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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lly Feb 14. 2018

시간이동_ 캄보디아 여행

혼자 가는 앙코르왓

여행을 다녀왔다. 잠깐 어디 나갔다 올까 수없이 생각했지만 행동은 더뎠다. 싸게 나온 항공권을 놓치기 일쑤였다. 그렇게 모든 게 무기력해서 손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을 때 즈음. 무슨 힘이 나서였을까. 싸게 나온 항공권을 결제했다. 출발 이틀 전 일이다.


그렇게 훌쩍 떠났다. 처음 타는 외국 저가 항공사의 비행기는 심하게 흔들렸고 단정하게 보이려 애썼던 내 마음도 함께 요통 쳤다.


다섯 시간 반. 그렇게 씨엠립 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인을 가득 실고 온 비행기가 그렇듯 공항은 무질서하기 그지없다. 단체 관광객 사이에서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려 비자받는 순서가 꽤나 늦어졌다. 근데 그럼 어떠냐. 빨리 나가서 할 일 도 없는데....


30도의 열기는 생각보다 견딜만했다. 올 겨울 너무 추위에 떨어서인지 오히려 이 답답함이 낫게 느껴지기도 했다. 뚝뚝 기사는 먼지의 도시 한가운데로 나를 내려놓았다.


앙코르 비어를 마셨다. 내가 제일 처음 한 일이다. 현지 시간으로 점심때 도착해 배가 무척이나 고팠다. 늘 그렇듯 아무렇지 않게 현지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썹싸바이' 아직 인사가 입에 붙지 않는다.

맥주 한 개를 시키고 이내 현지식인 록락을 주문했다.


다정한 주인장은 뜨거운 계란 프라이를 같이 갖다 줬다. 호호 불며 맛있게 먹었다. 첫 식사다.

이렇게 다 해 2.5불 밖에 하지 않았다. 알뜰히 잔돈을 챙겨준다. 현지 화폐를 처음 만져봤다.


배가 부르니 동네 산책을 한다. 길을 익혀야 하니까 여기저기 돌아다녀 볼 생각인데 좀처럼 멀리, 새로운 골목 구석구석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냥 며칠 있을 건데 큰길로만 다니지 뭐 하는 생각이 스친다. 나도 늙었나 보다.


그리고 또 맥주를 마셨다.

테라스 자리에 앉아 사람들 구경을 한다. 건너편 상점에 그룹으로 보이는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내린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관광객들을 무심히 바라보는 나 또한 관광객이다.


이쯤에서 남편은 잘 있을까. 밥은 먹었을까. 쓸데없는 생각을 잠깐 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낯선 곳에 혼자 있었다.

다정한 현지 사람들의 눈웃음에 위로를 받고, 뚝뚝 기사들의 호객행위마저 기분 나쁘지 않다.


이렇게 한 번 나오니, 유럽이든 어디든 길게 떠나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모든 게 자유롭지 않아 그게 문제지만.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 속에서 무심히 걷고 또 걸었다. 매연과 먼지가 가득한 도시가 좋다. 시끄럽고 무질서한 도로를 왼편에 두고 바나나칩을 먹으며 가볍게 걸었다.


다른 시간 속에 있다는 게 새삼 흥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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