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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유난히 하늘이 예뻤다.

너를 만나러 가는 길에

by 크엘

또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멍하고 머리가 무거웠다.

에휴, 그래도 어제보다는 몸이 말을 듣는 편이었다.

투덜거리며 일어나 아침을 챙겨 먹었다.


외출 준비를 마치고 용미리 방향으로 출발했다.

성묘 가는 길에 친구 장지에도 들리기로 했다. 원래대로면 오랜만에 내가 운전했어야 하는데 도저히 안 되겠어서 남편에게 부탁했다. 성묘는 명절이 되면 거의 빼놓지 않고 가는 가족연례행사 같아서 익숙한 길이었는데 뭔가 낯선 기분이었다.


그 와중에 하늘은 왜 그렇게 예쁜지... 구름도 예쁘고... 널 만나러 가는 날이 맑고 좋으니 그나마 큰 위안이 된다... 씁쓰름한 웃음을 하늘을 향해 지어 보인다. 구름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맑고 청아한 느낌이었다.



사무실에 들러 위치를 물어보고 열심히 찾아갔다. 새삼스럽게 돌아가신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았던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분들이 생각보다 자주 눈에 띄었다. 괜스레 쓴 맛이 입에 감도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들에게도 설명해줬다. 얼굴도 몇 번 봤던지라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멀리 갔다는 말이 그런 거였어? 난 아주 멀리 이사 간 건 줄 알았어~"

"응, 아주 멀리 이사 간 건 맞지."

"보고 싶어서 온 거야?"

"응, 보고 싶어서..."


할머니, 할아버지 성묘를 몇 번 가봤던지라 낯설어하며 쭈뼛거리는 않았다. 사무실에서 키우는 개를 구경하기도 하고 귀엽다며 반갑게 손도 흔들어 보였다. 알려준 길을 따라 발 밑에 돌이라도 밟고 넘어질까 조심하며 걸어가자 금세 친구에게 도착했다.


내가 아는 가장 찬란했던 그 시절의 사진과 가족들의 사랑이 느껴지는 꽃 장식들... 스르륵 주저앉았다. 조용히 술 한 잔을 따라 올리고 주변을 쓱 쓰다듬으며 그의 사진을 조용히 한참 들여다봤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고 실제로 정말 벌어진 일이라는 게 이제서야 실감 난다는 생각이 들 만도 한데 그저 먹먹하고 답답하기만 했다.


그렇게 사고가 멈춘 채로 잠시 앉아있다가 술을 조심스레 부어놓고는 돌아섰다.


"다음에도 또 올 거지?"

"응."




그곳에서 편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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