욕이 발하기 쉽다.
심리의 문제는 심리 안에 있는 도구와 방법으로 풀어야 함이 옳다.
내가 정한 목표는 처음 그 자리 그대로이며 나와 목표 간 거리가 멀어진 건 다 내 탓이니 처음 각오한 날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해 틀린 그림을 찾고 이를 수정하자.
측은이 아닌 수치, 온정이 아닌 냉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꿈과 현실을 비교해 그 차이를 깊이 통찰하고, 메우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자.
작은 일, 짧은 시간부터 시도해 보기 바란다.
몸을 파는 스무 살 여인이 남자 만족시키는 방법을 메모하기 전까지, 그녀는 충분하지 못했던 본인을 수치스럽게 여겼고, 채우기 위해 냉정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는 귀천을 냉정히 구별하고 수치를 느껴야 한다.
본인 처지 역시 그렇게 받아들여야 한다.
나를 위로한다는 핑계로 스스로에게 상을 내릴 생각이라면 보람의 대가는 충분히 남겨야 한다.
그것이 내일 적극적인 자세에 영양이 되어줄 테니.
루틴은 보람을 만드는 계획이고, 보람은 자부심이며, 자부심은 적극적인 자세를 갖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