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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근 Jul 03. 2018

비즈니스 발표는 평가자에게 초점을

내 주장이 아닌 평가자의 고민을 해결해야 한다

한동안 테드(TED) 발표 배우기가 유행했다. 테드 발표자들은 대부분 유명인이며 연설(Speech)을 하고 있다. 청중은 발표자에게 호감을 느끼고 뭔가를 배우려는 마음을 가지고 연설을 듣는다. 그들은 발표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함께 웃고, 울며 호흡한다. 

[ TED는 발표자 중심이다 ]

하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서 발표는 테드와 다르다. 비즈니스 발표의 청중들은 테드 청중처럼 호의적이지 않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청중, 즉 평가자는 발표 내용에 의심을 품고 다른 발표자(회사)와 비교하며 점수 매기는 사람이다. 

일반 청중은 발표를 들을 때 머릿속으로 이런 생각을 한다. “어디 얼마나 잘났는지 볼까?”, “뭐 별것이 있겠어?”, “오호! 저건 도움이 되겠는데?”, “아, 나도 그럴 거 같아.” “와! 감동이네.” 

하지만 제안 발표를 듣는 평가자는 “시간 없으니까 결론이 뭡니까?”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이죠?”, “짧게 말해 주시겠어요?”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넣고 발표를 듣는다. 평가자는 발표자들을 비교해야하기 때문이다.


수주산업 분야는 크게 공공과 민간분야로 나뉜다. 공공분야 평가자는 공정성을 기한다는 명목으로 외부평가위원(교수,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다. 외부 평가위원은 평가하는 프로젝트 추진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프로젝트는 물론이고 어떤 회사가 수주하든지 별로 관심이 없다. 오로지 관심은 업체 선정에 따른 잡음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반면 민간분야 평가자는 프로젝트 추진 팀이나 관련 부서 직원으로 구성된다. 자기 회사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관심도 많고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업체를 선정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처럼 평가자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설득 방법도 달라야 한다.



외부 평가위원들로 구성된다면 각각 평가위원의 관심사를 하나하나 언급해 주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A’라는 분야를 전공한 교수가 평가자로 참여했는데 발표 내용은 ‘B’, ‘C’ 분야에만 집중된다면 ‘A’ 분야 교수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나 같아도 발표 내내 자신 전공 분야 이야기가 한마디도 나오지 않으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영업팀과 협력을 통해 평가자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발표 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보안이 철저해 발표 당일에야 정보를 얻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런 때를 대비해 여러 가지 가상 시나리오를 준비하여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부자로 구성된 평가자들은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고 관심도 많다. 잘못된 정보에서 시작된 어설픈 주장은 바로 공격당한다. 그들의 공통적인 관심사, 꼭 해결해야 하는 문제점에 대해 경쟁사 보다 차별화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내부 평가자들은 참여한 업체 중에서 기술력이 좋은 업체를 선정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입찰가격에 대한 평가는 평가자들의 업무가 아니라 구매부서의 업무이기 때문이다. 

내부 평가자의 또 다른 특성은 의사결정자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회사 생활 내내 마주쳐야 하는 의사결정자의 비위를 건드릴 용감한 월급쟁이는 별로 많지 않다. 사전 영업 활동을 통해 평가에 영향력 있는 의사결정자를 사전에 파악해 발표 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민간 기업에서도 의사결정이 한두 사람에 의해 결정되기보다는 집단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고객 기업의 의사결정 시스템과 기업 문화에 대한 사전 조사를 통해 발표 전략을 세워야 한다.                      


평가자의 연령대나 평가에 사용하는 자료 등도 고려해야 한다. 중견 간부들은 숫자 등으로 제시된 근거 있는 발표를, 젊은 직원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단순한 발표를 선호한다. 보통 평가에 사용되는 자료(제안서)는 인쇄해 책자 형태로 제출된다. 하지만 전자파일(PDF 형식)만 제출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평가자들이 노트북으로 전자파일을 보면서 평가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노트북 화면 비율은 인쇄용에 적합한 4:3 비율이 아니라 16:9 비율이다. 평가자들이 노트북을 이용해 평가 자료를 본다면 4:3 비율은 좌우에 검은 여백이 생기기 때문에 보는 사람에게 산뜻한 느낌을 줄 수 없다. 

[ 노트북으로 자료를 보는 평가자를 고려해 16:9비율로 작성한 PT 자료 ]

평가자가 어떤 자료를 보고 평가하는지도 고려해 발표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사소한 하나가 전체를 좌우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제안 평가에서는 우호적인 평가자도 다른 평가자가 불평하는 이야기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어떤 직장인도 외부 업체를 선정하는 업무를 내 일처럼 목숨 걸고 도와주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디테일을 챙겨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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