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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선 Mar 28. 2019

03. 저희 가게 주 메뉴는요

김하랑 뱃살 예찬론

    하랑이는 맨 마지막으로 쟀을 때 몸무게가 6.8kg 였다. 지금은 시간이 좀 흘러서 살이 조금 더 쪘는지, 빠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몸무게가 몸무게인지라 나는 '고양이 확대범'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김하랑은 뱃살을 얻었다. 하루는 하랑이의 뱃살이 너무 걱정되어서 병원에 가서 이게 복수가 찬건가요, 탈장인가요, 뱃살인가요? 하고 물었는데, 의사선생님의 표정과 단 한마디에 모든 것이 날아갔다.

 "이건 고양이 뱃살이에요. 참 부드럽죠?"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다행히도 병원에서 하랑이의 몸무게도 아직 괜찮다고 했다. 기적은 항상 우리 주위에 있다더니 사실이었다. 그래도 물론 다이어트는 필요한 상태지만, 아직은 괜찮다니! 대단해 하랑쟝!

몸을 말고 자도 하랑이의 뱃살은 티가 난다.

    고양이 뱃살은 마치 찹쌀떡과 액체괴물을 합쳐놓은듯 한 촉감이다. 말랑말랑하고, 쫄깃쫄깃하다. 아, 물론 물어보거나 먹어본 것은 아니다. 손으로 느껴지는 감촉이 쫄깃쫄깃하다. 뱃살이 점점 느는 것 같아 다이어트 사료를 급여했었는데, 다이어트 사료도 맛있게 먹는 하랑이를 보며 학을 뗐다. 그냥 모든 것이 맛있는거구나 하고.. 그래도 병원에서 아직 괜찮은 몸무게라고 했으니, 다이어트는 못하더라도 현상 유지를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고양이 뱃살은 엄청난 매력이 있는 부위다. 만지다보면 세상이 모두 포근해지고, 말랑해진다. 아무리 기분 나쁜 일이 있더라도 한순간에 사랑을 모두 말랑하게 만드는게 고양이 뱃살이다. 원래 고양이는 배를 만지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만지려고 시도하는 것은 내가 피를 보고싶다 라는 말과 똑같지만, 하랑이는 내가 하도 만져서 그런가 뱃살 만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그냥 하루 일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뱃살이 있는 것이 물론 안좋을 때도 있다. 박스에 들어가려다 자꾸 걸린다거나, 걸을 때 출렁거린다거나 하는 그런 단점들. 하지만 제일 안좋을 때는 내 머리 위에서 잤을 때 였다.

 머리숱이 많아서 그런가 내 머리 위에서 자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데, 가끔 자다가 내 배 위로 올라오겠다고 얼굴을 세로로 횡단하는 경우가 있다. 그 날도 얼굴을 횡단하던 날이었다. 머리에서 시작해서 얼굴을 밟다가, 뒷발로 눈 옆을 밟은 순간 뱃살이 코에 걸려 발이 미끄러지고 말았다. 덕분에 눈 아래에 세로로 유혈사태가 났고, 연고를 매일 발라서 그런가 다행히 흉은 지지 않았다.

집 사 조 아

    잘 때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당연히 있다. 가끔 하랑이는 내 손에 본인 뱃살을 올려놓고 잔다. 배도 따뜻하고, 나도 말랑하고 따뜻함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사실 오늘도 새벽 내내 그렇게 잤다. 팔은 저리지만 어쩔 수 없다.


    원래 수컷 고양이는 중성화 수술을 하면 살이 찐다고 한다. 게다가 하랑이는 내가 고양이에 대해 무지할 때 먹였던, 별로 안좋은 등급의 사료를 먹고 살이 더 찐 것 같다. 전에 썼 듯 하랑이는 원하는게 있으면 나에게 바로바로 말하는 타입이라서 이제와서 다이어트를 시키자니 밥이 없으면 귀에 대고 우와웅 하고 울어대기 때문에 밥을 안줄 수도 없다. 그래서 결심했다. 고양이의 뱃살을 즐기기로.

 역시 하랑이는 이정도 커서 만질 맛이 나는거야. 역시 하랑이는 뱃살때문에 더 귀여운거야. 하고 생각하니 훨씬 편해졌다. 하랑이의 저 뱃살을 일부러 없애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다. 저것도 또한 하랑이의 유니크한 매력이니.

뱃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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