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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쇼 Oct 28. 2018

Don't go 핥기의 전설같은 그녀(실화)03

두 얼굴의 그녀

내가 우리 회사를 좋아하는 이유는 수평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대리, 과장, 부장 같은 직급이 없고 셀장, 팀장 같은 직책만 있을 뿐이다. 직급이 없기 때문에 서로 존댓말을 썼다. 


 ㄴ팀장 : 이번 신규 게임 기획안에 이 부분 이거 왜 이렇게 한 거예요? 

ㄴ동휘 : 아 그거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라고 말씀하셨어요. 

ㄴ팀장 : 뭐요? 

ㄴ동휘 : 아아 아니 그게 아니고요 그 우리 팀 이하나 님. 이하나 님이요. 우리를 구원하신 하늘에 계신 그 하나님 아니고요.   


님! 님이었다.. 이름 뒤에 님을 붙여서 서로를 불렀다. 무슨 채팅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님~ 무슨 님~ 처음에는 너무 어색했다. 이름을 부를 때마다 내 손발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도무지 적응이 안 되었다. 


님 문화. 서로를 존중 할 수 있는 문화. 너무 좋았다. 처음엔 손발이 오그라들엇지만.


수평 문화지만 결국 나이라는 벽이 있고 연차라는 것이 존재했다. 프로젝트는 이 나이와 연차가 높은 사람들이 주로 맡았다.  바로 그 사람들을 PL(프로젝트 리더)이라고 불렀다. 이 PL은 아무나 할 수 없고,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 능력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자리였다. 그 인정받는 사람 중에 전설적인 사람이 있었다. 


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는 죄다 이 영선님이 PL을 맡았다.  A라는 프로젝트를 런칭하고 또 어느새 팀을 옮겨 B라는 프로젝트를 런칭하고. 그렇게 인정받기도 쉽지 않은데 어쩜 그렇게 중요한 자리를 계속 차지할 수 있는지 놀라웠다.   


능력없는 그녀가 계속 PL을 차지하는 것이 신기했다.


운명의 그날 아침. 나는 평소답지 않게 아침 일찍 출근을 했다. 미리 처리할 일이 있어서였다. 그런데 바로 그 영선님이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 영선님은 텅 빈 사무실에서 눈치를 보면서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쇼핑백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팀장 자리로 걸어갔다. 그 쇼핑백을 팀장 책상 아래 내려놓고 잽싸게 자리를 떠났다. 


출근시간이 다 되어 팀장님도 출근을 했다.


ㄴ팀장 : 동휘 님 이거 누가 자리에 두고 갔는지 알아요? 

ㄴ동휘 : 아…아… 아뇨. 


내용물은 백화점에서 산 명품 가방이었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회사에서 인정받는 비결인가? 아무리 그래도 명품 선물은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어찌 보면 그녀에게는 투자와 같았다. 이렇게 투자를 해야 자신에게 다시 돌아온다고 믿었다.   


눈치를 살피려면 제대로 보든지. 안 들키게 몰래 주든지. 나한테 딱 걸렸다.


그녀에게는 또 특별한 능력이 있었는데 바로 두 개의 자아를 자유 자재로 꺼내 쓰는 능력!   


ㄴ영선 : 민정님 

ㄴ민정 : 네 영선님 

ㄴ영선 : 있잖아 너 말이야~ 

ㄴ민정 : (이 반말 무엇? )

ㄴ영선 : 너 나랑 같은 대학 나왔더라. 내가 대학 선배니까 사람들 둘이 있을 때는 말 편하게 할게~ 

ㄴ민정 : 아….(아니 니랑 나랑 대학교 때 본 적도 없는데 이 서열 정리는 뭐지?) 

ㄴ영선 : 아? 뭐야 선배 대접하기 싫어? 


그때 울려온 전화.


ㄴ영선 : 아이고 팀장님. 아 네네. 아 그럼요. 아 당연히 제가 해드려야죠. 아이고 별말씀을요. 제가 다 준비하겠습니다. 더 필요한 거 없으신가요? 네네 또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네네 살펴가세요. 


전화를 끊고.


ㄴ영선 : 야 내가 지금 나가봐야 하니까 여기 좀 치우고 가 

ㄴ민정 : 또라이…   


이렇듯 그녀는 의사 결정권자에게 하는 행동과 말. 그리고 자기보다 어린 사람들에게 하는 짓은 완전히 달랐다.  

자신보다 연차가 낮은 사람들 괴롭히기는 세계 최강이었다.


아! 두 얼굴의 그녀에게는 다른 별명이 또 있었다. 바로 마이너스의 손. 손만 대면 다 망한다고 해서 마이너스 손이다. 그 사람이 런칭한 것들은 다 폭망 했다. 말아먹고 팀을 옮기고. 말아먹고 팀을 옮기고. 그렇게 말아먹어도 그녀의 입지는 탄탄했다. 


회사 생활은 저렇게 해야 하는 걸까?   


실력이 없으니 서비스는 호로록 다 말아먹었고. 망한 뒤에는 누구때문에 망했다고 남욕을 했다.



# 이 글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으며 일부 내용은 개인보호를 위해 변경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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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직장인 여러분들이 행복해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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