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 중에 영접하는 그분 - DMN과 별빛의 순간

by 잉여력만렙 휴미씨

왜 샤워를 하는 동안에는 오만가지 신박한 아이디어가 쏟아지다가, 수도꼭지만 잠그면 그 좋은 아이디어가 모두 휘발되어 날아가 버릴까?


우디 앨런의 영화 『로마 위드 러브』를 떠올려보자. 남자는 샤워할 때마다 기가 막힌 오페라를 부른다. 동네 사람들의 추천으로 그는 오페라 무대에 서게 되는데, 문제는 딱 샤워할 때만 노래가 나온다는 것이다. 고육지책으로 오페라 무대에 전례가 없는, 무대에 샤워부스가 등장하고 남자는 샤워를 하며 공연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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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키메데스 또한 목욕을 하러 탕에 들어가다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알몸으로 뛰쳐나가며 "유레카"를 외쳤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도 샤워 예찬론자이다. 김 의장은 카카오톡을 비롯해서 중요한 아이디어를 샤워를 통해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칸트는 매일 같은 시간에 산책을 했던 것으로 유명하며, 에디슨, 아인슈타인 등 많은 창의적 인물들이 무의식적인 순간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사실상 그 순간은 우리 의식이 목적지에 집착하지 않을 때, 무의식이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낼 기회를 갖는 시간이다.


빅데이터 전문가 앨런 가넷은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에서 이를 ‘샤워 순간(Shower Moments)’이라고 불렀다. 우리 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네트워크가 있다. 이것이 바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다.


집중하지 않을 때

목적 없이 움직일 때

반복적이고 단순한 일을 할 때

이 회로가 켜진다.


그리고 무의식 속에 저장된 조각들을 꺼내어,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낸다. 좌뇌의 분석이 잠시 멈추면, 우뇌가 무대 위로 올라와 자유롭게 춤을 춘다. 그때 우리는 ‘천재의 번뜩임’을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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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뇌과학적 원리는 타로카드의 상징체계 속에서도 그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별(The Star) 카드. 별빛 아래 한 여인이 항아리의 물을 강물과 대지 위로 자유롭게 붓고 있다. 물은 무의식과 영감, 강물은 집단적 흐름, 대지는 현실을 뜻한다.


이 장면은 DMN이 작동하는 순간과 닮았다. 억지로 쥐지 않고, 흐름을 방해하지 않을 때, 내면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물이 현실과 만나 새로운 생명을 만든다. 별빛은 우리가 알 수 없는 차원에서 내려오는 통찰의 은유다.


DMN은 ‘놓을 때 연결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별 카드는 ‘흘려보낼 때 채워진다’는 진리를 말한다. 둘 다 공통적으로, 집착이 풀릴 때 창조가 열린다는 원리를 품고 있다.


따라서 명상이 양치기 개를 풀어 양들을 한 곳으로 모는 것이라면, DMN은 울타리를 열어 양들을 자유롭게 풀어놓는 것이다. 그 풀밭에서 별빛이 내려앉은 황금 양털을 발견하는 순간, 그것이 우리가 경험하는 ‘창의적 순간’이다.




영화 로마 위드 러브의 샤워 오페라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