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지나간 봄녘 교정은 아직 찬바람이 있는듯해도 봄꽃들이 머리를 드는 만큼은 따스한 바람이 서서히 옷섶을 풀어 제치게 만들고 있었다
수리는 이상한 꿈자리에 일찍 눈을 뜨고 말았다
'내가 너무 긴장하고 있나?.... 뭔 일이 날라나?'
수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기지개를 펴며 어제 밤 견희대 병원에서 밤일하고 들어온 영용이 형을 깨우지 않으려고 조심스레 허리를 피고 아직 검검한 밖을 향해 발걸음을 내 딛였다
한없이 넓어만 보이던 궁정동 한옥은 어느새 다닥다닥 붙은 장독대와 문간방들이 좁아 보였고 수돗가 세숫대야는 한없이 낡아보였지만 어디선가 이른 봄꽃 냄새가 나는것도 같았다
등을 쭉 핀 수리는 간밤에 격었던 OB선배와의 담판을 찬찬히 되새겨 보았다
이학년 대빵의 호의에 힘 입어 어젯밤 수리는 독립문 옆 영천시장에 있는 권투 도장에서 OB선배를 만났다
그런데 작달막한 키의 다부져 보이는 선배는 자기가 OB 대빵은 아니라 하면서도 처음보는 순간부터 어딘가 모를 넉넉하면서도 거대한 덩어리 같은 무게감을 느끼게하는 묘한 마력이 있었다
수리는 후에 그 선배가 고등학교 서대문 지구 연합 짱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선배의 후광으로 자신이 맘대로 할수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었다
수리는 기세에 눌려 급히 고개를 숙이고 절하듯 인사하는데 부드러운데 어딘가 매서운 목소리가 들렸다
'니가 수리수리 마수리냐?'
'예?.... 아! 예 청웅중학교 일학년 이소립니다'
'뭐야? 더럽게 칭찬하고 물건이라고 해서 .... 난 뭐 떡데나 좀 있나 .... 기대했는데 ... 이거 완전 부잣집 샌님 같이 생겼네 ... 니가 그 재미나다는 놈 맞냐?'
시큼한 땀냄새가 났지만 수리는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볼수가 없었다
'예 청웅중학교 일학년 이소립니다'
'일학년? 게다가 ... 이건 또 ... 일학년?'
'예 일학년 10반 49번 이소리 입니다'
'... 근데 니가 ... 그렇게 안생겼는데 ... 기집애같이 생긴 녀석이 ... 공전애들이랑 담판 붙었다는 거냐?'
'.... 담판은 ... 아니고요 ... 사실은 한 열흘 정도는 죽다 살았읍니다!'
'너 모나미 볼펜이 무기라는 놈 그놈 ... 맞냐? 하 거 재밋네!'
'....'
'그래 나한테 무슨 일로 보자 했는지 ... 무섭네에!'
'형도 먼저 들어 아시겠지만 ... 제가 학교에서 하도 도독놈으로 의심을 받아서요 ... 저같은 ...'
'아 그 얘긴 대충 들었고! ... 일학년이 할 짓은 아닌데 ... 보기는 좋지만 ... 그 얘기 자랑 할려고 나보자고 한건 아닐테고 ... 뭐냐?'
'..... 그게 아니고요'
'내가 아무리 동네 꼬마라도 ... 양아치도 아니고 너랑 놀 군번은 아닌것 같은데 ... 아무리 양아치가 판치는 세상이라지만 아직 일학년 아이가 나서서 할일로는 좀 버거울것 같은데 말이야!
각설하고 할말은 뭐고? 나한테 뭘 도와 달라고 온거냐? 다시 말하지만 난 니네 대빵도 아니고! 힘도 없다?'
