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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UNGIL큰길 May 03. 2021

매일 하루 두 번의 6시를 만나다.

세상은 하루 두 번의 6시를 만나는 사람이 지배한다.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도시락을 판매하는 레스토랑 개념의 그랩앤고(GRAB-N-GO) 체인점을 만들어 개인 자산 4천억 원을 일군 한국인이 있다. 바로 스노우폭스의 김승호 회장이다. 1987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텍사스 주 휴스턴의 흑인동네에서 아버지와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이불가게에서부터 한국 식품점, 지역신문사, 컴퓨터 조립회사 등 온갖 사업에 도전했지만, 매번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김승호 회장은 총 일곱 번의 실패 끝에 마침내 세계 1위의 도시락 회사를 일구었고, 무일푼으로 시작하여 미국에 이민한 한국인 중 가장 성공한 10대 사업가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50대의 나이에 대단한 성공을 이룬 김승호 회장은, 성공의 비결 중 하나로 ‘매일 하루 두 번의 6시를 만나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하루 24시간에는 각각의 시간이 두 번씩 존재한다. 하루 두 번의 6시를 만난다는 것은 오전과 오후 두 번의 6시를 만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아침 6시 이전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승호 회장은 자신의 저서‘생각의 비밀’에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의 중요성에 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세상은 6시를 두 번 만나는 사람이 지배한다. 하루에는 두 번의 6시가 있다. 아침 6시와 저녁 6시다. 해가 오를 때 일어나지 않는 사람들은 하루가 해 아래 지배에 들어갈 때의 장엄한 기운을 결코 배울 수 없다. 누구든 일단 성공하고 건강 하고자 한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가져서 해를 맞이하고 해와 함께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 해를 보지 않고 얻은 모든 재물과 성공은 언젠가 어느 날 바람처럼 사그라진다.”  

    

  나는 대학을 다닐 때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고, 아침형 인간이 되겠다며 굳게 다짐을 한 적이 있다. 첫 며칠 동안은 새벽 5시에 꾸역꾸역 일어날 수 있었지만, 멀뚱멀뚱 책상머리에 앉은 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영어공부를 하겠다며 영어 뉴스를 읽으며, 꾸벅꾸벅 졸기가 부지기수였다. 새벽녘 잠귀가 밝은 할머니께서 내 모습을 보시며, ‘뭐 한다고 새벽부터 일어나 앉아서 졸고 있냐?’며 그냥 잠이나 더 자라고 하셨다. 결국, 그 후로 며칠을 버티지 못했고. 할머니 말씀을 잘 듣는 손주가 되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더는 새벽에 자의적으로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 때 이후 15년이 지난 후에야 나는 다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길을 택했다. 그때 나는 부서 성과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보고서 마감기한이 겨우 며칠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지만 아직 시작도 못 한 것이었다. 연말이라 처리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어느 정도 기한이 남아 있던 일을 뒤로 미루고 있었는데 다른 일에 밀려 보고서에 손도 대지도 못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내가 속한 부서가 1년 동안 쌓은 실적을 보고서에 잘 담아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서 그런지 손이 잘 가지도 않았다. 끝내 미루다 미루다 일을 집에까지 가져오고 말았다.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보고서를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우선 아침 6시 기상을 목표로 했는데 부담감이 있어서 그런지 실제 일어난 시간은 그 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간이었다. 첫날은 새벽 5시, 그 다음날은 4시에 눈이 떠진 것이다.   

 

  나는 이틀에 걸쳐 보고서 초안을 만들었다. 새벽녁 적막함과 함께 집중력이 높아져  좋은 아이디어가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보고서 쓰는 속도도 빨랐다. 그러면서 그토록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지던 일에 재미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참에 아침 1시간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굳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번엔 꼭 성공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짐했다.

 

  꼭 성공해야겠다는 각오 때문이었을까. 나는 그 이후로도 새벽 5시 정도에 어김없이 잠에서 깼고, 새 습관을 한 달 정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곧 난관이 찾아왔다. 설 명절과 함께 바로 이어 출장까지 잡힌 것이다. 나는 과거 경험을 통해 평소와 다른 장소와 생활 방식은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데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명절에 출장까지 더하면 약 2주 정도를 집에서 나와 지내야 했고, 평소와는 다른 패턴의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나는 다른 환경에서의 기상 습관을 이어가기 위한 별도의 계획을 세웠고, 각오도 새롭게 다짐했다.


