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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근 Jun 08. 2018

이왕 발표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

직장에서 필요한 설득기술 : 제안 발표하기

사람들 앞에서 발표한다는 것은 항상 두려움의 대상이다. 특히 그것이 회사의 수주와 관련되어 있다면 두려움은 더욱 커진다. 10여 년 동안 많은 사람의 발표를 지도하는 과정에서 발표자의 두려움 때문에 생긴 일화도 많다. 

한 발표자는 실무자와 연습할 때는 잘 하다가 임원 앞에만 서면 얼어붙어 한 마디도 못 했다. 결국, 사람들을 바라보지 말고 화면만 보고 발표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화면만 보고 발표한 제안이 좋은 평가 점수가 나올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두려움이 꼭 실패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두려움이 건강한 긴장감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 연습 때는 잘하지 못했지만, 발표 당일 고객 앞에서는 연습 때보다 더 잘 해내는 경우도 많다. 


비즈니스 제안 발표는 강의, 세미나, 제품 설명회 등의 발표와 다르다. 가장 다른 점은 청중의 태도다. 강의, 세미나 등에서 청중은 정보나 지식을 얻기 위해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제안 발표의 청중은 제안자를 비교하고 평가해 한 명을 선택하기 위해 발표를 듣는 사람이다. 이런 청중은 비판적이며 비우호적일 수밖에 없다. 평가하기 위한 청중이므로 참석자는 10명 이내며 많아도 20명을 넘지 않는다. 그리고 발표 시간도 20~30분으로 정해져 있다. 제안 발표는 정해진 시간에 적은 인원을 설득해 경쟁에서 이기는 게임이다.

이런 상황에서 발표를 서론-본론-결론 순으로 발표했다가는 참석자에게 좋은 인상은커녕 중간에 발표를 중단당할 수 있다. 제안 발표는 먼저 주장을 제시하고 나중에 근거에 관해서 설명하는 두괄식 구조가 정답이다. 두괄식으로 말할 경우 청중은 결론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고 난 후 근거에 관해 설명을 듣는다. 그러면 청중은 근거의 타당성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심사숙고하기 때문에 높은 집중력을 유지한다. 발표자도 본론을 이루는 각 쟁점에 대해서 일관성 있게 발표를 이끌어 갈 수 있다.


제안 발표는 상대방, 즉 평가자의 뇌리에 재빨리 이미지를 만들고 잔상을 또렷이 남겨야 한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칩 히스(Chip Heath)는 사람들의 뇌리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를 ‘스티커 메시지(sticker message)’라고 이름 짓고 ‘스티커 프레젠테이션(sticker presentation)’의 5가지 법칙을 제시한다.    

[ 칩 히스와 형제 댄 히스와 공동으로 쓴 책 '스틱' ]

 

1) 스토리와 예제는 프레젠테이션의 핵심이다 : 

메시지가 너무 추상적인 것은 최대 실수다. 프레젠테이션이 설득력 있는 논의를 끌어내려면 예시와 스토리가 메인이 되어야 한다. 데이터란 수천 개의 스토리를 단순히 요약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데이터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으면 스토리를 들려주어야 한다.

2) 뜸 들이지 마라 : 

머리말 따위는 저 멀리 던져버리고 곧장 행동에 돌입하라. 만일 당신이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를 내놓을 생각이라면 지루한 준비시간은 필요 없다.

3) 요점을 강조해라 :

최소한 발표 시간의 절반 이상을 잘 디자인된 시각 자료를 가지고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사용해라.

4) 감질나게 건들어라 : 

여덟 개의 설명이 적힌 슬라이드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발표자가 첫 번째 항목에 관해 설명하기 전에 청중은 아래에 적힌 일곱 개를 다 읽어 버린다. 그리고 지루해 한다. 여덟 개의 설명 대신 질문이 있었다면 청중은 대답을 듣고 싶어 할 것이다. 최고의 발표자는 설명하지 않는다. 어떤 질문으로 “사람들을 고민하게 할까?”를 생각한다.

5) 현실적으로 만들어라 : 

‘말하지 말고 보여 주어라’는 말의 의미는 슬라이드에 ‘글로벌 사고방식’이라고 적고 거기에 세계지도 클립아트를 첨부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의사소통이 아니라 장식에 불과하다. 진부한 찬사와 자기 자랑으로 가득 찬 파워포인트를 보여주는 것 보다 자사 제품과 경쟁사 제품을 분해해 내구성을 비교해 주는 것이 낫다.     


발표자에게 상사가 화를 낸다면, 고객의 목소리가 커지고 격양되었다면 그것은 발표자가 자신의 귀중한 시간을 소비해 버렸기 때문이다. 현명한 발표자는 청중의 시간을 아끼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 많이 준비하고, 고민하는 사람이다. 상사나 고객이 1페이지 요약 발표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다음 순서로 발표 자료를 준비하면 보다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1. 우리는 지금의 상황을 000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2. 그 결과 3가지 과제(문제점)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3. 3가지 과제를 해결할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4. 이런 해결을 통해 이러이러한 혜택(이익)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5. 기존 방법(경쟁사)과 저희 제안의 차이는 000입니다.

이러한 순서로 발표 자료를 준비하면 상사나 고객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후속 조치를 얻을 수 있다. 발표 시간이 5분이든 10분이든, 이런 순서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훈련을 통해 자신이 주장하는 핵심을 더욱 명확히 전달할 수 있다. 슬라이드를 디자인할 때도 가장 전달하고 싶은 것부터 가장 전달하지 않아도 되는 것 순으로 정한다. 제안 발표 슬라이드 순서는 어디까지나 전달하고 싶은 내용의 중요성에 따라 정해진다. 


‘글쓰기’ 관련 책처럼 ‘발표(presentation)’에 관한 책도 엄청 많다. 그중에서 제안 발표에 도움이 되는 몇몇 책을 소개한다. 

「Presentation Zen」 (가르 레이놀즈 지음, 에이콘) : 프레젠테이션의 준비부터 디자인까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준비해야 성공하는지를 가르쳐준다. 단순히 디자인 스킬이 아닌 설득을 위한 디자인을 설명한다. 필자도 항상 옆에 놓고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때마다 다시 읽는 책이다.

「프레젠테이션 발표의 기술」 (티모시 J. 케이글 지음, 멘토르) : 엑설런트 프리젠터가 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서술되어 있다. 발표와 전달의 스킬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프레젠테이션 1막 5장」 (이용갑 지음, 프롬북스) : 프레젠테이션 진단과 분석, 발표 스킬까지 다룬 책이다. 국내 여건에 맞는 발표 스킬을 배울 수 있다.

「김미경의 아트 스피치」 (김미경 지음, 21세기북스) : 부제인 ‘대한민국 말하기 교과서’가 말해주듯이 말하기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17세기 프랑스 작가 라로슈푸코(La Rochefoucauld, 1613~1680)는 “더없이 단순하지만 열정이 있는 사람의 설득력이 언변은 아주 유창한데도 열정이 없는 사람의 설득력보다 훨씬 더 강하다.”라고 했다. 열정을 갖고 준비한 발표는 목소리가 매력적이 아니어도 진정성을 고객에게 보여줄 수 있다. 제안 발표는 아나운서를 뽑는 것이 아니라 핵심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전달해 주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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