수리는 순간 머리속에서 선배의 말이 계속 메아리 치듯 생생하게 귀에 울리는것 같았다
도와 달라고 온거냐라는 말은 도와달랄것을 이미 알고도 자신을 만나준것이라는 말과도 같다는 것이라고 생각을 굳히자 다른 말은 아무것도 들리지않았다
이 선배가 날 도와줄 마음이 있다는것을 깨달은 순간 용기를 속에 있던 생각을 곧바로 말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수리는 고개를 들고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도장의 어둠침침한 분위기가 이제 눈에 익기시작하자 수리는 허름한 도장의 운동기구보다 작은 도장안을 꽉 메운듯한 선배의 기운에 맞서 바로 본론을 꺼냈다
'형 제 친구들과 이젠 수돗물로 배채우기 싫습니다! ... 그렇다고 나만 그럴수도 없고요 ...
수리는 말하면서 눈치를 보는것보다 차라리 처음부터 안기고 가자 마음 먹자 더듬거리던 말이 당당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럴려다 보니까 친구들이 늘어나 돈이 많이 필요합니다! .... 친구들과 정당하게 돈 벌어서 밥도 먹고 교무금 때문에 ... 교무실에 불려가고 화장실 청소도 그만하고 싶습니다!'
'....'
'형 말대로 학교에는 양아치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고 또 양아치들과 어울리는 형들도 많아지다 보니까 ... 양아치들이 많아지는 만큼 양아치들한테 삥 뜯기고 신발 옷가지 뺐기는 친구들이 많아져서 ...
저와 제 친구들한테 도움을 청해옵니다!
그래서 친구들 도와줄건 도와주면서 우리는 우리대로 잃어버릴 물건이나 돈을 조금씩 받아서 쓰려 합니다!'
'후훗 ... 의리의 사나이 돌쇠들이네!'
'.... 그러다 보니까 일학년이야 저희가 관리 가능한데 이삼학년이 대부분인 양아치들과 동네 다른학교 양아치들 때문에 학교 선배들이 꺼려하는것 같습니다! ... 그래서 왔읍니다!'
'니가? ... 자신은 있고? 하다가 말건 아니고?'
'... 예 저는 졸업하고 고딩도 될거고 대학교도 가기로 맘 먹었기 때문에 ... 그런 일 없습니다!'
선배는 수건으로 땀을 닦던 동작을 멈추고 수리 쪽으로 돌아서서 수리 얼굴을 뚫어지게 보는듯 했다
'대학까지 갈거다! ... 그래 그건 니가 알아서하고
그래서 요점이 뭐야?'
'예 형 제가 바라는건 학교에서는 이미 형들한데 말했지만 선배들 문제는 학교 선배들께 도움을 받기로 말했고 왠만하면 지킬겁니다! ...
그런데 학교 밖에서는 제가 모든 쪽을 팔더라도 맞짱을 떠서 해결할테니까 ... 인정해 달라는 겁니다!
... 고딩들도 있을텐데?'
'그것도 말씀 드릴려고 ... 고딩들한테는 제가 힘이 많이 달리겠지만 ... 제가 알기로는 여기 동네에 다른 학교 양아치들이 설치고 다녀도 학교간에 문제로 선배들이나 형들이 되게 난처해져서 .... 나서기도 그렇고 안 나서자니 체면이 안서고 ...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그런걸 제가 해.결. 하겠습니다!'
선배는 고개를 돌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 나이만 처먹은 쪼다들 보다는 ... 낳네!'
'물론 그때도 절대 연장은 제가 먼저는 쓰지 않겠습니다! 다만 제 호신용으로 쓰는 모나미나 작은 목봉을 사용하겠습니다! 적어도 동네에선 친구들이 맘놓고 놀게 만들고 싶습니다! 형들 체면도 세워 주고요!
그럴려면 ... 형들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선배의 얼굴에 미소가 짖어지는걸 보면서도 수리는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대신 괜히 엄하게 소문나도 꼭 확인하라 하면 제가 형들한테 반드시 확인 시키드리고요! 우리 동네에서 딴 학교 애들이. 장.난. 못.치.게 하겠읍니다!'
'너 ... 선배들 쪼다 만들수도 있는 일인지는 알지?
그래도 ... 정말 자신 있냐?'
