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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근 Mar 12. 2018

협업할 수 있는 프로젝트 공간

집중, 단순함이 비즈니스 성공 요인

범죄 수사를 다룬 영화를 보면 수사관들이 모든 정보와 진행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에서 일하는 모습이 나온다. 벽에는 용의자의 사진, 관련 자료 등이 붙어있고 커다란 화이트보드가 있어 동료들 간 의사소통이 쉽게 이루어진다. 2016년 개봉된 영화 「마스터」에서 그 사례를 볼 수 있다. 수사관 김재명(강동원 분)이 범죄자 진 회장(이병헌 분)을 추적하기 위해 한 공간에 모든 정보와 자료들을 벽과 화이트보드를 이용해 정리한다. 이런 공간에서는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에 따로 떨어져 있는 정보 간 연관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전쟁에서 지휘본부(commander room), 비상시 종합상황실(control center)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 영화 '마스터' 스틸 컷  (출처 : 네이버 영화 http://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145162) ]

  

디자이너는 이런 공간을 좋아한다. 책임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분야별 디자이너가 모여 스케치하고, 모형을 만들어 보면서 서로 의견을 교환한다. 벽에는 그동안 검토했던 자료들이 붙어있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지난 자료들을 보면서 다시 생각할 수 있다. 신입 디자이너가 모형을 만들고 있으면 지나가던 선배 디자이너가 조언한다. 모든 작업들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이런 공간에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다 있을 필요는 없다. 세부적인 작업은 분야별 전문가들의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는 2~3명이, 막바지 작업에는 10명 내외의 인원이 모여 작업한다. 

[ 독립된 공간에서 프로젝트 회의를 하는 모습 ]

여기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프로젝트 공간에 참여하는 인원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효율이 떨어진다. 내 경험으로는 7명을 넘어가면 그들을 관리해야 하는 업무가 추가되어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면 차라리 따로따로 일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경험 많은 책임 디자이너는 업무 진행에 따라 적절히 참여 인원을 조정함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알고 있다.

기업에서 기획이나 제안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이런 공간을 활용하면 매우 효과적이다. 그들이 머무는 프로젝트 공간은 축적된 연구 자료와 사진, 스토리 보드, 모형 등이 모두 쌓여 있어 쉽게 찾을 수 있고 한눈에 프로젝트 자료를 볼 수 있다. 프로젝트 자료들이 한 번에 시야에 들어오면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는 게 수월해진다. 또 이러한 자료는 서류철이나 노트 또는 파워포인트에 담겨 있을 때보다 창조적인 조합 작업이 훨씬 더 쉽다. 이렇게 적절히 디자인된 공간은 프로젝트 웹사이트 등을 통해 더욱 확장될 수 있다. 

               

[ 필자가 프로젝트 공간의 벽면을 이용해 아이디어와 프로젝트 진행을 관리한 사례 ]

이런 공간에 있으면 프로젝트 관련자들은 오롯이 그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다. 그 공간에 있으면 동료들과 이야기하는 모든 대화가 서로에게 프로젝트에 관한 정보가 되고, 굳이 시간을 정해 회의를 하지 않더라도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기업의 경영자들은 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라고 하면서 직원에게 이런 공간이 필요함을 못 느낀다. 자기 시야에서 일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노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일까? 정말 중요하다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직원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몰입할 수 있고 창의적인 생각이 하나라도 더 나올 수 있다. 회사가 관료주의, 대기업 병에 물들수록 임원들의 공간은 커지고 실무자들의 공간은 줄어든다. 정작 8~10시간 일하는 실무자는 채광도, 환기도 되지 않는 작은 회의실에 모여 일하고, 하루에 2~3시간 앉아있는 임원들은 창가에 넓게 자리 잡고 있다. 직원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인지, 회사의 사활이 걸려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실무자 업무 환경이 중요한 것인지 CEO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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