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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근 Jun 20. 2018

회사가 직원의 아이디어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회사들은 직원의 창의력을 활용한다는 취지로 어떤 이슈에 대해 아이디어를 공모한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직원 공모를 통해 찾는 아이디어는 회사의 전략이나 방향성보다는 아주 사소한 일에 그친다. 회사의 새로운 네이밍(naming), CI 변경, 광고 문구 등의 선택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마저도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해 최종 결정은 한 사람의 복심(腹心)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사실을 대부분의 직원들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참여한다. 의견을 내지 않으면 혹시 나중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니까...


아이디어나 통찰력은 원하는 시간에 딱 맞춰 생기는 법이 드물다. 아이디어는 과학 실험처럼 과정을 거쳐 나오는 결과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도깨비방망이처럼 뚝딱하면 나오는 게 아이디어가 아니다. (내 글  "뚝딱하면 아이디어가 나오나?" https://brunch.co.kr/@keunheo/16  참조 바람)


회사가 직원에게 아이디어를 내라고 강요하는 수직적인 조직문화 속에서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다. 콩 심어 놓고 팥 나오길 기다리는 것과 같다. 아니, 기다리지 않는다. 경영진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는 모두 다 쓸모없다고 생각하며, 그래도 남들 보는 눈이 있으니 직원 아이디어를 수렴해 결정했다고 하는 것이 홍보하기에 좋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회사를 경영하는데 진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면 회사의 조직문화는 상향(하의상달)식의 자유로운 실험과 상의하달식의 지침을 현명하게 결합해야 한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경영진은 정확한 지침만 내려주고 세세한 것은 간섭하지 말고, 실무자들은 윗사람 라인이나 눈치 보지 말고 지침 안에서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발상 해야 한다는 거다. 

'디자인에 집중하라(Change by Design)'의 저자 팀 브라운(Tim Brown, IDEO의 CEO)은 이러한 접근방식을 위한 핵심적인 규칙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최상의 아이디어는 디자이너, 엔지니어, 경영진뿐 아니라 조직 전체가 새로운 실험을 할 여유가 생겼을 때 생겨난다.
신제품, 소비자의 다양한 변화, 전략적 위험과 기회, 급속히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가장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할 수 있으며 동기를 갖는다.
누가 아이디어를 냈는지에 따라 평가되거나 인센티브를 받아서는 안 된다.
이슈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선호하라. 조직 차원의 지원을 받기 전에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될 필요가 있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아이디어를 돌보고 가다듬고 수확하는 정원사로서의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조직은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여야 하며 혁신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감독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모든 것에 우선하는 목적을 분명하게 조직 전체에 공표해야 한다.     




호기심, 창의성은 냉소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조직에서는 결코 왕성해지지 않는다. 냉소적인 조직에서는 아이디어가 미처 세상은 커녕, 회의에 나오기도 전에 없어진다. 그리고 위험을 감내하고 용감하게 도전하는 사람들은 쫓겨난다. 성과가 불확실한 프로젝트에는 아무도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혹시 모를 성공을 위해 살짝 숟가락만 얻을 뿐.     

기업의 경영자 중에는 정밀한 체계나 방법론 없이는 상황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 것이라 예단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깨닫지 못하는 점은, 디자인적 사고는 예술도, 과학도, 종교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디자인적 사고는 결국 통합적인 사고를 하는 능력이다.


세계적인 경영학자인 로저 마틴(Roger Martin)은 세계 최고의 경영자들을 관찰하고 인터뷰하여 쓴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 (The opposable Mind)'에서 “서로 대립하는 아이디어를 이용해 새로운 해결방안을 만들어 내는 통합적 사고력을 갖춘 사람은 한 번에 한 가지 방법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사람에 비해 타고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오해해서 요즘 젊은이들은 "멀티"를 중요시한다. 회사에서 한 손에는 스마트폰, 한 손으로는 노트북 마우스를 끄적이고 귀로는 최신 음악을 듣고 있다. 이런 "멀티"가 통합적 사고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 일을 하긴 하는 건가? ]


통합적 사고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상황 그리고 미래에 벌어질 일을 예측하는 것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회사에서 하나의 상황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들이다. 과거의 경험에 의존해 "해봤는데 안돼" 하는 사람, 현재의 상황만 해결하면 되는 사람은 "다 필요 없고 이것만 해결해", 미래를 예측한답시고 "그런 걸 왜 해"하고 방관자처럼 바라만 보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로 득실거리는 회사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대하기는 정말 어렵다. 그런데 그게 회사다. 참 아이러니하다.



 꼭 회사일이 아니더라도 아이디어는 필요하기 때문에 그것을 잡아 두는 것이 필요하다. 하나의 일을 하다가도 다른 일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다. 이때 바로 메모하지 않으면 그 아이디어는 바로 사라져 다시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아무리 불편한 시간대에 찾아오더라도 아이디어가 모습을 보이면 즉각 붙잡아 두어야 한다. 성공한 사람들이 메모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언제 떠오를지 모르는 생각을 바로 캡처하기 위해 항상 옆에 메모 도구를 두고 있다. 

아이디어 생각에 대한 마감시간을 정하는 것도 유용한 방법이다. 마감시간은 생산성에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마감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훨씬 더 일의 생산성이 높아진다. 마감이 임박하면 한껏 저주를 퍼붓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바로 그 시간이야말로 가장 창조적인 시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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