'.... 예 해볼려고 형 만나게 해달란 겁니다! 그리고
형들이 곤란한 일들이 있다면 절대 피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네에서 저와 제친구들이 만나고 모이고 그러면 동네 어른들 입에 안 좋을거니까 다른데로 모이는 장소도 옮겨서 말 안나오게 하겠습니다!'
'... 그건 좋은것 같으네!'
'... 이제 다 말씀 드렸는데요!'
'맹랑한 놈! 그러니까 니 말은 동네에 다른 학교 애들이 장난 치는거 막아 줄테니까! 너네는 동네에서 다른 선배들이 나서는 거 막아달라! 이거 아냐?
너희는 그러고 돈 벌어서 쓰는거고? ... 그럼 우린 남는게 뭐냐?'
'.......?'
'형들이 ... 혹시 원하시는거 있으니까?'
수리는 고개를 들어 선배 얼굴을 처다보며 한참을 오해할까 걱정하며 한 생각을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돈이라도 나눠 줄려고? 후훗'
'예 .... 필요하 ... 커어엌 크으'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수리는 벌어진 입으로 아무말도 못하고 그저 신음소리만 입으로 터져나오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채 무릎을 꿇어야했다
'혀어어엉 ... 왜에에?'
겨우 하는 몇마디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겨우 곁눈질로 선배를 살펴보니 다시 주먹이 빠르게 명치를 향해 날아오는것이 보이는듯했다
수리는 본능적으로 몸을 옆으로 몇바퀴 굴리며 얼굴을 보호하며 몸을 웅크려 도약 준비를 하였다
엄청난 파괴력의 힘이었다
'왜에에 ... 가아ㅂ자기 ... 그 러는데요...!'
이번엔 발길이 수리의 웅크린 몸위로 쏟아졌다
크어억엌
수리는 저도 모르게 비명 소리를 지르며 바닥으로 몸을 굴려 피하며 사태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틈에 선배는 수리옆에 다가와 몸통과 옆구리에 집중적으로 주먹을 휘두르며 말이없었다
켁케엑 ... 켁켁
수리는 기침을 해대면서도 선배의 발 놀림을 읽으며 선배의 공격을 감수했지만 더이상은 참을수 없을것 같았다
수리는 선배의 다리가 비어 있다는 것을 본 순간 선배의 배를 가격하는 동시에 발목을 노려 몸을 굴렸다
그러나 선배는 발목을 보호하며 배를 수리에게 내주며 그제야 빙긋이 웃으며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제법이네! 일학년 꼬마 치곤 ... 눈도 빠르고'
'혀엉 대체 .... 왜에에?'
'그만 됐고! 더 이상 말하지 마라! .... 그렇지만 .... 내가 한가지만 다시 묻자?
하다가 말면 넌 내가 죽일거다! ... 할거냐?'
'예 형 ... 전 맘 막었고 친구들한테 약속도 했어요!'
'..... 약속?'
'예 친구들도 도와주고 돈도 모으고 친구들이랑 재밋게 놀고 공부도 잘해서 자기가 되고 싶은 사람 되자고요 .... 컥컥컥'
'후훗 그놈 완전 또라이 별종이네! 물건이라고 들었는데 이게... 완전 사기까지 치네 그래!'
'... 아닙니다! 크으으읍'
'그만! 잘들어!'
손을 들어 수리를 제지한 후 한참을 수리를 처다본 후 다짐하듯 말했다
'동네에서 쌈질해서 말 나오면 더 이상은 안된다
무조건 양아치들에 한해서고 니 말대로 연장써서 일 크게 만들어도 안된다
친구들 모이는것 ... 지금은 어디냐?'
'제가 일하는 만화가게에서 만납니다'
'음 ... 사직공원 같은데 모이면 싸움밖에 날 일이 없을테고 ... 제일병원 옆에 옆에 보면 4.19도서관이있다 ... 조용하고 ... 대게 니들 또래들이나 일반인들이 많이 오니까 ... 거기 옥상 .... 좋을거다! ......한번 가봐라!'
'....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공부를 하든 쌈질을 하든 뭐를 해도 좋은데 양아치들 말고는 될수 있으면 선배들은 건들지 말아라!
