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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UNGIL큰길 Apr 12. 2021

목표가 없는데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먼저 목표부터 세우자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대학생이던 때와 비교해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더는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없다는 것이었다. 원하면 얼마든 시간을 낼 수 있던 시절은 이미 지나가버렸다. 평일 낮거리를 자유롭게 다닌 것조차 회사의 허가(휴가)를 받아야 가능하고, 방학과 같은 긴 휴일은 이제 없을 것 같았다. 취업에 성공하면 행복한 일만 가득할 줄 알았던 기대와 달리 막상 할 수 없는 것들이 먼저 떠오르자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다.


 실제로 나는 직장 생활 10년 동안 매일 회사와 집을 오가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지냈다. 이제는 직장이라는 굴레 안에서 단조로운 일상에 익숙해져 버렸다. 사회 초년 시절 느꼈던 시간적 자유에 대한 아쉬움도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가끔은 단조로움을 깨려 했던 적도 있었다. 평범한 일상에 특별한 활동을 시도해보려 했던 경험이었다. 독서에 흥미를 느껴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책을 꺼내 읽거나, 어릴 적부터 말을 더듬었던 내가 스피치 학원에 다니며 말하기의 자신감을 키워나갈 때가 있었다.  매일 규칙적으로 팔 굽혀 펴기를 하며 가슴과 팔 근육을 키워나갈 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할 때가 그런 순간들이었다. 그 순간은 삶의 의욕이 넘치고 열정이 가득했다. 특히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며, 원하는 것을 성취했을 때 나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좋았다.    


  나는 그 이유를 매슬로우의 인간욕구 5단계 이론(Maslow's hierarchy of needs)에서 찾을 수 있었다. 매슬로우의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 중 가장 높은 단계는 자아실현의 욕구이다. 자아실현의 욕구는 자신을 성장시키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자 하는 욕구이다. 독서를 하거나, 자기 계발을 할 때 만족도가 높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높은 수준의 만족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성장과 성취감을 지속해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자아실현을 위한 첫 단계는 무엇일까? 그건 삶의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 인생에 뚜렷한 목표가 있으면 좋았겠지만, 머릿속은 텅 비어있었다. 솔직히 무엇을 하고 싶은지조차 몰랐다. 그때 마침 경영대학원 ‘코칭’ 과정에서 배웠던 개인의 성장을 돕기 위해 목표와 실천 계획을 세울 때 던지는 다섯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나 자신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아무런 제약조건이 없는 상황이라는 가정하에 다음의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으려 해 보았다.    


   (1) 10년 후 어떤 모습을 하고 있길 원하는가? 10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2) 상상 속 장면이 현실이 되면 나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3) 그 모습을 실현하는 데 해야 할 일이나 무엇인가?

   (4) 그중의 가장 쉬운 것은 무엇인가?

   (5)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시간을 내어 곰곰이 생각해보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바로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이 질문들을 수첩에 적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수시로 꺼내 보았다. 그때그때 떠오르는 것들은 잊어버릴세라 수첩에 바로 적었다. 점차 시간이 지나자 10년 후 내 모습이 사진 속 한 장면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내 머릿속에 그려진 10년 후 모습은 다음과 같았다. ‘화창한 어느 봄날, 유럽의 한 도시 호숫가에 있는 전망 좋은 집 2층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무런 경제적, 시간적, 물리적 제약이 없는 상황에서 내가 상상했던 장면의 주인공이 된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상상을 하였다. 물론 이 한 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할 것이다. 돈을 모으고 휴가를 써서 단 며칠이라도 내가 상상했던 상황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은 그런 일회성 상황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그려진 모습이 일상인 삶을 사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상상한 것을 어떻게 현실로 만들 수 있을까? 나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세부 목표를 생각했다. 먼저 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가능할 것 같았지만 현실적으로 짧은 시간에 실현하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그럼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도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바로 ‘글쓰기’였다. 그래서 나는 책을 쓰겠다는 목표로 세웠다. 그리고선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책을 쓰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종이에 적었다. 이것을 10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지속했다. 그러자 처음엔 막연했던 책 쓰기가 나의 소명처럼 다가왔고, 책을 쓰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결국, 지금 나는 지금 인생 첫 책 쓰기에 도전하고 있다.




쉽고 작게 시작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자.


  나는 책을 쓰겠다는 큰 목표를 세웠지만, 글을 제대로 써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책 쓰기가 오르지 못할 거대한 산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목표를 다시 세웠다. 매일 아침 일어나 한 시간씩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얼마의 분량을 쓸지, 얼마나 잘 쓸지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글쓰기 초보자인 내가 글을 쓰면 얼마나 잘 쓰겠고, 목표 분량을 채우는 것도 별로 의미가 없을 터였다. 한 시간씩 글을 쓰는 목표를 매일 실천한다면 글쓰기 습관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글쓰기 실력은 좋아질 것이고, 매일 조금씩의 노력의 쌓여 책 또한 완성될 것이다. 나는 반복해서 점을 찍었을 뿐인데, 시간이 지나 그 점들이 모여 길게 늘어진 선이 되어있는 것이다.


  매일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목표를 세웠다 해도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목표는 내 삶의 소명인 것으로 해야 한다. 그것이 내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간절하지 않은 것을 매일 지속할 이유가 없다. 그저 좋아 보이기 때문에 한 번 해봐야지 하고 도전한 것들은 작은 역경에도 쉽게 무너진다. 그렇지만 인생을 걸고 도전하고 싶은 목표라면 역경을 만나더라도 그로 인해 더 강해질 뿐이다. 또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은 꾸준함이 만든 위대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꾸준히 떨어지는 작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꾸준히 지속한다면 큰 성공을 이뤄 낼 수 있다.


지식생태학자로 알려진 유영만 교수는 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도 현재까지 90여권의 책을 썼다고 한다. 그가 이렇게 많은 책을 쓸 수 있었던 이유로 의도적으로 반복하는 습관의 힘이라 설명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A4 한 장 분량의 글을 매일 쓰는 습관을 반복한다고 한다. 술을 아무리 마셔도 글쓰기를 잊지 않을 정도로 습관을 거르는 일이 없다. 이러한 습관을 ‘리추얼(Ritual)’이라 한다. 리추얼은 매일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습관과 달리 의식적으로 매일 정해진 시간에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어떤 경우든 자신이 정해놓은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가 남다른 성과를 만든 것이다.


  유영만 교수의 인터뷰를 읽고 나서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뜻의 사자성어 수적천석(水滴穿石)이 떠올랐다. 불과 0.5그램밖에 되지 않는 물방울이라도 오랜 세월에 걸쳐 끊임없이 떨어지면 아무리 단단한 바위에도 구멍이 생긴다. 목표가 있고 매일 반복적인 작은 노력이 있다면 언젠가는 목표를 이룰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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