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선 Mar 30. 2019

05. 오늘은 휴무입니다

김하랑 꼬리 꺾인 이야기

    오빠가 입대하는 날이었다. 온 가족이 진해까지 가야하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전날 오빠네 부부의 집에서 자고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밤 늦게 돌아올 것이라는걸 알았어서 아이들에게 사고치지 말고 조심히 있으라고 당부하고 떠났다.

장롱 위에 올라가 있는 걸 굉장히 좋아했다,

    절대, 절대 울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눈물로 오빠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자정이 거의 다된 시간에 도착하여 씻고 바로 침대로 누웠다. 자기엔 아까운 기분이 들어 불도 끄지 않고 티비를 켜고 반쯤 누워있었다.

 반갑다고 침대 위로 뛰어 올라온 하랑이를 놀아주다가 하랑이의 꼬리를 발겼했다.

 꼬리가 거의 90도 정도로 꺾여있었다.


    모든 잠이 달아난 나는 어떡해, 어떡해만 연발하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때 당시 24시간 병원은 강아지 위주의 진료밖에 안했기 때문에 당장 갈 수 있는 병원도 없었다. 당장 1분 1초가 급한 상황인데 하랑이는 그것도 모르고 놀자고  달려들었다,

 이성적 판단이 되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아프면 숨긴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놀자고 달려드는거 보면 괜찮은거 아닐까? 하고. 물론 글로는 짧게 적었지만 미안하다고 울고 불며 하랑이를 껴안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성적 판단이 슬슬 될 때 쯤에 내가 찾은건 구글이었다.

꼬리가 거의 이만큼 꺾여있었다.

    '고양이 꼬리 꺾임', 'Cat tail' 등 모든 단어로 검색해봤는데 구글은 나에게 걱정만 안겨주었다. 꼬리도 마디마디 되어있는데, 그 마디가 꺾인게 아니고 뼈가 꺾인거라면 썩기전에 꼬리를 잘라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무서웠다. 나의 부주의는 아니지만 나와 지내다가 하랑이가 그렇게 되는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또 울며 불며 미안하다고 백번 사죄의 말을 하고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여덞시가 좀 넘은 시간, 하랑이를 캐리어에 넣고 바로 동물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울 것 같았다. 미안하고 병원이 싫다고 야옹대는 하랑이를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엑스레이 결과는 그래도 희망적이었다. 꼬리 뼈 자체가 꺾인게 아니라 마디가 꺾인거라는 것. 하지만 그 다음에 오는 말이 나를 울렸다. 거의 80%의 확률로 하랑이는 이렇게 평생 살아야 한다는 것.

 내탓이구나. 라는 생각에 눈물이 나버렸다. 의사선생님도 같이 간 남자친구도 당황했지만 아무도 위로하거나 말리지는 않았다. 그런 상황에 위로하면 더 울어버린 다는 것을 알고있었기 때문일까, 그것은 잘 모르겠다.


    그 틈새를 타 하랑이는 의사선생님이 절대 저기만은 가지 말라던 복사기 뒤로 들어갔다. 의사선생님이 당황해서 쟤 어떡하죠 라고 물어보실 때, 나는 울다 말고 이럴줄 알았다는 듯 간식 봉지를 꺼내 흔들었다. 하랑아 이거 먹자- 라는 말에 하랑이가 바로 달려왔다. 그렇게 싫어하던 의사선생님 앞에 와서 아주 얌전히 앉아있었다.

 그 장면을 본 의사선생님이 딱 한마디 하셨다.

 "하랑이는 참.. 개같네요."


    그리고 하랑이는, 언제 아팠냐는 듯 지금은 너무 올고 곧은 꼬리를 자랑한다. 20%의 고양이가 되었다.

간식을 뜯어내겠다는 곧은 심지만큼 곧은 꼬리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제와서는 꼬리 꺾였을 때 해리포터인줄 알았다면서 호그와트 고양이가 될 수 있었는데 아쉽다는 소리나 지껄이고 있지만, 만약 하랑이가정말 해리냥이 됬다면 죄책감에 하랑이 얼굴을 도저히 쳐다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랑아, 건강해서 고마워.


매거진의 이전글 04. 주인 추천 메뉴는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