그리고 학교간 문제는 반드시 선배들에게 맏기고!
.... 앞으로는 선배들 앞에서 함부로 ... 돈얘기는 하지 말아라! 잘못하면 넌 ... 아까 죽었다! ...,
알았나? 약속할거라 믿어되 되는지 모르겠네에?'
'.... 네? 아! 예예예'
'그리고 문제 생기면 언제든 이리 와라! ... 내가 없어도 관장님이나 여기 칠판에 적어 놓으면 된다!'
'감사 합니다! 형 우와와와 ... 형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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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산고 정문을 나와 담벼락을 따라 산명여대 쪽으로 걸어가다보면 언덕배기가 두갈래 길로 나뉘어지고 하나는 큰도로 쪽으로 계단을 타고 올라야해기 때문에 대부분은 그냥 비탈길을 따라 올라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갈라지는 모소리에 있는 구멍가게는 없는것 빼고는 다 있는 가게기도 했지만 사람이 뜸한 계단길의 골목에서 진을 치고 노는 동네양아치들이 숨어 담배를 피는곳으로도 유명한곳이기도 했다
큰길로 나가는 제일 빠른길이기도 해서 수리는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가파른 계단을 빠르게 올라가며 목이 터지든 말든 상관하지않고 여느때처럼 계단을 세며 오르고 있었다
'누가 나 좀 도와 ...'
계단 끝날 무렵 옆 막다른 골목길에서 누군가 울먹이는 소리를 들은것 같아 수리는 잠시 걸음을 멈춰섰다
'어랍쇼 저건 또 뭐야?'
막다른 골목길 안쪽에는 짝다리 집은 양아치들과 껌 좀 씹는 누나들이 똥꼬 치마로 만들어 접어 입은교복을 신경도 안쓰고 대문 턱에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 낄낄대고 웃고있는 모습이 보였다
'공짜네! 하하 .... 공짜긴한데 ... 저건 좀...'
그런데 바로 그때 골목안에서 또래 여학생이 갑자기 뛰어 나오며 소리를 지르다가 바닥에 엎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여자들 쌈인가? 그럼 난 상관 없는 일이지... 뭐'
그런데 그 여학생이 뛰어나온 쪽을 처다보니 그곳에는 또 다른 한 무리의 학생들이 있었다
막다른 골목안에 있는 마당이있는 커다란 두서너 채 집들이 있었고 그 집 대문들 사이에 만들어진 작은 공간안에서 서너명의 남학생들이 한 남학생을 둘러싸고 협박하듯 주먹으로 가슴을 쳐대고 있었다
남학생은 품안에 가방을 꼭 껴안은채 양아치들을 벗어나려고 애쓰고 있었지만 그럴수록 그들은 실실 웃으며 주먹질을 해대고 있을뿐 소용이 없는듯 했다
엎어진 여학생은 수리를 본것 같았지만 겁에 질렸는지 아무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멍하니 수리를 바라 보기만 했다
'이년이 어딜 토낄려고! 호호호 어머! 얘 쟤는 어쩌고 너만 토낄려고 ... 호호호 이 밤중에 여기서 뭐 할려고 둘이서 왔을까아? 이년 이거 생긴거...'
수리를 본 껌 씹는 누나가 말했다
'넌 뭐니? 아가야! 너도 이거 한번 볼려고?
똥꼬 치마는 담배불을 흔들며 치마를 들썩이며 말했다
'제기랄! 날라리 누나들이 더 지랄같고 독한데 ...'
수리가 그쪽을 보고 망설이는 동안 그 여학생 교복이 튿어지는 소리가 났다
제기랄
수리는 천천히 발걸음을 돌려 골목쪽으로 돌아서며 말했다
'누나들 같은데 ... 동네 창피하게 만들지 말고 얼른 그 학생 놔주고 ... 그냥 가세요 들!'
