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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선 Apr 30. 2019

15. 아픈 사람한테 약한 고양이

집사가 아픈 이야기

    갑자기, 정말 갑자기 감기에 걸려버렸다. 아직 옴팡 온건 아니지만 머리도 아프고, 기침도 슬슬 나고, 목도 칼칼하다. 말을 하다 보면 목소리가 점점 갈라지는걸 느낀다. 아무래도 워크샵 여독도 있고 요즘 날이 추워서 그런가보다. 아프면 일단 나 챙기기도 힘들기 때문에 고양이들에게 신경을 잘 못써주는게 사실이다. 조금의 야근을 하고 집에 가서 내가 왔다고, 나 오늘 아프다고 먼저 선전포고를 한 다음 저녁을 먹으려고 했다.

 그러다, 난생 처음 보는 광경을 보았다.

 우리 졸귀탱들.. 뭐하고있는거야 이거.. 이런 모습 11년만에 처음봤다. 역시 아프다고 징징거렸더니 아이들도 이쁜 모습 먼저 보여주는걸까 싶었다. 와, 앞으로도 이렇게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아프다고 선전포고한 날엔 하랑이는 은근히 조용히 하는 편이다. 특히 지금도 우렁차게 울어대는 하랑이도 보채지 않고 본인이 하고싶은게 있으면 직접 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놀아달라고 보채는 것도 보채지 않고 머리끈 가지고 본인이 직접 놀고, 놀다가 머리끈이 들어가면 직접 꺼내는 편이다.

 하지만 봄은 다르다. 봄은 언제든지 보챈다. 자길 만지라고 눈 앞까지 찾아와서 징징대고, 바닥에 누워서 구르고, 내가 만질 생각이 없어 보이면 앞발로 나를 긁는다.

 앞발로 긁다가 만지지 않으면 발톱까지 꺼내 긁는다. 덕분에 몸에 생긴 상처가 하나 두개가 아니지만 흰 발이 너무 귀여워 만질 수 밖에 없다. 만지기 시작하면 바로 그르릉 거리며 즉각적으로 반응해주기 때문에 나도 안정되고, 봄도 기분 좋고 일타이피지만 내가 정말 아플때는 만져줄 기운도 없다. 그럴땐 봄한테 애원하는 편이다.

 봄아 나 정말 아파. 좀만 이따가 와. 내가 조금 괜찮아지면 쓰다듬어줄게.


    내가 세상의 전부니 잘해줘야 하기 때문에 나 스스로 건강관리도 필요하다고 느낀다. 이번엔 그렇게 심한 감기는 아니니 제발 빨리 나아서 고양이들과 행복한 쓰다듬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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