  명절의 첫 3일을 처가 가족과 함께 여행하며 보냈다. 나는 새벽 5시가 되면 어두운 방 안에서 주섬주섬 가방에 노트북과 책을 챙겨 넣고 리조트 로비로 향했다. 방안에서 다른 가족들이 잠에서 깨어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한다고 했는데, 인기척이 느껴졌는지 장모님이 깨시고는 걱정을 많이 하셨다고 한다. 한겨울 깜깜한 새벽 날도 추운데 가방을 들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사위의 모습에 새벽잠을 못 이루셨다고. 나는 로비에서 책을 읽고, 글쓰기를 마친 뒤 아침 8시가 다 되어서야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설 명절이 지나고 바로 약 열흘간의 일정으로 필리핀으로 출장길을 떠났다. 낮엔 무더위에 난민 캠프 현장을 돌며 조사 활동을 벌이고, 자정이 넘게 회의를 지속하는 고된 일정이었다. 그러나 나는 새벽 습관만큼은 지키고자 노력했다. 평소처럼 기상 후 차를 마시기 위해 즐겨 사용하던 머그잔과 차도 챙겼다. 낯선 곳이라도 익숙한 물건을 가져가서 사용하면 친근감도 들고 습관을 이어가기도 좋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출장 중에는 몸의 피로도를 고려해서 기상 시간을 6시로 조정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평소와 같이 30분 정도 책을 읽고, 30분 정도는 출장 중 느낀 점을 글로 쓰는 시간을 가졌다.


  연이은 명절과 출장은 마치 나를 시험하는 일종의 관문과도 같았다. 그 관문을 무사히 통과하고 난 후에는 더 큰 자신감을 얻었고, 이후 꾸준히 새벽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나는 보통의 경우 5:30 기상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몸 상태와 상황에 따라 30분 전후로 기상 시간을 유동적으로 달리할 때도 있다. 그러나 기상 시간이 상황에 따라 바뀌더라도 일어나서의 행동은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고자 한다. 먼저 의식적인 행동처럼 차를 한 잔 마시고, 거실 테이블에 앉아 감사의 일기를 쓴다. 이후에는 주로 독서와 글쓰기를 한다. 이러한 반복적인 행동 패턴이 습관을 지속해서 유지할 수 있게 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힘든 이유는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침을 먹고 싶어 아침 일찍 일어난다는 지인이 있다. 다이어트 중이라 저녁을 거르고 있었던 그에게는 아침 식사가 이른 아침 기상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들다면 반드시 일어나야 하는 이유를 만들면 된다. 나는 보고서를 써야 하는 일 때문에 일어나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이유를 만들었고, 나의 지인은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설렘이 그 이유였다.

 

  새벽 기상이 주는 힘은 강하다. 어두 껌껌한 새벽의 적막을 느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온갖 생명이 잠들어 있는 그 순간 세상에는 오직 나 혼자뿐인 듯한 묘한 기분이 든다. 마치 세상의 주인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 시간만큼은 다른 사람을 의식할 필요도, 남을 위한 일을 할 필요도 없다.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이 된다. 새벽에 보내는 시간이 쌓일수록 나를 더욱 강하게 단련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이 때문에 새벽 습관은 수많은 사람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현재에 충실하고, 앞으로 더 나은 인생을 원한다면 새벽 습관을 만들어보자. 처음부터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도 없다. 우선 30분만 일찍 일어나 보자. 그리고 단 몇 분이라도 시간을 배분하여 반복적인 행동 패턴을 만들어보자. 단 몇 분만 투자해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찾아보면 얼마든지 많다. 그중에 자신이 흥미롭게 할 수 있는 일을 고르면 된다. 중요한 것은 이 습관이 완전히 몸에 밸 때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하겠다는 각오로 지속하는 것이다. 습관이 제대로 안착하기까지 두 달 정도가 걸리니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아침에 작은 승리의 맛은 달콤하다. 그리고 그것은 성공적인 하루를 만나게 하는 원동력이 됨을 느끼게 한다. 이제 일어나는 시간을 좀 더 앞당겨 나만의 좀 더 깊은 시간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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