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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선 May 01. 2019

16. 성격이 전혀 다른 두 고양이

고양이도 성격이 다 다르다


     한창 '사바사'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지금도 쓰는 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에서는 쓰는 사람이 없으니 과거형으로 적었다. '사람바이사람', 사람에 따라 다 다르다는 뜻인데, 나는 이걸 고양이들은 다 '냥바냥'이라고 바꿔서 말하고 다닌다.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고양이보다 더 고양이같은 김봄,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고양이보다 덜 고양이같은 김하랑. 아주 성격이 다른 두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다 보니 고양이는 이렇다, 저렇다 하는 고정관념이 많이 없어졌다.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적용되는 모든 것은 두 마리 모두에게 적용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캣닢을 좋아한다, 목덜미를 잡으면 가만히 있는다, 장난감을 보면 잡으려고 노력한다, 약 먹는걸 굉장히 싫어한다 등등..

 장난감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움직이는 것을 보면 잡는다' 라고 적으려다가 장난감으로 우회하여 적은 것은 벌레를 본 두 마리의 반응이 굉장히 다르기 때문이다. 하랑이는 나방을, 초파리를, 모기를, 심지어는 바퀴벌레와 말벌까지 다 잡으려고 노력한다. 예전 집에서는 자고 일어나면 바닥에 죽은 바퀴벌레가 있기도 했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름 모를 벌레의 다리'만' 바닥에 떨어져 있던 때도 있었다. 아파트에서 살 때는 베란다로 들어온 말벌을 잡겠다고 베란다에서 점프를 해대는걸 발견하자마자 하랑이를 격리시키고, 청소기로 말벌을 빨아들여 없앴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봄이는 세상 모든 벌레를 싫어한다. 새벽에 갑자기 억울한 울음소리를 내며 침대위로 올라온 봄이때문에 놀라 우선 애를 진정시키고 불을 켜서 침대 아래를 확인해보니,
 모기가 한 마리 있었다. 저 모기놈이 우리 봄이를 괴롭혔구나, 우리 애를 물으려고 했구나. 갑자기 열이 받은 나는 당장 모기에게 태형을 선고했다.

쫄아썽



    얼마 전의 일이었다. 출근을 위해 머리를 말리던 내 옆으로 봄이가 눕고, 그 뒤로 하랑이가 누워있었다. 정확한 표현으로는 방바닥에 널려있었다. 머리를 다 말리고 널려있는 아이들이 귀여워서 쳐다보고 있었는데, 봄이가 갑자기 호다닥 일어나 침대위로 뛰어갔다. 무슨일인가 상황파악이 안되던 순간, 하랑이가 봄이가 있던 자리에 뛰어가 앞발질을 시작했다. 아, 벌레구나. 하랑이가 빤히 쳐다보던 곳을 쳐다보니 새끼 손톱만한 벌레가 한 마리 기어가고 있었다. 그 벌레는 물론 나에 의해 잡혔다.
    같은 벌레를 보고 봄이는 도망가고, 하랑이는 잡으려고 한다. 봄이는 겁이 엄청 많고, 하랑이는 겁이 없다로도 해석된다. 그래서 우리집 생활꿀팁도 등장했는데, 봄이가 어딜 빤히 쳐다보고 있으면 그냥 봄이가 아무 생각이 없다는 뜻이고, 하랑이가 어딜 빤히 쳐다보고 있으면 그 곳에 벌레가 있다는 뜻이다.


    하랑이는 가끔 예민하거나 겁이 더욱 더 없어지는 날에는 모기까지 잡아줘서 내 삶의 질을 한껏 여유롭게 만들어준다. 물론 모기를 잡으려고 할 때마다 심장사상충의 위험 때문에 쳐다보고 있으면 내가 가서 잡지만, 어디 있나 발견해 주는 것 만으로도 굉장하다고 생각한다. 봄이는 갑자기 뛰어서 어딘가로 사라진다면 그 근처에 벌레가 있다는 뜻이라서, 온몸으로 여기 벌레! 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나도 벌레를 잘 잡고 안무서워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하랑이와 봄이가 있으면 내가 처리해야지 라는 일말의 책임감 때문에 조금 더 강해져서 너희는 이런거 못잡지! 라고 괜히 생색내곤 한다.
 

고양이는 가끔 벌레나 쥐를 잡아다가 집사에게 자랑한다고 한다. 이런 고양이의 보은을 한번도 받아본 적 없지만 내가 조금이나마 더 강해지게 하는게 고양이의 보은이라고 한다면 다른 성격의 고양이의 보은을 매일매일 받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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