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솔은정 Sep 15. 2024

기억해. 그리고 사랑해

추모1주기에.

2023년 3월 12일

그이의 1주기- 가족들이 모두 모였고, 우리만의 방식으로 그이를 기억하고 추모했다.

함께 기도하고, 함께 성경말씀을 읽고, 그이를 떠올리면서 쓴 글을 읽고 나누었다.

감사한 시간이다


시작 기도: 최윤서

 하나님 아버지, 아빠의 기일을 맞이하여 온 가족이 다 모여 예배를 드리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세상에 오는 것도, 다시 주님의 품 안으로 가는 것도 모두 주님의 뜻입니다.

특별히 아빠를 창조하시고 선물로 주신 덕분에 이렇게 단란한 가족을 이루도록 해 주심에 감사드리고,

모든 것이 주의 은혜로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지금 여기에서의 삶에 감사하고, 기뻐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나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삶에 실천하겠습니다.

오늘 아빠를 기억하며 아빠와 있었던 좋은 추억을 떠올리며,

하나님께 감사와 은혜드리는 예배로 가족 모두의 마음에 성령이 임하기를 기도드립니다.

예배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해주시고,

우리 모든 삶을 주관하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렸습니다.



나누는 이야기- 은정

그이와 함께 죽음을 준비하면서 함께 나누던 시간들은

저희 가족에게 복된 시간이었습니다.

제 카톡 상태 메시지는 라틴어로 Si vis vitam, para mortem이라 적혀 있습니다.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삶을 원하거든 죽음을 준비하라’는 뜻입니다.

죽음을 준비하다 보니 그이와 함께 하는 그 시간들이 참으로 소중하고 애틋했습니다.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죽음을 느껴야 알다니 아이러니하지만 사실입니다.

죽음이 있어야 삶이 완성되고, 죽음이 있기에 삶이 아름다우니까요.

언젠가 끝이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까지는 잘 내려오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자주 하는 말은 “나중에. 조금 있다가.”입니다.

시간이 언제나 우리 곁에 많이 있을 거라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과거는 가버렸고, 미래는 아직 우리 곁에 오지 않아서 우리가 살아 숨 쉴 수 있는 시간은

“지금 여기”에서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과거와 미래로 오가면서 현재를 놓쳐버리죠,

저희 집 현관에 붙어 있는

 “지금. 여기. 내 눈앞에 웃고 있는 너”는

우리 가족이 늘 생각하기를 바라는 삶입니다.


남편이 누리고 싶어 했던 것은 아주 작고 사소한 일상이었답니다.

커피 냄새, 좋은 음악, 윤서의 웃음소리, 재경과 투닥이는 것,

어머니와 나란히 앉아 티브이 보기, 동생과 통화하면서 아무 말 대잔치하고 농담하기.

마누라와 집 앞 카페까지 걸어가서 차 마시기.

그리고 그가 가장 많이 아쉬워했던 것은

가족들에게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많이 말하지 못한 거라고 했습니다.

그가 남긴 일기장에 가장 많이 쓴 단어가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두 문장이었지요.


그 쉬운 말을 많이 못 해서 미안하다고 쓰여 있었죠,

내가 아는 것을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때 안다고 하고,

내가 배웠다고 하는 것은 삶에 적용시켜 그 삶을 살아내고 있을 때

우리는 알고 있고, 배웠다고 합니다.

오늘 우리가 나눈 말씀처럼 듣고 행하지 않는 말씀은 울리지 않는 징과 같겠지요.

성경말씀을 저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듣고 배운 것은 삶에 적용시켜보려고 합니다.

그가 누리고 싶어 했던 삶의 시간을 사랑과 감사로 더 꽉 채울 때

삶 자체가 예배가 되고 그 삶이 말씀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가 실천하고자 했던 삶은

“당신 말이 맞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그 말을 아끼지 않고 사는 삶이었습니다.

그가 남기고 많이 주고 간 그 말을 가족들과 이웃과 많이 나누는 삶이 되렵니다

그게 바로 말씀과 삶의 일치가 되는 첫걸음이라 생각하니까요.





마무리 기도-최재경


사랑이 가득하신 하나님,

오늘 아빠의 1주기를 이렇게 지낼 수 있어서 감사드립니다.

매일 눈 뜰 때 오늘 새로 태어난 기분으로 맞이하는 감사의 순간으로 살아가겠습니다.

아빠가 남겨주신 사랑에 감사드리고,

 늘 주님의 말씀 안에서 주님의 뜻에 합당한 삶으로 채워가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가족, 특히 할머니의 몸과 마음에 강건함과 평온함을 매 순간 허락해 주시고,  

주님의 평화가 가족 모두에게 내리기를 기도드립니다.

예배 마치고 돌아가는 발걸음에도 늘 주님의 손길이 닿을 것을 믿으며

이 모든 기도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렸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언제나 듣고 싶은 말 "예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