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의 내가 보내온 편지
80세가 된 나,
2050년의 은정이야.
안녕, 56세의 은정. 거긴 2025년이지?
나는 25년 뒤의 너란다.
너의 “매조꾸” 덕에 내가 건강하게 잘 살고 있어서
이렇게 감사 인사를 꼭 전하고 싶어.
매일 필라테스를 한 덕분에 무릎도 허리도 건강하고,
이 나이에도 올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어서
꼿꼿한 자태로 옷맵시도 좋은 편이니 참 고맙다.
매조꾸. 매일 조금씩 꾸준히.
아이들에게도 늘 강조했던 말이지.
영어도 꾸준히 하고, 책도 조금씩 읽고,
운동도 매일 한 덕분에
80세의 나는 여전히 독립적으로 살아가며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엄마로, 할머니로,
작가로 잘 지내고 있단다.
어디서 사냐고?
지금보다는 조금 작은 집으로 옮겨왔지만
아주 만족스럽다.
풍경도 예쁘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공원도,
도서관도 있어.
위아래로는 친구들이 함께 살아서
심심하면 말동무도 되고,
산책 동무도 되어주니 더없이 좋구나.
38살에 넌 45살에도 일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었지.
하지만 56세에도 여전히 일을 하고 있지 않니?
아마 80세까지도 계속 일할 거야.
사람들이 너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으니까.
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고,
필요가 되고 싶고, 쓸모가 되고 싶었던 은정아.
하지만 이제는 도움이나 필요, 쓸모가 아니라
너의 존재 자체로 삶을 빛내고 있다는 걸 기억하렴.
50대에 누릴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고
60대, 70대를 건너와 80이 된 지금,
나는 여전히 젊고, 배우기에 딱 좋은 나이고,
놀기에도 딱 좋고, 여행하기엔 더더욱 좋은 나란다.
운동을 꾸준히 해준 덕분에,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해 준 덕분에,
여행을 미루지 않아 준 덕분에,
무슨 일이든 새롭게 바라봐준 덕분에,
나는 지금도 동심을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구나.
너의 50대 삶을 응원하고, 고맙고, 사랑한다.
세 번째 나의 데이트는 편지 쓰기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좋아하는 일 중이 하나는
편지 쓰기였다.
할머니에게. 엄마에게. 아빠에게. 친구들에게
국군아저씨에게.
키다리 아저씨에게 매일 편지 쓰던 주디처럼 말이다.
내가 제일 사랑하고, 궁금해하고,
알아가고 싶은 대상은
나.
80이 된 '나'가 지금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는 시간이
네 번째 데이트 주제.
꼭 어디를 가지 않아도.
무엇을 먹지 않아도.
함께 너와 있는 이 시간이 행복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