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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근 May 22. 2018

'Control+C, Control+V'로는 안된다

표준화된 디자인과 제안이 가능할까?     

표준의 사전적 정의는 “사물의 정도나 성격들을 알아보기 위한 근거나 기준, 일반적인 것이나 평균적인 것”을 말한다. 기업은 디자인과 제안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표준 컨텐츠를 활용한다.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특성, 장점, 혜택 등이 주로 서술된다. 이렇게 디자인과 제안하다 보면 표준의 정의처럼 ‘일반적이고 교과서 같은 디자인과 제안’이 된다. 새롭게 개발된 제품이나 서비스, 경쟁자가 없는 시장 상황이라면 이런 디자인과 제안으로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라도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후발 경쟁자가 나타난다. 국내 시장에서는 돈이 된다면, 돈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경영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점점 경쟁이 치열해진다. 서비스를 개발한 회사는 경쟁에 익숙하지 않지만, 후발 경쟁자들은 돈이 된다면 모든 방법을 사용해 ‘독창적인 서비스’를 ‘보편화한 서비스’로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다. 특히 국내 공공 시장에서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의 우열을 가리기 보다는 평가자 섭외를 통해 수주하려고 한다.


수주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은 고객의 프로젝트를 위해 제안을 한다. 그런데 프로젝트의 특성상 똑같은 프로젝트가 없다. 건설 프로젝트를 예로 들면 똑같은 시설이어도 위치할 땅이 다르고, 규모가 다르고, 고객이 가지고 있는 예산이 다 다르다. 이런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한 경쟁에서 표준제안서를 가지고는 나가 싸울 수 없다.

이런 상황에 닥친 기업은 잘 된 제안서를 구해 재활용하기 시작한다. 여기저기서 좋아 보이는 콘텐츠를 긁어모아 짜깁기한다. 한, 두 번 성공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안 품질은 계속 떨어진다. 그 이유는 콘텐츠를 재활용하려면 콘텐츠가 만들어진 의미를 알고 활용해야 하는데 단순히 ‘복사(control+c), 붙여넣기(control+v)’만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기존 콘텐츠가 만들어진 의미를 파악하고 난 후 프로젝트에 맞게 변형을 해야 한다. 생각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여기저기서 복사한 콘텐츠를 가지고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 1874~1965)은 1943년 영국의회 의사당 재건을 앞두고 “우리가 건물을 만들지만, 그 이후에는 건물이 우리를 만든다. (we shape our buildings, and afterwards our buildings shape us.)”라는 연설을 했다. 

[ 총리에 임명된 처칠 (영국 42, 44대 총리 / 1940~1955) ]

이 말은 ‘사람이 먼저 분석하는 도구를 만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도구가 우리의 모습을 결정한다’라는 말로 변형돼 인용되기도 한다. 성공적으로 표준화된 디자인과 제안에 만족하면 안된다. 처음에는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디자인과 제안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표준화된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는 고객에게 신선함보다는 그 기업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 돼버린다. 

고객들이 예측 가능한 계획은 지루함을 낳고, 지루함을 강요하는 기업에서는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의 이탈로 이어진다. 또한, 경쟁자가 쉽게 모방할 수 있는 결과를 제공한다. 표준화된 디자인과 제안은 효율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하지만 변화하는 시대 상황에 따라 지속해서 개선되고 변화되어야만 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비즈니스에서 ‘혁신’은 경영자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기업에 속한 모든 구성원의 '혁신'에 대한 공감대를 가지고 노력할 때 이루어진다. 그렇게 하기 위한 첫 단추는 경영진들이 끼워야 한다. 말로만 하고 단추를 스스로 끼우려고 노력하지 않는 경영진이 많아질때가 기업이 위기가 오는 시간이다. 보통 성공했다고 하는 기업이 20년이 지나면 이런 현상들이 나타난다.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인 짐 콜린스(Jim Collins)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라는 책으로 2000년 초 글로벌 베스트셀러 작가과 멘토가 되었다. 국내 경영자들도 위대한 기업의 경영자로 이름 남고 싶어서 되고자 엄청나게 열심히 탐독(?)했다. _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이 친구가 2009년에는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How the Mighty Fall_and why some companies never give in)'이란 책을 쓴다. 아마도 자기가 위대한 기업이라고 예를 든 기업들이 2008년 국제금융위기를 통해 사라지게 되자 변명으로 쓴 것은 아닌지 혼자 의심해 본다. 국내 번역본(2010년, 김영사) 첫 페이지에는 그가 이야기하는 변명아닌 변명으로 시작한다. "승승장구하느냐, 실패하느냐. 오래 지속되느냐, 몰락하느냐. 이모든 것이 주변 환경보다는 스스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답아닌 정답이다. 성공한 다른 기업이 하는 것을 모방하는 것은 경영자의 자유지만 따라 한다고 다 성공할 순 없다. 'Control + V, Control + C'는 새로움을, 발전을 만들 수 없다. 스스로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 없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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