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설득을 위한 기술 : 글쓰기
수주기업은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제안서와 발표 자료를 만들고 프로젝트 책임자가 고객 앞에서 제안 내용을 설명한다. 글쓰기와 말하기로 고객을 설득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안 아이디어가 있어도 글로 표현하지 못하고, 말로 설명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고객에게 제출하는 제안서의 글은 고객이 생각하고 말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모방해 써야 한다. 그래야 읽는 사람(고객)과 쓰는 사람(제안자) 간의 정보 불균형을 없앨 수 있다. 제안서의 글쓰기는 일반 글쓰기와 조금 다르다. 제안서 글쓰기는 뉴스기자들의 글쓰기와 유사하다. 뉴스기자들은 기사를 쓸 때 가장 중요한 정보를 제일 먼저 제시하라고 배운다. 첫 번째 문장에 기사의 모든 핵심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이런 첫 문장을 ‘리드(lead)’라고 한다. 잘 쓴 첫 문장은 속담 같은 역할을 한다. 속담은 긴 경험에서 얻은 교훈(핵심)을 짧은 문장(간결함)으로 표현한 대표적 사례다.
제안 글쓰기도 기사처럼 핵심을 담은 문장으로 시작해야 한다. 제안서에서 이런 역할을 하는 부분은 요약, 중간 제목 그리고 제안하는 콘텐츠 본문의 첫 문장이다. 특히 중간 제목은 제목만 읽더라도 본문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써야 한다. 가령 고객이 추진하는 프로젝트와 유사한 경험이 많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면 ‘다수의 유사 프로젝트 수행 실적’이라고 쓰면 안 된다. 보다 구체적으로 ‘00분야 규모 100억 이상 프로젝트 최근 수행실적’처럼 경쟁사가 따라 할 수 없을 내용을 제목으로 써야 한다. 이런 제목을 읽은 고객은 세부 콘텐츠를 다 보지 않더라도 전체 내용을 파악한다.
제안서 글은 고객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야 한다. 고객은 짧은 시간에 제안서를 읽고 이 회사에 일을 맡길지 말지를 판단한다. 고객이 “이게 무슨 내용이지?”하고 고민을 하게 만드는 글은 제안서 글로는 빵점이다. 이런 현상을 사전에 방지하려면 가까운 동료에게 한 번 읽고 바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지적해 달라고 하면 효과적이다. 제안서를 쓴 사람은 전·후 내용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쉽게 썼다고 생각하지만 처음 읽는 사람은 문장이 조금만 이상하면 읽기를 멈춰버린다. 제안서 시작 부분에서 이런 일이 생기면 고객은 제안자가 힘들게 쓴 나머지 90% 내용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래서 동료가 읽어보고 잘 이해가 안 되는 문장을 다시 이해하기 쉽게 고쳐 쓴 후, 고객에게 제출해야 한다.
고객이나 상사에게 메일을 보낼 때도 마찬가지다. 메일 내용을 쓰고 난 후, 스스로 한 번 소리 내 읽어보면 걸리는 부분이 나타난다. 그 이유는 쓰는 사람은 머리로 쓰지만, 읽는 사람은 눈과 입으로 읽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객이나 상사에게 보내는 메일은 보내기 전 꼭 다시 한 번 읽어 보고 보내야 한다. 당신이 부하 직원에게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고 하자. 메일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프로젝트 진행과정 판단 미숙으로 문제발생 확률 예측 실패 야기 가능성을 점검한다.” 이 문장을 읽는 지금, 당신은 눈으로 문장을 따라가면서 입으로 내용을 중얼거리고 있음을 느낄 것이다. 명사형 단어와 한자어 남발로 몇 번을 읽어도 잘 이해되지 않는 문장이다. 이런 문장은 “프로젝트 진행을 잘못 판단하여 문제가 발생할 확률을 예측하지 못하는지를 점검한다.”라고 써야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된다.
