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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근 Oct 01. 2019

조용히 집에 가는게 상책이다. 술값은 내고...

지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배 당하지 않기 위해서 권력을 추구... 참

세상이 이상하다. 이렇게까지 양분되지 않았는데... 8~90년대 지역감정보다 더 심하다. 그때는 신문, TV 아니면 귀로 듣는 것이 전부였는데 이젠 넘쳐나는 정보에, SNS에 뭐가 뭔지 모를 정도다. 이럴 때는 소설이 최고다. 뉴스, SNS, 게임 다 스톱하고 예전에 헌책방에서 사놓고 읽지 않고 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꺼내 들었다. 2001년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개미' 1, 2, 3부작을 5권으로 재편집한 책이다.


책 주제 흐름과 큰 상관은 없지만, 오늘 우리 모습을 그대로 거울에 비춘듯한 내용이 나온다. 열린책들 출판사 2001년 판 '개미' 2권 56P~58P 내용을 요약한다.


살인사건을 1차 해결한 형사(자크 멜리에스)가 경찰국장(샤를 뒤페롱)의 초청을 받는다. 경찰국장은 형사에게 사회적인 이미지를 가꾸어 정계에 입문하라고 권유한다.  국장은 어떤 나라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사람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면서, 복잡한 살인사건을 해결한 당신같은 사람이라면 실업을 해소하고, 변두리 우범지대를 다스리며, 사회 보장예산 적자를 줄이고' 한 나라의 지도자들이 매일 맞닥뜨리는 갖가지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에겐 두뇌를 잘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해. 요즈음엔 그런 사람들이 점점 들물어져 가고 있어"라면서 어제든지 지지해준다고 한다.  형사는 남을 지배하는 일은 피곤하며, 자기 생활도 만족하고 있다고 대답한다. 

국장은 웃으며 자기도 당신 나이때에 비슷한 생각을 가졌었지만 이젠 '남을 지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배당하지않기 위해서 권력을 추구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돈을 경멸하면 부자가 되어야하고, 권력을 경멸하려면 권력을 쥐어야 한다고 형사에게 말한다. 그래서 그는 위계의 사다리를 한 단계 한 단계 밟아 올라왔다. 그는 두자녀를 그 도시에서 가장 학비가 비싼 사립학교에 집어 넣었고, 고급 승용차를 소유하고 있으며, 자기를 떠받드는 수백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있었다. 

면담을 끝낸 형사는 경찰국을 떠나려다가 철책에 잔뜩 뿓어 있는 선거 포스터를 본다. 선거 구호는 [참된 가치에 뿌리박은 민주주의를 위해 사회 민주주의자에게 한 표를], [위기 타파! 헉약속은이젠 그만! 급진 공화파 운동과 함께 하십시요!], [범국민 녹색혁신당을 지지하여 지구를 살립시다!], [불의에 맞서 일어 나십시오! 독립 인민 전선에 동참하십시오!] 등등.

어디를 보나 그 얼굴이 그 얼굴이고, 한결같이 기름끼가 번드르르 하고 정부(情婦)를 비서로 두고 스스로를 거물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얼굴들이었다.

형사는 명예따위엔 관심이 없었다. 정치가의 삶보다는 자유로운 자기의 애정 생활과 텔레비젼과 범죄수사가 더 나아 보였다. 그의 아버지가 충고했다. "근심을 갖고 싶지 않거든 야망을 버려라. 야망이 없으면 고통도 없다". 그는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소설 주제 흐름과 크게 상관없는 내용이긴 하지만 이 페이지를 읽고 나서 한동안 멍해 있었다. 지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서 내가 권력이 되어야 하는 사람과, 그런 권력은 관심 없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이 공존하는 보기 드문 시간이다. 

그 시간 가운데 서 있는 나 같은 보통 사람은 술 한 잔 먹고 세상 이야기하면 주변에서 '맞다', '아니다' 안줏거리가 넘친다. 그런데 신기한 건, 안줏거리 제공하는 사람이 딱 반 반이라는 것이다. 

이럴 때는 조용히 가방 챙기고 집에 가는게 상책이다. 지금까지 먹은 술값은 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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