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감정을 요즘 말로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도무지 모르겠다.
과거에는 그냥 '깬다'라고 했다.
'깬다'는 현상에 대한 평가, 다양한 감정을 표출함에 있어 참으로 유용했다.
이상하다, 나쁘다, 싫다, 불쾌하다, 애매하다, 서운하다, 짜증난다, 귀찮다 등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밀려 올 때 '깬다'라는 말 한 마디면 충분했다.
하여간 지금 내 기분은 좀 깬다.
글을 글 답게 써보자 맘 먹고 퇴고를 시작했다.
어느 공간이건 일필휘지하고 말았던 무성의에서 이젠 내 글에 애프터 서비스를 해주기로 작정한 거다.
그러다 보니 내 글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궁금해지기에 이르고 어림짐작이라도 해볼겸 관련한 정보 찾아 유튜브를 들여다 보는데......
거참 깬다.
글 쓰기부터 출판 과정까지 한껏 아우르는 값어치 있는 영상들 조회수가 참혹했다.
물론 그 중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충분한, 한심하기 그지없는 내용으로 내 시간을 빼앗은 졸작도 있긴 했지만, 다들 나름의 유익함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영상 조회수가 그 모양이라니.
영역을 범 지구적으로 확대해 얘기해야 할 것 같다.
세상이 그렇게 됐다.
누군가의 바보 짓, 되지도 않는 어설픈 몇 십초 짜리 영상도 100만 조회수의 영광을 차지하는 마당에 도서 관련 영상은 죄다 천단위, 만단위.
내 일찍이 관종 세상의 도래를 근심하며 오늘도 바쁘게 스크롤해서 그들이 싸질러 놓은 똥을 건너뛰며 살고 있지만 이제는 '자칫'이 아니라 도배수준의 그것들을 피하기 힘들 만큼 만연한지라 하는 수 없이 장화를 신고 다녀야 할 판이다.
나라도 똥꼬에 힘주고 버티자 다짐하고, 다른 이들에게 심각성을 알리려 하지만 하나 둘씩 똥과 된장의 구분에 무감각해져 가고 있다.
자연이 주는 영상만으로 만족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 시절 우리는 고차원적 감상을 즐겼다.
그러 했기에 사방 가득한 억지 영상을 낮은 차원으로 즐기려는 풍조의 요즘을 걱정한다.
그런 영상이 수십, 수백만 조회수를 거듭해가는 동안 급속히 지분을 잃어 가는 활자들이 안쓰럽다.
베스트 셀러......
누가 무슨 주제로 어떤 글을 썼건
그들을 존경하고 사랑해야 하지 싶다.
글 쓰는 이들에게 장화를 사주고 싶다.
하여간 지금 좀 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