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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근 Sep 07. 2018

던져진 주사위에 미련 갖지 마라

한 번으로 끝나는 비즈니스는 없다

던져진 주사위 결과에 미련을 가지면 다음 일을 할 수 없다. 제안에 실패하더라도 다음 기회를 위해 리뷰하고 고객 담당자에게 부족한 부분을 피드백받아야 한다. 한 작업을 끝내고 다음 작업을 시작할 때는 지금까지 경험을 초기화시키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성공한 경험에 의존하면 주관에 빠지기 쉽고, 실패한 경험을 두려워하면 새로운 일을 할 수 없다. 

“이론 없는 열정은 의미가 없고, 열정 없는 이론은 공감을 얻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열정은 중요한 요소이지만 열정만으로는 타인의 이해와 협력을 얻을 수 없고, 이론만 있고 열정이 없는 작업은 타인을 감동하게 할 수 없다. 이론과 열정을 가지고 한 작업이 한 번으로 끝나고 다음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팀이, 회사가, 사회가 앞으로 나갈 수 없다.          


디자인 사고방식을 기업 경영에…     

발명가는 99번 실패하고 1번 성공하면 성공한 것이다. 엔지니어는 99번 성공하고 1번 실패하면 실패한 것이다. 그럼 기업의 관리자는 어떨까? 그들은 누구든 상관없고 100번 다 성공하길 원한다. 그들은 욕심쟁이이며, 관망자이고, 직접 하기 싫어하고 시키기만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으로 가득한 기업에서 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디자인 사고방식을 적용할 수 있을까?

[ 아이디어는 뚝닥해서  나오는게 아니다]

디자인 사고방식은 분명 필요하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기존 방식을 고집해서는 살아남기는 어렵다. 하지만 경험과 실적을 기반으로 경영하는 수주기업의 관리자는 디자인 사고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 디자이너가 결론을 끌어내는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관리자는 기존 자료와 경험이 없으면 시작하기를 꺼리지만, 디자이너는 아무것도 없는 종이에 과감히 선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단, 좋은 디자이너일 경우에 한해서.

디자인 사고방식을 기업에 심기 위해선 위에서부터 열린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런 환경은 경영방침이나 이벤트적인 행사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직원과 그것을 받아들이고 경험을 통해 비즈니스로 만들 수 있는 통찰력 있는 어른 임원이 소통하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 문화다. 위에서, 아래에서 아무리 혁신하려고 해도 중간이 안 움직이면 아무 소용없다. 중간을 움직이는 힘은 CEO가 ‘말하고 행동하는 것’에서 나온다. 그것 외에는 그들을 움직일 다른 힘은 아직 없다.          


성공이든 실패든 기록으로 남겨라     

디자이너는 상품화되지 못한 프로젝트의 스케치, 모형 등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그것을 머릿속에서 나온 자식같이 여기기 때문이다. 그 자식은 다음 프로젝트에 영감을 줄 수 있는 귀중한 보물이다. 사람의 기억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노트에, 포스트잇에, 스마트폰에 메모한다. 내가 찾을 수 있는 위치에 메모하면 언제든지 다시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머릿속에서 지워버릴 수 있다. 비워진 머리에는 새로운 정보가 들어온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성공보다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 내 경우 제안 프로젝트 성공률이 50%를 겨우 넘는다. 하지만 나에겐 실패한 프로젝트 기록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더 많은 도움이 된다. 성공은 “왜 성공했지?”라는 즐거운 고민을, 실패는 “왜 실패했지?”라는 새로운 의문을 남긴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지식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도움이 되는 살아있는 지식인 셈이다. 프로젝트 노트, 준비과정에서 수집한 자료, 힘들었던 사람들과의 관계 등, 손으로 쓴 기록과 머릿속에만 넣을 수밖에 없는 기억들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 

[ 일을 한 기억, 프로젝트 노트에 담겨있다]

실패한 기록을 남기는 것을 좋아하는 직장인은 없다. 회사 생활 내내 따라다닐 허물을 자료로 남기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지금이 아닌 내일을 생각한다면, 후배들에게도 지속가능한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실패 경험들이 많이 축적되고 전해져야 한다. 회사생활을 통해 얻은 경험은 후배에게 제대로 전달되어야 한다. 성공이든, 실패든 기록으로 남겨 전해야 한다. 그런 기록이 모이면 지식이 되고, 그 지식은 새로운 세대에 이어져 더 큰 결과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진정한 지식경영은 테크닉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수주기업에서 영업과 제안에 대한 경험을 후배에게 전해줄 방법은 직접 교육 외에는 없다. 옆에서 보고 배워야 한다. 책으로, 대학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일은 사람을 상대하면서 끝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시스템을 통해 어느 수준까지 올릴 수는 있다. 하지만 사람의 의식까지 시스템화할 순 없다. 수주영업의 마무리는 항상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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