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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선 Mar 26. 2019

01. 어서 오세요

하랑이네 퍼링가게입니다.

    어서 오세요, 하랑이네 퍼링가게입니다. 처음이신가요? 일단- 오셔서 반가워요. 제 부비적도 좀 받아주시고, 엉덩이 팡팡도 좀 해주시겠어요? 아 기분 좋네요. 골골골골. 

 하랑이네 퍼링가게의 주인은 김하랑, 11살, 러시안블루, 이상형은 처음 보는 사람, 특기는 골골송, 취미는 꾹꾹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개냥이', '접대냥'의 표본 그 자체다. 하랑이는 누구든 사랑하고, 누구에게나 사랑받는다.

 

무언가를 원하는 눈빛

하랑이는 펫샵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고양이였다. 어깨에 땜빵을 가지고 있어 펫 샵 주인분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상품 가치가 떨어져' 입양이 안되니 항상 지나가며 하랑이를 보는 오빠에게 '싸게 줄 테니' 데려가라고 하셨다고 한다. 오빠는 그 말에 화나서 하랑이를 데려왔다.

 그렇게 오빠는 하랑이와 봄이와 1년간 자취방에서 살다가, 본가로 들어오며 고양이들과 함께 들어왔다. 하랑이는 오자마자 넓은 집에 감탄하며 우다다를 해대다 누워서 뒹굴거렸고, 처음 보는 나에게 그르릉거리며 다가와 반가워, 너도 오늘부터 내 친구야.라고 부비적댔다. 하랑이가 보자마자 날 사랑한 것처럼 나도 보자마자 하랑이와 사랑에 빠졌다.

하얀색 땜빵. 저 부분은 털이 안난다. 저런 부분이 몸에 세네개쯤 된다.

    우리 집에 함께 살던 하얗고 늙은 강아지 윤이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을 것이다. 갑자기 처음 보는 생명체 둘이 들어와서 집주인 행세를 하고 다녔으니. 가끔 4차 대전이 일어난다면 이런 느낌일 거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싸우긴 했지만 누구 하나 유혈사태는 없이 끝났었다. 단 하루 빼고.

 그날도 어김없이 이야옹 소리와 멍멍 소리가 치열하게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그러다 평소와는 좀 다른 소리가 온 집안에 울려 퍼졌다. 이건 하랑이가 사고 친 소리였다. 윤이가 아파하는 소리였다. 방에서 후다닥 달려 나가 보니 윤이의 새까만 코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하랑이는 쇼파 위로 도망간 지 오래였다.

 윤아!라고 외치자 온 집안사람들이 뛰쳐나왔고, 그래도 되는지 안 되는지도 모른 채 윤의 코에 후시딘을 아주 살짝 바르고 코를 핥지 못하게 계속 감시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윤의 눈을 보며 내가 미안하다고 몇 번을 사과했는지 모르겠다.

 그 날 이후 집에 전쟁은 사라졌다. 평화가 찾아온 것처럼 보이는 냉전기였다. 서로가 서로를 철저하게 무시했다. 적어도 내 앞에서는, 둘은 절대 싸우지 않았다.

윤 꼬리에 풍선 세게 묶은거 아닙니다..

   그렇게 하랑이의 집 입성은 쉽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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