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UNGIL큰길 Apr 10. 2021

10년 차 직장인, 서른아홉의 방황

마흔을 앞둔 직장인의 고민

 

서른아홉 출근길에 찾아온 방황


나는 나이 마흔 정도가 되면 방황 같은 건 하지 않는 줄 알았다. 나는 내가 마흔의 문턱에 들어서기도 전 지독한 방황을 시작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서른아홉의 어느날이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출근 준비를 마치고 차를 몰고 회사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유독 그날 따라 회사에 가고 싶지 않았다.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감당하기 힘든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것 같다. 


핸들을 돌려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정작 내겐 그럴 용기도 없었고 막상 떠오르는 곳도 없었다. 머릿속 생각만 가득 채운채 어느새 나는 회사 정문을 통과하고 있었다. 차를 주차하고 사무실을 향해 발걸음을 꾸역꾸역 옮기 던 중 얼마 전 은퇴를 하신 부장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김 과장,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쉽게 하는 일도 있지만, 힘들고 어려운 일도 감당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네. 근데 그런 험한 일까지 우리 월급 안에 포함된 걸세.”


평소 존경했던 부장님이셨다. 회사에서 힘든 일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하셨던 분이었는데 30년의 오랜 직장 생활 동안 힘든 순간들을 이 말을 되새기며 버텼다고 했다. 나도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종종 부장님의 말씀을 떠올리곤 했지만 그날은 크게 위로되지 않았다. 오히려 직장에서의 버팀을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같아 가슴이 더욱 답답해졌다. 어느새 나는 사무실에 도착했고, 한숨을 내쉬며 주저하면서도 이내 내 손은 컴퓨터 전원에 올라 가 있었다.


“그냥 현실에 안주하면서 이대로 살 거야? 훗날,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     


그날 이후로 이 질문이 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올라왔다. 처음 이 질문이 떠올랐을 땐 힘든 일을 마주하기 싫어서 생긴 내면의 불만이라 생각했다. 혹은 직장 생활 3년, 5년, 10년 주기로 찾아오는 슬럼프가 아닐까도 생각했다. 


점차 시간이 지나며 내 마음속 울림은 내 인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라고 여겨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지금 은‘돈을 빨리 버는 방법을 찾자’였다. 만일 부자가 되어 경제적 자유를 얻는다면 내 인생의 선택지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럼 한 가지 일에만 얽매이지 않아도 되니, 하기 싫은 일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재미있는 일을 선택할 수 있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직장 생활로는 그런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안고 사는지 궁금했다. 주변 몇몇 동료와 친구들 그리고 선배들을 찾아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부분 직장인으로 삶을 살아가는 그들 역시 돈 걱정으로 자신들의 미래를 불안해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면 좋겠지만 누구도 현재의 직장 생활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어 보였다. 각자 알고 있는 경제적 자유를 얻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한 번쯤 꿈꿨던 삶을 이야기하며 잠시 즐거워했지만, 그 시간이 얼마 가지 않았다. 현실에 가려진 벽에 직장에서 꾸준히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끝이 맺어졌다. 부자가 되어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삶도 좋지만, 안정적인 직장을 벗어나게 되면 자칫 생계 수단이 끊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더 컸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나이 마흔을 앞둔 현실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40대가 변화에 있어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니라고 해도, 20대, 30대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변화와는 무게감 자체가 달랐다. 그동안 10년 가까이 쌓아온 경력을 과감히 버리고 다른 일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용기도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한 가정을 이끄는 가장으로서 혹여나 나의 선택이 잘못됐을 경우 다른 가족들까지 고통을 받는 일이 불 보듯 뻔했다. 



작은 변화, 새로운 삶의 실마리가 되다.



아침 출근길에 찾아온 심경의 변화, 그것은 분명 나의 삶의 변화를 위한 신호임에 틀림이 없었다. 잠시 경제적 자유를 얻는 것이 곧 행복으로 이르는 길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이내 내가 생각한 행복의 조건에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경제적 자유가 내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 것이라는 전제조건은 부자가 되기 전까지 내 삶에 만족할 수 없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나는 언제인지도 알 수 없는 미래를 담보로 행복을 유보하고 싶지 않았다. 대신 현재를 살아가는 삶 곳곳에서 행복하고 만족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었다.


좀 더 고민 끝에 나는 스스로 만족스러운 삶이 어떤 삶인지 정의를 먼저 세워야 함을 깨달았다. 이를테면 ‘내 삶 가운데 어떤 상태일 때 나는 만족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인생의 극적인 변화는 아니더라도 다음 네 가지를 갖춘 삶이라면 나의 고민은 어느 정도 해결될 것 같았다.      


#1.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삶

#2. 내 일을 즐기며 보람을 느끼는 삶

#3. 건강을 유지하며, 꾸준히 발전하는 삶

#4.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삶      


이렇게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니 무엇이 중요한지 알 것 같았다. 행복한 삶은 손에 쥘 수도 없는 막연한 꿈이 아니라, 나의 삶에 소중한 가치를 지키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어쩌면 지난번 출근길에 가졌던 마음속 갈등은 작은 일에도 쉽게 흔들릴 정도로 내 삶이 견고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의 일상을 다듬어야 할지 답을 찾을 차례였다.


내가 얻고자 했던 답은 이외의 작은 행동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딱히 특별할 것이 없던 날이었다. 그런데 그 날은 유난히 아침부터 저녁까지 기분이 좋았다. 설레기도 하고 자신감이 상승했던 하루였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보통 아침에 일어나 샤워하고 머리만 대충 말리고 출근하던 것과 달리 그 날은 왁스를 꺼내 머리를 정리했다는 점이었다. 오랜만에 머리 정리를 해서 그런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꽤 괜찮아 보였다. 이참에 멋을 더 내고 싶어 가장 좋아하는 정장을 꺼내 입고 출근길에 나섰다. 한껏 멋을 부리고 출근을 하자 나의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


동료에게 좀 더 친근해졌고, 업무를 대하는 태도도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 업무를 마치고서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가벼웠다. 아침에 모처럼 머리를 정리했을 뿐인데 이 작은 변화가 연쇄 반응을 일으켜 나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 바로 이거였다. 나의 하루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특별한 행동을 찾아내는 것! 아침에 머리에 왁스를 바른 행위가 다른 행동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나의 하루에 좋은 영향을 끼칠 행동을 찾아 꾸준히 실천한다면 내 인생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왜 항상 시간이 없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