'옴마 옴마 .., 쟤 좀봐! 옴마 쟤 내스타일이야! 아가
아가야 이리와봐! 옴마 여자애같이 생겼어'
'지랄은! 얘 그냥가라! 여깄다가 저기 있는 오빠들한테 혼나지말고 ... 빨리 그냥 가라! 좋게 말할때'
'어머 이년이!'
'아야야 ... 그만 그만해'
수리는 골목안 분위기가 점점 심각해지는걸 느끼는 순간 똥꼬 치마들은 무시하고 골목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예상대로 골목안은 미쳐 빠져 도망치지 못한 남학생이 서너명의 양아치에게 점점 피떡이 되어가고 있었다
더군다나 청웅 중학교 모표까지 단 이학년이었다
'왜 그러는 겁니까?'
이광경을 지켜보던 똥꼬 치마들이 엎어진 여학생을 나 몰라라하고 앞 다퉈 수리 뒤를 쫒아 뛰어왔다
'형들 같은데 ... 그만 두세요! 이게 무슨 짓입니까?'
막아서는 양아치 한명을 슬쩍 비껴서며 피떡이 된 남학생 앞을 다가간 수리는 나머지 양아치들을 밀쳐내며 이미 바닥에 깔려 흙먼지 묻어 피떡이 된 남학생 앞을 가로 막아 섰다
'넌 또 뭐냐? 왜 참견 하고 나설까아?'
수리의 말에 화가 난 양아치가 비꼬듯 말하며 천천히 다가왔다
그러나 수리는 못 들은척 한걸음 물러나며 말했다
'뭔지 모르지만 ... 한명을 여러명이 ... 양아치 같이 조지는게 뭣 같아서요!
더군다나 형들 ... 우리학교도 아닌것 같은데 우리학교 형을 곤죽으로 만들고 있어서 ... 그냥은 절대 못가겠는데요! 저도 약속한게 있어서요!'
쉬지않고 단숨에 말하는 수리를 보고 어이없다는듯 바라보는 양아치들 사이에서 한명이 끼어들었다
'너 혹시 ... 수린가 뭔가하는 그 돌쇠냐?
'맞네! 수린가 뭔가 ... 보안관 놀이 한다는 새끼!'
'왜 수리 맞으면 ... 그냥 가시렵니까? 그럼 고이 보내드리겠지만 ... 다신 이동네와서 삥 뜯지 마세요!'
'지랄! 수린지 뭔지 모르겠는데! 나서지 마라! 그렇잖아도 너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우리 애들 곤죽 만들었다는 소리는 들어서 알고 ...'
그제서야 나머지 양아치들도 수리를 둘러 싸기 시작했다
수리는 천천히 발차기 자세를 잡으며 한쪽 발을 무릎 꿇듯이 변형하며 손끝을 일자로 모아 옆구리에 붙였다
'넌 오늘 제삿날이다!'
퇴학을 당했는지 머리가 장발인 한놈이 소리치며 달겨드는 순간 이었다
우와아아
놈들이 신호라도 되는듯 동시에 수리에게 달라 붙으며 발과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예상외로 놈들은 수리의 상대가 못되는 동네 양아치들 일뿐이었다
수리는 먼저 앉아 돌려차기로 한놈의 발목을 후려 넘겨 버리고 손끝 날로 겨드랑이에 찔러 넣었다
아야야야 아하아
동시에 수리의 주먹이 한 놈의 턱을 향해 꽂는 동시에 앞으로 몸을 굴려 나머지 한놈의 허리띠 박클을 쥐어 잡아 들어 올리며 왼발로 놈의 오른쪽 발목을 걷어 찼다
그리고는 무릎으로 아구를 마지막으로 질렀다
컥 컥 커어억 으으
'아흐으으 파 팔이 안 움직여 아 흐으으'
너무 싱거울 정도로 놈들은 수리 옷깃히라 건드리지 못하고 자빠져 신음소리만 내고 있을 뿐이었다
모든 공격을 끝낸 수리는 그 양아치들 사이에 한놈을 일으켜 세우고 있는 힘을 다해 손가락을 꺽어버렸다
우두두둑
비참한 비명 소리가 골목안에 울려 퍼졌지만 아무도 대문을 열고 내다보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자 골목안에 있던 나머지 양아치들은 서로 못본척 수리 얼굴을 피하며 덩달아 앓아 죽는 소리를 내며 벽쪽으로 기어가며 몸을 사리며 뒹굴었고 너나 할것없이 도망갈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자! 다들 날 보세요! ... 다들 들었다니까 뭐! 긴말 안할께요! 앞으로 여기 근처에 와서 다시는 양아치짓 마세요!
