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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둥오리 Mar 20. 2017

그대로의 멋, 한림 엔틱카페 '엔트러사이트'

혼자 하는 여행 #2

좋아서 떠나는 제주 여행,  


꾸밈 없는 그대로의 멋을 가진 카페. 

엔트러사이트(Anthracite)를 찾아 길을 나섰다.  

지난 번, 비양도에서 카메라 렌즈가 망가진 탓에  

아이폰이 그 역할을 대신해 톡톡히 한 몫을 해줬다.






엔트러사이트를 찾기 위해 택시를 탔다. 

오는 동안 택시 아저씨가 하신 말씀,  


"엔트러사이트 거기는양 주소랑 간판이랑 마랑

아무 것도 어신디 사람들이 무사 겅 촞아가는 줄 모르쿠다게"

("엔트러사이트 거기 주소도 없고, 간판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데 사람들이 왜 가는지 모르겠네")  


손님들을 하도 많이 태워다 주셨는지, 

타기도 전에 엔트러사이트? 라고 알아채신 아저씨. 

제주도 사투리가 정말 구수하셨다.

(반은 알아듣고 반은 못알아 들었지만..)





카페 외관을 처음 본 나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이 공장 같은 곳이 카페라니. 

간판도 주소도 이름도 아무것도 없었다.





적어도 몇 수십 년은 지난 것 같은 이 건물은 

예전에 제분 공장으로 쓰였다고 한다.  

공장이 있던 자리에 어떻게 카페를 차릴 생각을 했는지 

인간의 도전과 아이디어는 정말 무궁무진 하다.





카페 내부에 들어오니 또 2차 충격. 

예전에 쓰이던 공장 기계가 적나라하게 보존(?) 되어 있었다.





기계와 공장, 꾸밈 없는 그대로의 멋을 가진 

이 곳에서 사람들은 그들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커.알.못녀의 커피 맛 보기,  


카페에 왔으니 커피 맛을 봐야지. 

이곳을 사람들은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지, 

자리가 한 두 자리 겨우 있을 정도로 붐비고 핫했다. 

역시 입소문이 최고인가. 





이곳에서 사람들은 꼭 빵을 같이 시켰다. 

휘낭시에와 마들렌, 스콘, 파운드, 케익이 유명하다. 

아쉽게도 배가 부른 관계로 빵은 패스.

(나름 절제할 줄 아는 여자)






커피를 잘 모르는 나에게 커피 종류를 고르라는 것은  

남자들에게 수많은 레드 립 중 말린 장밋빛 립스틱을 고르라는 것과 같다.  

그렇게 고민을 하다 고른 커피는 

"나쓰메 소세키 아메리카노" 

사실 아직도 뭔지 모르겠다.(ㅋㅋ) 






커피가 나오는 동안, 옆에 있는 책장을 구경했다. 

카페 사장님도 여행을 좋아하시나보다. 

각종 여행 관련 서적 중 '만화가의 여행' 이란 책이 눈에 들어왔다. 

모로코, 스페인, 프랑스의 구석구석을 스케치하며 다닌 여행서적이다.  


언젠간, 정말 가고 싶은 스페인.

(스페인을 다녀 온 지인 중 별로였다고 하는 지인이 한명도 없었다) 

여행을 다니며 스케치로 기록을 남기는 게 나의 큰 꿈이어서 더욱 눈길이 갔다.   


한 때  제주도에 혼자 여행을 처음 왔을 때, 

그림을 그리겠다고 새 스케치북을 들고 다니다가 

하루 만에 버스에 두고 내린 기억이 난다. 

그 뒤로 수소문을 해봤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다시 그림여행을 시작 해 봐야 겠다)




나는 매장 끝 쪽, 창가쪽에 자리를 잡았다. 

구석구석 숨어있는 꾸밈 없는 그대로의 멋. 

엔트러사이트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사실, 엔트러사이트는 편한 카페는 아니다. 

구석지고, 편한 카페를 좋아 하는 나에게  

엔트러사이트는 너무 오픈된 장소였고, 자리 또한 딱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느끼는 그런 불편함들. 

그 또한 엔트러사이트의 멋이라고 생각한다.  

꾸밈없는 그대로의 멋.  





이게 그 나쓰메 소세키 아메리카노다. 

나에게 커피는 아메리카노 or 단 커피이기 때문에 

사실 원두가 뭐가 좋은지, 맛이 다른지 모른다. 







커피를 후루룩 먹고, 밖으로 나와  

들어갈 때 보지 못했던 의자를 하나 발견했다.  

 

흔히, 어린 아이들을 훈육할 때  

"생각하는 의자" 라는 훈육 방법을 사용한다. 

아이 스스로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생각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카페 외부, 내부의 모든 의자들이 

생각하기 좋은 의자였고, 생각하기 좋은 시간이었다.   


글을 마치며, 

꾸밈없는 그대로의 멋을 가진 엔트러사이트. 

생각하기 좋은 시간을 갖고 싶다면, 이곳으로 가길



또 다른 여행기를 보고싶다면 : https://goo.gl/Uu1G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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