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차 운전을 하는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일이 자주 없다. 어쩌다가 한 번씩 지하철을 타게 되면 제일 먼저 책을 챙기게 된다.
이제는 지하철 풍경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있다.
좌석도 임산부를 위한 좌석, 노인을 위한 좌석, 여성을 위한 배려칸, 냉방이 약한 칸 등등 참 다양한 게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다 노인층이 대다수인 거 같아 자리가 있어도 앉기가 쉽지 않다. 조금 앉아 있기 무섭게 어르신이 타면 양보를 해야 되기 때문에 차라리 서서 가는 게 속 편하다.
또 달라진 풍경중 하나가 책을 읽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거다.
예전에는 비좁은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도 많았지만 신문을 A4용지만큼 몇 겹을 접어서 읽는 사람들도 많았었다.
버스는 창밖이라도 보면 되지만 지하철은 정말 아무것도 없이 가기에는 무료하기 그지없다. 앉아 있는 사람은 앞사람과 눈 마주치기도 어색하면 그냥 눈을 감아버리면 되지만 서 있는 사람들은 창문으로 비치는 사람들과 계속 눈을 마주쳐야 하니 난감하기 이를 때가 없다.
그래서였을까? 다들 한 손에 책을 들고 읽는 것도 어색함을 이겨내려는 하나의 방법 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옆에 있는 사람은 무슨 책을 읽나 곁눈으로 흘낏 거리기도 하고, 누가 내가 읽은 책을 읽기라도 하면 반가워 말 한마디라도 붙이고 싶고 그랬었다.
슬픈 책이라도 볼라치면 흐르는 눈물을 감추느라 고개 한 번 들어 천장을 바라보곤 했는데 다 아득한 옛 추억으로 묻혀버린다.
예전 기억의 하나 중 지하철에서 문에 기댄 채 책을 읽고 있는 풋풋한 이십 대의 젊은 여자가 책을 읽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리는 거였다. 그 장면이 나에게는 너무나 신선하고 예뻐 보였다. 아마 내가 남자였으면 쫓아가 사귀자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 누가 나의 책 읽는 모습을 거기다 눈물 한 방울 살짝 흘리는 모습을 보며 설레서 쫓아오지는 않을지 하는 망상을 했었다. 그래서 책 읽는 모습도 각도가 이뻐야 하지 하며 신경을 쓰곤 했다. 말 그대로 망상이었지만.
이제는 아줌마가 다돼 그런 야무진 꿈은 없지만 틈틈이 나의 뇌를 채우기 위해 많이 읽으려고 노력한다.
운전을 할 때는 오디오북을 듣지만 마음깊이 와닿지 않아 되도록이면 종이책으로 읽는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틈내서 읽는 수뿐이 없기 때문이다. 가끔 지하철에서 책을 꺼내 읽을려치면 왠지 어색함에 주위를 한번 살펴보게 된다. 아무도 눈치 주는 사람도 없는데 왜 나는 어색함에 주눅이 드는 걸까? 시대에 뒤떨어져 보일까 봐 그런 걸까? 자연스러움이 이제는 어색함이 되어버렸다.
또한 책을 좀 읽으라곤 치면 카톡이 오거나 전화가 와서 쉽사리 집중할 수가 없다. 카톡을 보다 보면 또 다른 영상을 누르게 되고 자꾸 옆길로 샌다.
되도록이면 집중을 해 보려고 애써 무시도 해버리지만 금세 궁금해져 핸드폰을 보게 돼 버린다.
그래도 애는 써본다.
이제는 지하철에 책을 읽는 사람은 보기 힘들지만 그 한 사람이 나이길 바라면서 가방 속에 가벼운 책 한 권을 챙겨 넣어본다. 마침 책 읽기 좋은 계절이기도 하네.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제법이다. 봄 같이 따뜻하기도 하고 또 조금은 서늘하기도 하고, 조만간 기차를 탈 일이 있어 벌써부터 설렌다. 그때 읽을 책을 신중하게 고르는 시간마저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