다음번에는 진짜로 어디하나 나갈 각오하시고 오던가요? 요번에는 저보다 형들이니까 존대해 주지만 다음에는 아주 반은 제가 죽여버릴 겁니다!
그리고 여기 형한테도 지금 삥 뜯은것 못 갚을테니까 .... 대신 학교 동창이라고 하니까 무릎 꿇고 빌고 가세요!
... 못하겠다면 저랑 같이 형들 학교가서 형네 대빵 만나서 담판 질께요! 그럼 아마 어디 하나씩은 병신 되야 할겁니다! 선택 하시고...'
수리는 애써 못본척하던 똥꼬 누나들을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바라보며 말했다
'아! 누나들 누나들도 제발 아무한테도 여기서 본거 말하지 마세요! 안그럼 ... 누나라고 안봐주고 진짜 '
'... 야 이새끼야! 쪼끄만게 어따대고 ...'
똥꼬치마중 한 누나가 거센 누나 입을 손으로 틀어 막으며 되로 돌아서 앞을 가로 막았다
'어쩔래요? 저랑 같이 갈래요? 저 형한테 무릎 꿇고 빌래요?'
놈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눈치를 보다가 하나둘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무릎을 꿇고 비는 놈들에게 수리는 웃으며 말했다
'형들 여기 이렇게 시끄러운데 아무도 안나와 보는게 왠줄 알아요? 다 형들 때문이예요
여기 형과 누나가 과외하고 정거장 빨리간다고 이길로 온거지만 형들과 누나는 뭐 할려고 온거예요?
... 뭘해도 좋은데 여기서는 하지마세요!
형들도 쪽팔려서 말 안하겠지만... 괜히 말 만들어서 나한테 진짜 죽고 쪽팔릴수 있으니까 입조심들 하세요! 그리고 이거 ...'
수리는 아까부터 미안하다고 말은 안하고 무릎만 꿇은 한놈의 턱에 주먹을 꽂았다
퍽
케컼 ... 케에애악
'이건 미안하다는 말 안한 대신 저 형 대신 제가 주는겁니다!'
'괜찮으세요? 형'
수리는 손을 내밀어 자기학교 선배를 일으켜 세우려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숨넘어 가는 소리를 지르며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골목길 입구쪽에서 창피한것도 모르고 뛰어온 여학생은 울음부터 터트렸다
수리는 영문을 모르고 어쩔줄 모르고 울고있는 여학생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수밖에 없었다
'으와앙 으와와앙 ... 경찰서에 신고 ... 으와와아 해달라고 했어.... 구멍가게 아줌마가 .... 으흐으으 했는데 ... 지수야... 니가 걱정돼 ... 으흐으으'
학교 선배는 민망한지 헛기침만 하며 여학생을 어쩌질 못하고 손만 오르락 내리락 할뿐 이었다
'... 하! 형 친구니까 ... 누나네! 그럼 ... 누나나 형들 조심해서 가고요 ... 오늘일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세요! 진짜로요... 그리고 형 ... 앞으로는 밤늦으면 큰 길로만 다니세요! 형 여자 친구도요'
멀리 계단 밑 삼거리에서 순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듯 하자 수리는 서둘러 자리를 털고 일어나 돌아 서는데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 고맙다! 정말 고맙다! ... 여자 친구 아...
수리라 했지? ... 나중에 내가 찾아갈께 .... 으으윽'
곁눈질로 여학생을 쳐다보는 선배의 얼굴은 매맞아 터진 피떡 때문인지 더욱 붉어 보였다
열 일곱번째 마침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