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근 Aug 12. 2018

내 손을 떠나는 순간까지 디테일을 챙겨라

제안 경쟁에선 마지막까지 긴장해야한다.

제안책임자는 제안 기획, 인쇄, 발표 그리고 질의응답 준비까지 프로젝트 기간 내내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서 시간을 보낸다. 마무리 시간이 다가올수록 집중력이 떨어진다. 주변 동료나 직원도 다들 지쳐서 산만해진다. 준비를 열심히 했으니 나머지 일은 ‘잘 되겠지’하는 안도감으로 사소해 보이는 일은 그냥 넘겨버린다. 팀원들 모두 지쳐 ‘누군가 하겠지’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 순간에 발생한다. 마지막까지 디테일하게 챙기지 못하면 이런 일들이 발생한다.

우호적이었던 고객 담당자가 평가 시점에 타 부서로 보직 변경한다.
작성 지침을 무시한 문서 때문에 경쟁사가 문제를 제기해 제출조차 못 한다.
시험 인쇄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던 기계가 멈춰버린다.
인쇄된 제안서 첫 페이지에 오타가 나온다.
부담감을 못 이긴 발표자가 사라져 연락이 안 된다.
자료를 제출하는 직원이 기차에서 졸다가 역을 지나쳐버렸다.
간섭하기 좋아하는 임원의 지적을 반영하느라 앞뒤가 맞지 않는 자료를 제출한다.
마지막까지 수정해야 이길 수 있다고 고집하는 임원 때문에 제출 시간이 늦어 참여 자격을 상실한다.     


# 에피스드

디자인 경쟁입찰에서 생긴 일이다. 이틀 밤을 새고 마지막 날 새벽부터 제출할 디자인 도면을 출력했다. 오전 9시 임원이 출근하면 최종 확인 후 포장해서 제출장소로 떠나야 한다. 9시 반쯤 출근한 임원이 도면을 보더니 사소한 부분(당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분)칼라 색이 이상하다고  바꾸자고 한다. 전체중 1% 부분에 대한 칼라를 변경하려면 전체 도면을 새로 출력해야 한다. 담당 팀장이 제출 시간때문에 어렵다고 이야기하자 바꾸지 않으면 결재를 하지 않겠다고 버틴다. 독수리 타법으로 겨우 메일 보낼 줄만 아는 임원이 도면의 칼라를 바꾸고, 다시 출력하고, 패키징하는데 드는 프로세스나 시간을 알리가 없다. 그 부분을 아날로그 도구(색연필, 싸인펜 등)로 자신이 직접 수정해야만 결재를 하겠다고 한다. 디지털로 출력한 도면에 아날로그 도구의 칼라가 제대로 먹힐리가 만무하다. 하지만 제출하지 못하면 한 달동안 고생한 팀원들의 고생이 물거품이 되기에 팀장은 거기까지라고 타협한다. 결과는? 그대로 제출했으면 보이지도 않을 부분이 아날로그 도구를 이용한 손질 때문에 전체에서 그 부분만 눈에 띈다. 심사위원에게 흠집을 스스로 드러내고 말았다. Fail..............
[ 옥에 티가 심사위원에게 보일 때 신뢰감은 급속히 떨어진다]


마지막까지 디테일을 챙겨야 좋게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이 세상일이다. 이런 디테일을 챙기는 것은 수주 기업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1~2개월 노력에 대한 성공이 회사 1~2년 매출을 보장하기 때문에 마지막 디테일을 챙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까지 디테일을 챙길 수 있는 3가지 방법이다.

1. 제안 책임자는 2~3일 전부터 휴식을 통해 마무리 작업에 대한 계획을 수립한다.

2. 마무리를 위한 점검은 시각화된 문서(check-list)를 통해 점검해야 한다. 아주 사소한 사항까지 점검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3. 만일에 대비해 주변의 도움을 요청할 사람을 만들어 둔다. 주변에 나보다도 많은 경험과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먼저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직장에서 프로젝트 마무리 작업은 대부분 직원이 싫어한다. 열심히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일한 티도 나지 않기 때문이다. 마무리 시간이 다가오면 일할 사람은 하나둘 사라지고 옆에는 밤새울 때는 보이지도 않던 팔짱 낀 임원만 남는다. 마치 ‘잘못하면 다 너 때문이다’라는 눈총으로 뒤에서 쳐다보고 있다. 그래도 제안 책임자는 마지막까지 디테일을 챙겨야 한다. 어쩔 수 없다. 그동안 노력한 과정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마무리해야 하고, 프로젝트를 수주해야 내 옆 동료가 1~2년 동안 할 일이 생긴다. 제안 책임자는 ‘우공이산(愚公移山: 어리석고 우직한 사람이 산을 옮긴다)’의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자신은 알고 있으니까.



날씨가 너무 더워 식욕, 의욕 모두 떨어져 글을 한동안 올리지 못해 구독자 분들에게 죄송합니다. 한 분이라도 저의 글을 기다리고 계신다는 것을 폭염이라는 이유로 잠시 잊어버렸습니다. 열심히 할게요.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즈니스 발표는 평가자에게 초점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