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선 Mar 29. 2019

04. 주인 추천 메뉴는요

고양이 떼놓고 워크샵 다녀온 이야기

    하랑이랑 봄이는 고양이 호텔을 못간다. 하랑이는 나를 너무 좋아해서 내가 주변에 있는 것 같은데 안보이면 몇분 몇시간이고 울어대기 때문이고, 봄이는 아예 문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그래서, 밥을 많이주고 물을 많이주고, 장난감을 꺼내주고 가는 수 밖에 없다.  

    작년에는 회사 워크샵을 3박 5일로 다녀왔다. 올해는 4박 5일로 다녀올 예정인데, 작년의 에피소드가 떠올라 써보려고 한다. 

떠나기 전, 붙어있는 김봄

    내 생에 고양이와 제일 오래 떨어져 있는 때였다. 1박2일씩 여행때문에 집을 비운적은 있어도 3박 5일이라니! 3박 5일이라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 그래도 회사 워크샵인데 가야지. 하면서 출발 전 아이들과 붙어있기도 하고, 쓰다듬어 주기도 하면서 애들이랑 다녀올게 하고 작별을 고하고 있었다.

 물도 채워주고, 밥도 평소보다 많이 주고, 화장실도 깨끗하게 치워주고 새 모래로 갈아준 다음 내 눈에 들어온건 헐어가는 스크래쳐였다. 아, 이게 그래도 있어야지 하며 새 스크래쳐를 꺼내주었는데, 이게 큰 사건이 될줄은 전혀 몰랐다.

    워크샵 장소는 보라카이였다. 가서 외국의 풍경과 맛에 신기해하고있을 즈음, 간간히 생각나는 고양이 생각을 달래고 달랬다. 아이들은 잘 있겠지, 밥은 잘 챙겨먹고 있으려나, 싸우고 있진 않으려나 하는 그런 생각들.

 주말을 낀 3박 5일이라 남자친구가 고양이들을 봐주기로 했었는데, 집에 도착했다고 말 한 다음 연락이 없는거였다. 무슨 문제라도 생긴걸까 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었는데, 카톡이 한 통 왔다.

 "얘네 캣닢 뜯어서 파티 하고있는데?"

웰컴투 보라카이~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 캣닢.. 캣닢파티라니.. 집사도 없는 집에서 갑자기 분위기 핫해져서 마약파티를 하고 있던 것이다. 말리는 사람도 없었으니 얼마나 재밌었을까, 지나가는 공룡을 봤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새로운 스크래처를 꺼내줄 때 스크래처 안에 들어있는 캣닢을 내가 못보고 그냥 흘린것이다. 어딘가 구석에 떨어져 있는 캣닢봉지를 아이들이 찾아내, 발톱으로 긁어서 꺼내고, 끝. 그것이 다였다.


    한편으로는 외로움 느낄 새도 없이 기분이 좋았겠구나 싶어 안심이 되다가도 너무 과다섭취(?)라서 몸에 해롭진 않을까 걱정이긴 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하랑이는 아직도 건강하니!

 그래도 사람이 그립긴 했나보다. 남자친구를 보자마자 야옹야옹대며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질 않았댄다. 너무 품에 폭 앵겨있는 하랑이를 보며 내가 집에 가도 저러겠지, 내가 보고싶어하는 만큼 하랑이도 나를 보고싶어 하겠지 란 생각에 틈틈히 기분이 좋아졌었다.


    집에 도착해서 나왔다- 하고 문을 열자마자 고양이 두마리가 미친듯이 야옹대기 시작했다. 어디갔다 이제 오냐며 원망의 목소리로, 그치만 반갑다고 꼬리는 90도로 세우고 계속 비비며 무릎에서 내려갈 생각을 않고, 누우면 배 위에서 내려갈 생각을 않고, 일어서면 다리 사이에서 지나갈 생각을 안했다. 반가우면 반갑다고 말하는 고양이라니, 역시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는걸 하랑이는 아는걸까.

 그렇게 아이들의 마약파티는 끝났다. 그 날 이후로 캣닢을 절대 주지 않았다. 지나가는 공룡을 또 볼까봐 걱정되기도 했지만, 그 날 모든 캣닢을 다 섭취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필요없다는 결론도 냈기 때문이다.

   

다녀온 후, 아이들의 돌진!

    곧 워크샵을 또 떠나야하는 시즌이 다가온다. 올해는 캣닢도 없을거고, 아이들을 뭐라 달래고 가야할지 고민좀 해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03. 저희 가게 주 메뉴는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