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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큰철 Apr 25. 2019

8) 술의 취향

술 안 먹는 사람이 바라보는 술

크 오늘 술이 달다~

술이 달단다. 이해를 못하겠다. 물론 달달한 술이 있다. 하지만 내 앞에 있는 이 친구는 소주를 먹을 때만 이런 이야기를 한다. 오늘 기분이 좋아서 술 먹을 맛이 난다는 이야기 일수 있다. 또는 몸 컨디션이 좋아서 술이 넘어갈 때 거부감이 없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정말로 미각세포가 활발해져서 소주에 들어간 감미료 맛이 잘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이런 게 궁금한 나는 술 알못. 술을 좋아하지도 잘 마시지도 않는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운동하던 체육관 친구들과 관장님이랑 마셨던 게 처음이다. 한잔도 채 못 먹고 벌게져서 집에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처음 먹어서 그런 거라 위안 삼았지만 본격적으로 술을 접하는 대학시절 때 내가 술에 약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술자리마다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고 파할 때쯤 동기가 깨워줘서 집에 가던 기억밖에 없다. 그러고 나면 다음날 다른 친구들은 전날 밤의 이야기로 즐거운데 나는 끼지도 못해서 억울했다. 당시는 사회생활하려면 어느 정도 술을 마실 줄 알아야 한다는 분위기여서 나는  한동안 술을 못 마시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았다.


 물을 많이 마셔줘야 한다더라, 술 먹기 전에 우유 같은 것을 먹으면 좋다더라 등 그럴듯한 설이 있으면 다 시도해봤다. 딱히 효과는 없었고 먹고 나면 잠을 설쳤다. 술이 몸에라도 좋았거나 맛이라도 좋았다면 사랑해보려고 노력을 더 했을 텐데.. 어느순간 잘마셔서 뭐하겠냐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당당히 이별 선고를 했다. “너 나랑 첨부터 안 맞았어!”


 지금은 술을 안 마신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강요하는 사람도 권하는 사람도 많이 줄었다. 요새는 사람들을 만나도 술 대신 커피를 한잔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친한 친구들은 모임 비용을 각출할 때 술을 안 마시는 것을 감안해서 깎아준다. 좋은 문화다. 얼른 더 술 안 먹는 사람이 늘어나서 술을 먹은 사람이 더 지불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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