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시작하며 - 나 어쩌면
클릭 몇 번이면 뚝딱 만들어지는 블로그와 달리 브런치는 심사라는 문턱이 있다. ‘테스트’라는 것은 누구나 부담스럽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이 들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극이 된다. 그래서 다짐해 본다. “꼭 통과하고 말리라!”
심사를 통과하는 것은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제시된 폼에 맞춰 기획안을 작성하고 글 세 개를 써서 제출했다. 저녁에 제출했는데 다음날 아침 전광석화와 같이 불합격 통지가 왔다. 빠른 일 처리에 한번 놀라고 떨어져서 한번 더 놀라고.
당연히 패스할 줄 알았는데, 당황스럽고 살짝 멘붕까지.. 그제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람 마냥 허둥대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찾아봤다. “그래,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구나. 시험은 항상 출제자의 의도를 먼저 생각했어야지.”
브런치의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면서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분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더 미궁 속이다. 나보다 잘 쓴 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글도 많았다. 그래서 결론은 글의 완성도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결론.
아무튼 심기일전하여 다시 심사용 글을 두 개 더 쓰고, 더 이상 머리를 쥐어짜도 세 번째 글은 쓰지 못하다가 어영부영 일주일을 넘겼다. 이러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되겠다는 생각에 새로 쓴 글과 전에 쓴 글을 슬쩍 끼워 넣어 다시 제출을 했다. 공개된 심사 기준 같은 게 없어서, 기획 의도의 참신성을 많이 보는 것 같아 기획안에 신경을 쓰긴 했다.
‘또 떨어지겠지, 떨어지면 다시 도전하지 뭐.’ 마음을 비웠다기보다 약간은 자포자기 심정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역시 빠른 메일이 도착했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잉~ 합격이라고??’ 기대를 안 해서인지 기쁨은 두 배. 이게 뭐라고 도파민이 머릿속에서 폭죽처럼 터졌다. 브런치 작가 타이틀을 획득한 것만으로 지력이 한 10은 오른 것 같다.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지만 괜한 호들갑이란 생각에 조용히 혼자서 자축을 했다.
그렇게 기쁨에 취해, 글을 쓸 생각을 하지 않고 ‘작가의 서랍’에 있는 심사용으로 쓴 글을 하루에 하나씩 올리며 일주일을 버텼다. 서랍에 있는 글도 바닥나고 이제 각 잡고 글을 올려야 할 상황이 왔다. 그런데 글을 쓸 수가 없다. 블로그를 할 때는 하루에 몇 개씩 글을 써서 올렸는데 브런치에선 그게 안된다.
블로그가 내 글을 망쳤다.
글의 내용보다 검색 알고리즘, 조회수, 키워드 최적화 같은 것에 휘둘렸다는 자각이 들었다. 그동안 블로그에 썼던 글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재활용도 안된다. 그도 그럴 것이 블로그의 글은 단편적인 정보성이지만 브런치는 그렇게 글을 쓰면 안 될 것 같다.
브런치에 툴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라인이 보인다. ‘브런치 북’ 또한 단순한 카테고리가 아니라 하나의 주제로 진득하게 글을 쓰라는 무언의 압력이 있다. 이런 것이 낯설고 두렵다. 하지만 분명한 건, 보이지 않는 브런치의 시스템이 나를 진정한 작가로 이끌고 있다.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글을 쓰고 싶다. 단순히 글을 올리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을 담고, 문장을 다듬고, 독자와 진심으로 연결되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다. 그게 어렵다는 걸 알기에, 지금은 더디더라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쓰고 있느냐일 테니까. 그걸 브런치를 통해 배우고 있다.
추신.
브런치 선배 작가님, 이 글을 읽으셨다면
브런치에서 작가로 오래 살아남는 팁이나,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댓글로 들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초보 작가에게 큰 힘이 될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