문장을 길게 쓰는 사람이 있다. 한 문장이 서너 줄이 넘는 것도 있다. 이런 글을 읽으면 읽다가 지친다. 중간에 숨을 쉴 수가 없다. 이런 사람들에게 ‘짧게 써라’라고 하면 단문(單文)을 단문(短文)으로 오해한다. 주어도 없고, 전달하는 뜻마저 없는 문장을 남발한다. 단문(單文)은 문장 하나에 뜻을 하나만 담은 글이다. 문장이 길더라도 주어와 서술어가 하나만 있으면 단문이 되어 뜻이 명확히 전달된다.
제안서 페이지 구성도 신문처럼 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사람들은 신문을 볼 때, 헤드라인 제목, 사진 설명, 중간 제목 순으로 살펴본다. 제목이나 사진 설명에 관심이 가면 세부 본문을 읽기 시작한다. 이처럼 제안서의 한 페이지의 큰 제목, 작은 제목, 도표나 그림 등도 고객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하나의 주제는 한 페이지에서 끝내야 한다. 페이지 중간에서 새로운 주제가 시작되거나 한 페이지가 넘어가게 되면 읽는 고객은 주의가 산만해져 집중력이 떨어져 제안자가 주장하는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무직 신입사원이 제일 어려움을 겪는 것이 ‘글쓰기’라는 기사를 본 적 있다. 기술직도 직급이 높아지면 경영진에게 보고할 일이 많아져 글쓰기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서점에 가면 글쓰기에 관한 책들이 엄청 많다. 그만큼 글쓰기가 어렵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여러 책 중 제안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소개한다.
1) 우리글 쓰기
「우리글 바로쓰기」 (이오덕 지음, 한길사) : 5권으로 구성된 우리글 바로쓰기의 고전으로 불리는 책이다. 전체를 다 읽을 수 없다면 제1권과 3권은 꼭 읽어야 한다.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안정효 지음, 모멘토) :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안정효의 우리 글쓰기 책이다. 일기 쓰기부터 소설 쓰기까지, 단어에서 문체까지 살펴볼 수 있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정선 지음, 유유출판사) : 저자는 20년 넘게 단행본 교정, 교열하며 남의 문장을 다듬어 왔다. 읽는 사람 입장에서 내가 쓴 문장을 다시 한 번 바라보게 한다.
2) 논리적 글쓰기
「글쓰기 전략」 (정희모·이재성 지음, 들녘) : ‘대학 글쓰기(도서출판 삼인)’라는 교재를 집필한 저자들이 쓴 실용적 글쓰기에 관한 책이다.
「글쓰기 생각쓰기」 (윌리엄 진저 지음, 돌베개) : 여러 가지 형식의 글쓰기와 영어 글쓰기를 위한 조언 등이 있다.
「로지컬 라이팅」 (데루야 하나코 지음, 리더스북) : 비즈니스 글쓰기에 관한 책이다. ‘논리 패턴을 통한 핵심메시지 도출 방법’ 등이 도움 된다.
3) 문서 디자인
「좋은 문서디자인 기본원리 29」 (김은영 지음, 안그라픽스) : 읽는 사람을 위해 문서를 어떻게 편집하고 디자인해야 하는지를 잘 알려주는 책이다.
「마법의 디자인」 (사카모토 신지 지음, 우듬지) : 그래픽 작업부터 기획서와 프레젠테이션 자료까지 디자인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비즈니스 글쓰기는 ‘일기’가 아니다. 일기는 자기 혼자만 보기 때문에 마음대로 써도 된다. 나중에 책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면. 하지만 비즈니스 글쓰기는 철저하게 ‘읽는 사람을 위한 글쓰기’가 되어야 한다. 상사에게 보고하든, 고객에게 제안하든지 비즈니스 글쓰기는 읽는 사람이 편하게 읽고 내 생각대로 움직이도록 설득하는 글이다.
소설은 재미를 위해서, 논문은 지식을 얻기 위해서 읽지만, 비즈니스 문서는 읽는 사람을 설득하지 못하면 휴지통에 버려진다. 오늘도 휴지통에 버려질 문서를 만들고 있지 않은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