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그녀
내가 우리 회사를 좋아하는 이유는 수평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대리, 과장, 부장 같은 직급이 없고 셀장, 팀장 같은 직책만 있을 뿐이다. 직급이 없기 때문에 서로 존댓말을 썼다.
ㄴ팀장 : 이번 신규 게임 기획안에 이 부분 이거 왜 이렇게 한 거예요?
ㄴ동휘 : 아 그거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라고 말씀하셨어요.
ㄴ팀장 : 뭐요?
ㄴ동휘 : 아아 아니 그게 아니고요 그 우리 팀 이하나 님. 이하나 님이요. 우리를 구원하신 하늘에 계신 그 하나님 아니고요.
님! 님이었다.. 이름 뒤에 님을 붙여서 서로를 불렀다. 무슨 채팅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님~ 무슨 님~ 처음에는 너무 어색했다. 이름을 부를 때마다 내 손발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도무지 적응이 안 되었다.
수평 문화지만 결국 나이라는 벽이 있고 연차라는 것이 존재했다. 프로젝트는 이 나이와 연차가 높은 사람들이 주로 맡았다. 바로 그 사람들을 PL(프로젝트 리더)이라고 불렀다. 이 PL은 아무나 할 수 없고,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 능력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자리였다. 그 인정받는 사람 중에 전설적인 사람이 있었다.
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는 죄다 이 영선님이 PL을 맡았다. A라는 프로젝트를 런칭하고 또 어느새 팀을 옮겨 B라는 프로젝트를 런칭하고. 그렇게 인정받기도 쉽지 않은데 어쩜 그렇게 중요한 자리를 계속 차지할 수 있는지 놀라웠다.
운명의 그날 아침. 나는 평소답지 않게 아침 일찍 출근을 했다. 미리 처리할 일이 있어서였다. 그런데 바로 그 영선님이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 영선님은 텅 빈 사무실에서 눈치를 보면서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쇼핑백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팀장 자리로 걸어갔다. 그 쇼핑백을 팀장 책상 아래 내려놓고 잽싸게 자리를 떠났다.
출근시간이 다 되어 팀장님도 출근을 했다.
ㄴ팀장 : 동휘 님 이거 누가 자리에 두고 갔는지 알아요?
ㄴ동휘 : 아…아… 아뇨.
내용물은 백화점에서 산 명품 가방이었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회사에서 인정받는 비결인가? 아무리 그래도 명품 선물은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어찌 보면 그녀에게는 투자와 같았다. 이렇게 투자를 해야 자신에게 다시 돌아온다고 믿었다.
그녀에게는 또 특별한 능력이 있었는데 바로 두 개의 자아를 자유 자재로 꺼내 쓰는 능력!
ㄴ영선 : 민정님
ㄴ민정 : 네 영선님
ㄴ영선 : 있잖아 너 말이야~
ㄴ민정 : (이 반말 무엇? )
ㄴ영선 : 너 나랑 같은 대학 나왔더라. 내가 대학 선배니까 사람들 둘이 있을 때는 말 편하게 할게~
ㄴ민정 : 아….(아니 니랑 나랑 대학교 때 본 적도 없는데 이 서열 정리는 뭐지?)
ㄴ영선 : 아? 뭐야 선배 대접하기 싫어?
그때 울려온 전화.
ㄴ영선 : 아이고 팀장님. 아 네네. 아 그럼요. 아 당연히 제가 해드려야죠. 아이고 별말씀을요. 제가 다 준비하겠습니다. 더 필요한 거 없으신가요? 네네 또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네네 살펴가세요.
전화를 끊고.
ㄴ영선 : 야 내가 지금 나가봐야 하니까 여기 좀 치우고 가
ㄴ민정 : 또라이…
이렇듯 그녀는 의사 결정권자에게 하는 행동과 말. 그리고 자기보다 어린 사람들에게 하는 짓은 완전히 달랐다.
아! 두 얼굴의 그녀에게는 다른 별명이 또 있었다. 바로 마이너스의 손. 손만 대면 다 망한다고 해서 마이너스 손이다. 그 사람이 런칭한 것들은 다 폭망 했다. 말아먹고 팀을 옮기고. 말아먹고 팀을 옮기고. 그렇게 말아먹어도 그녀의 입지는 탄탄했다.
회사 생활은 저렇게 해야 하는 걸까?
# 이 글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으며 일부 내용은 개인보호를 위해 변경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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