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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아침에 예배를 드리고, 가족들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을 나누었다.
새해 아침에는 그 해 이루고자 하는 일들을 각자 이야기하고, 추석에는 중간점검으로
얼마나 했는지 함께 나누고 응원도 하는 일들이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신기하게 자기가 말한 것들을
조금씩 이뤄가는 것들이 보인다.
어머니는 올해 새벽기도를 가시겠다고 하셨는데 매일 안 빠지고 다니셨다고 하셔서
우리들은 존경을 담은 박수를 쳤다. 그리고 어머니가 제일 듣고 싶은 말은"사랑한다"는 말이라고 하셨다.
"어머니가 제일 듣고 싶으셔서 항상 자주 말씀하시는 거네요. 자 다 같이 어머니께 사랑해요 외쳐요!"
"사랑해요~~ 할머니. 어머니."
올해 3월 그이의 2주기 추도 예배를 마치고 난 며칠 뒤부터 어머니는 전화 끊기 전에 꼭
"사랑한다~"라고 말씀하신다.
"내가 뭐 하느라 그리 아꼈는가 모르겠다. 이제라도 많이 말하련다. 사랑한다는 말도, 고맙다는 말도."
그이가 남긴 메모장에 수없이 써 내려간 그 말들 덕에 어머니는 늘 전화 안부 끝에
"사랑한다~전화 줘서 고맙다."라고 말씀하신다.
어느 날인가 시누이가 내게 전화해서
" 언니. 엄마가 나 어릴 때도 안 하던 사랑한다는 말을 하니까 어색하고 진짜 이상해요."
"엄마도 듣고 싶으신 거잖아요, 아가씨도 해줘요~"
"심술 난 애 마냥 하기가 싫어요, 그래서 엄마가 넌 안 하냐?라고 물으면 할 수 없이 나도~ 하긴 하는데
사실 하기가 싫어요, 어릴 때 많이 해주지!"
"아가씨는 딸내미에게 사랑한다는 말 하고 답으로 들어요?'"
"안 해주죠. 내가 졸라야 겨우 나도~ 한마디 해요."
"똑같네!"
하면서 같이 웃었다.
어머니께 안부 전화하면 나는 먼저 사랑한다는 말을 꼭 드린다. 효도가 별거냐?
어머니 옆에 앉았던 재경이가 듣고 싶은 말은
"예뻐졌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외쳤다.
"재경! 예뻐졌네!"
조카인 고3 희정이는 새해 아침에 자신만의 길을 꼭 찾고 싶다고 했는데, 길을 찾아 좋다고 해서
우리 모두는 함께 기뻐했다. 그리고 희정이가 듣고 싶은 말은
"살 빠졌네!"
정인이는
"건강해 보인다."
소영이는
" 변함없구나!"
윤서는
"잘 살고 있구나!"
각자 가족에게 듣고 싶은 말은 큰 것도 아니다.
동서들도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잘 기억해 두었다가 만나면 꼭 해줄 수 있도록 하자.
자기가 듣고 싶은 말을 자주 하게 되니 잘 귀 기울여 듣고, 원하는 말도 해주는 사이가 되자.
이런 말들을 정리해서 가족 단톡방에 올리는 정리하는 일을 소영이가 하기에 소영이가 적고 있는 옆에서
물었다.
"소영아. 스스로 일관성 없고 이래저래 자꾸 마음을 바꾸는 자신이 변덕스럽게 느껴졌니? 그래서 변함없다는
말을 듣고 싶은 건가?"
" 아!! 맞아요!! 그러네요!"
윤서에게도 물었다.
"윤서는 요즘 하루 일과를 보람 있게 잘 못 보내고 시간을 허투루 쓰는 거 같은 생각이 많이 들었나?
그래서 잘 살고 있다는 말을 듣고 싶은가 보다. 그래?"
" 어,, 맞아요."
" 자신의 마음속에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들을 우리는 알고 있지."
옆에서 듣고 있던 재경은
"아닌데? 난 예쁜데?"
그러다 생각하더니
" 아! 요즘 살도 찌고 거울 볼 때마다 내가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래서 예뻐졌다는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
"그렇지? 우리가 듣고 싶은 말은 내가 부족하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거고,
잘 들여다보면 사실 내가 가지고 있는 면들이야.
내가 아예 가지고 있지 않은 건 생각하지도 않고, 부럽지도 않으니까."
"그럼 엄마는 안 예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내가 듣고 싶은 말은 "예쁘다."라고 했더니 재경이가 물어본다.
"엄마는 꼭 필요한 존재라는 말이라면서요!"
"응. 그건 너네에게 듣고 싶고 할머니에게 듣고 싶은 말은 예쁘다야"
결혼해서 어머니는 큰며느리의 외모가 딱히 마음에 드시지 않았는지
"네가 별로 예쁜 편은 아니지! 난 사실만 정확히 이야기한다."
라는 말로 내 마음을 상처 입히시곤 했다. 지금에야 웃고 이야기하지만,
새색시였던 나는 남편의 마음에 들고 싶어서 화장한 게 아니라 어머니 마음에 들고 싶어서 꾸민 적이 많았다.
그래봤자 어머니 눈에는 아들 미모가 최고였을텐데 말이다.
너무 서러워서 친정아빠에게 전화해서 이른 적도 있었다.
" 아빠. 어머니랑 시고모 할머니가 나보고 안 이쁘다고 그래! 얼굴도 크다고 그러고!"
" 당연하지! 네가 이쁘니까 거만해질까 봐 어른들이 그러시는 거야. 이쁜 네가 이해하고 너그럽게 용서해!"
전화하면 늘 내편인 아빠가 그렇게 말씀해 주신 걸 다음 날 아침에 어머니께 전하기도 했다.
평생 시부모님께 듣고 싶었던 말은 "예쁘구나!"인데
남편이란 경쟁자가 사라지고 나니까 울 어머니는 요즘에서야
"재경이네가 화장하면 좀 괜찮지! 미운 얼굴은 아니어야!" 하신다.
난 평생을 부모님께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큰며느리로 살아왔다.
이제 그걸 수용하고,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존재 그 자체로 사랑받는다는 걸 알아가는 중이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다독이고,
내가 거울 속의 나를 보면서 예쁘다고 말하는 중이다.
가족에게서 받고 싶은 말은 결국 내가 내 자신에게 해주고 싶고, 내가 나를 인정하는 말이다.
은정! 예쁘다!
삶을 대하는 너의 태도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