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이 이별을 이기는 순간
이른 새벽 출근하기 위해 버스를 탔다. 겨울 찬바람이 버스안까지 불어오지 않아 따뜻하다. 항상 그랬듯이 빈자리에 앉자마자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꽃는다. 클래식 채널,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부제가 '이별'이란다. 이제 2025년과도 이별인가? 그런 감상에 젖어 눈을 감아본다. 피아노는 점점 내 몸속으로 들어온다.
그러다 문득 "아, 도시락 챙겼나?" 생각이 들어 가방을 열어본다. 도시락이 있다. "휴,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음악이 끝났다. '이별'이라는 부제를 단 클래식 음악이. 음악은 끝났고 도시락은 남았다. 점심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이별'을 이겼다.
"그래, 이게 사람이지"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지나간다. 아름답고 슬픈 음악도 내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내가 배고프다고 남의 밥은 탐내지 말자. "그래, 그게 사람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