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육아휴직 1년(제주살이 6개월) 전/후로 바뀐 나의 생각에 대한 것이다.
육아휴직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회사 편향(?)의 삶을 살고 있었다. 출퇴근 거리가 멀었기(편도 3시간) 때문에 집에 늦게 와서 잠만 자고 다시 출근하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와이프는 그냥 회사 근처에 원룸을 구해서 지내라고 조언해주었다.
돌이켜보면 그건 또 한 명의 회사형 인간을 만드는 지름길이었다.
내가 회사 앞 원룸에 있으며 주말부부를 했던 3년 동안 완벽히 회사 중심의 삶을 살았다. 퇴근해서 원룸에 가봐야 할 일이 없으니 그냥 회사에서 일을 하며 늦게 퇴근했다. 일은 늘 넘쳤고 스트레스에 내 정신도 한계를 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와이프가 꺼낸 휴직/퇴직 이야기에 드디어 나는 회사를 향한 폭주(?)를 멈추고 나 자신을, 나의 삶을 되돌아봤다.
회사 죽돌이(?)로 불리며 살던 나의 생활은 사실 생산적인 삶이 아니라 파괴적인 삶이었다.
일 기준으로 생활하다 보니 삶 전체를 살피지 못했다. 물론 회사 내의 평가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게 과연 삶 전체로는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 사실 그것 자체를 고민하지 않고 살았다.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나는 내 삶과 생활에 의문을 가졌다. 일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늘어나고 있었고 신경 써야 할 영역은 확장되고 있었고 회사에서 역할은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이러다간 정말 내 진짜 삶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나를 깨웠다. 나는 그때부터 탈출 계획을 생각하게 됐다.
이런 구조(긴 출퇴근, 원룸 생활, 주말부부) 속에서 작은 변화는 큰 의미가 없었다. 나는 모든 걸 집어던지고 도망치기로 했다. 그때는 그게 도피라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면 그건 회복이자 정상화의 과정이었다. 너무 회사에만 집중하고 매달려 균형을 잃어버렸던 삶을 바로 잡는...
나는 비정상적인 삶을 피해 제주도로 갔다.
그렇게 도망치듯 갔던 제주에서 나는 오히려 진짜 삶을 찾았다. 나라는 인간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고 어떤 존재인지 이해해갔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살아갈 나머지 삶의 방향을 정리하게 됐다.
모든 것이 새롭게 보기 시작한 것은 중요하다고 믿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고부터이다.
없어선 안된다고 믿었던 것이 실제로는 없어도 된다는 걸, 과거에 대한 후회와 원망 그리고 미래에 대한 고민과 걱정들이 별로 영양가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허상을 쫓고 있었고 중심 없던 삶을 살았기에 내가 하는 행동과 결정로 인해 오히려 점점 길을 잃어 간다는 걸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는 뭔가 해야 한다고 인생에 중요한 것들은 이런저런 것들이라고 배우고, 알고 있다고 믿는다.
근데 그런 것들이 진짜, 정말, 진실로 나에게 중요한 것일까? 혹시 그저 누군가에게서 강요되고 그 의지가 전달된 것들은 아닐까? 그 부분을 좀 가만히 시간을 가지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빨리 달리고 있을 때 주변을 둘러볼 여유와 편안함은 없다. 잠시 달리기를 멈추고 가만히 서서 시간을 가지자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살면서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질문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진정 원하는 건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런 고리타분해 보이는 질문을 할수록 반대로 그동안 내게 강요되었던 압박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들의 실체를 파악하고 이해할수록 내 삶은 나를 중심으로 또렷해져 갔다.
이런 강요와 압박들의 가장 쉬운 예는 바로 가족을 포함한 사회적 기대감이다.
굳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하는 그들의 호기심과 사회적 성공의 환상들은 어떤 대답을 요구한다. 그리고 모범답안에 답하는 모습이 강조된다. 이런 성공은 사회가 강조하는 가치와 밀접하게 관계가 되는데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단연코 돈이다.
버는 연봉이 얼마고, 사는 집이 얼마고, 타는 차가 얼마고, 걸치고 있는 물건이 얼마인지는 자본주의 성공의 지표가 되었다. 돈으로 성공을 증명해야 하는 피곤함은 자본주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숙제이다. 분명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돈이긴 하지만 교환의 의미 외에 삶 전체를 비교당하는 계산기로 쓰일 때는 고통일 뿐이다.
이런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요청(?)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결국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한 중심이 잡혀있어야 한다. 남들이 하는 이야기들의 실체가 결국 그저 그들의 머릿속에서 생겨나고 만들어진 그들의 의견, 취향, 믿음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답을 밖에서 찾고 남들에게 듣고자 한다면 결코 진짜 정답을 찾기 힘들 것이다. 답은 내 안에 있었는데 그게 저~기 어딘가 숨겨져 있는 줄 알고 헤매고 있는 건 아닐까?
제주에서 나를 찾기 위해 보낸 시간을 통해서 나는 내 삶의 기준으로 삼을만한 가치들을 찾고 나침반으로 삼기로 했다. 스스로 삶에 답하지 않으면 답을 베껴야 할지도 모른다. 그건 내 것이 아니다. 삶 자체는 불확실하고 정답이 없지만 내 생각을 기준으로 해야 진짜 내 삶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