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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선 Mar 27. 2019

02. 환영합니다

하랑이는 고양이 아니야. 하랑이야.

    하랑이는 보통의 고양이가 아니다. 하랑이는 하랑이다. 고정관념 속에 있는 고양이의 모든것을 타파하는게 하랑이다. 사람을 좋아하고, 외로움을 엄청 타며, 혼자 있는 것을 제일 못하는게 하랑이다.
 학교에서 과제하느라 밤새고 들어가면 머리 위에서 본인의 모든 면을 나에게 밀착시키고 자려고 노력했다.


잘잔다.

    몇년 전에 처음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와 아이들이 나 없는 1박2일을 보냈다. 여행에서 돌아와 집에 들어간 순간, 봄이는 온몸으로 삐짐을 티냈다. 멀리 떨어져서 노려보지만 손이 닿는 곳에서, 만지다가 안만지면 또 노려보고, 미안하다고 말하면 평소와 다른 울음소리로 삐졌음을 티내고 있었다. 하지만, 하랑이는 어디갔다 이제오냐며 다리에 어깨에 목에 꼬리를 감고, 쓰다듬는걸 멈추면 큰소리로 울며 내 온몸 구석구석에 털칠을 했다. 고정관념 속에 고양이는 사람을 반기지 않지만, 반가우면 반갑다고 말하는 고양이라니. 아주 매력적이야.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나머지 집에 오는 모든 사람은 본인의 친구다. 언제 봤건 몇번 봤건 상관하지 않고 그냥 다 반가운 친구다. 꼬리를 아무에게나 감고, 등을 아무에게나 보이며, 퍼링(골골송)을 아무에게나 부른다. 이렇게 사람좋아하는 하랑이가 딱 한번, 친구가 놀러왔을 때 그 친구를 피한 적이 있었다. 하랑이가 어딜 가던 따라다니면서 말을 걸고 만졌는데, 그래서 그런가 하랑이는 장롱 뒤에 숨어 그 친구가 갈 때 까지 경계했다.

 사람을 피하는 김하랑이라니!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옵션이었다. 이 와중에 친구가 다가가는게 아니라 내가 다가가면 가만히 있는 김하랑이, 9년만에 본 사람 피하는 김하랑이 너무 귀엽고 웃기기도 했다. 

나 쟤 싫어 집사양

    

    인생을 하랑이처럼 살면 참 편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본인이 그은 선을 기준으로 넘어오면 피하고, 선 밖에 있는 사람들은 다 좋다. 하랑이의 선은 너무나도 조그만해서 본인 앞 발 정도의 선이지만, 그 선을 기준으로 좋은사람과 나쁜사람. 그리고 그 사람의 나쁜 점을먼저 보는게 아니라 좋은 점만 먼저 보는 그런 인생. 그렇게 살아야겠다. 좋은 것만, 좋은 점만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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