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헉헉 헉헉헉허억 허억 컥 .......'
재복이는 이미 숨이 턱 밑까지 차올라 있었다
얼굴은 이미 눈탱이가 복숭아같이 변해 있었고 입술은 쿤타킨테처럼 부풀어 올라 있었지만 그걸 따질 형편이 아닌듯 큰길을 향해 뛰어가는것 밖에 방법이 없는듯 보였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신기하게 뛰어 다다르는곳에는 큰길 대신 각구목을 든 양아치들 뿐이었다
'야 이 씨뱅아! 학학 ... 거기서라! 사람 ... 학학 힘들게 하지말고 .... 당장 거기 서!'
'야 쟤 좀 빨리 잡아봐라! 힘들어 죽겠다! 아이고 ...
저새끼 잡히면 죽여 버릴꺼야! 빨리 잡아!'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은 그렇게 다녀봤는데도 재복의 눈에는 큰길로 나가는 골목을 찿을수가 없었다
어둠컴컴한 골목 여기 저기서 소리치는 소리가 요란한데도 역시 아무도 내다보는 사람은 없었다
아마 불량배들 싸움이려니 생각하고 몸 사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지만 재복이가 양아치들손에 잡히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야 저새끼 저기있다! 저기 있어!'
누군가 재복이 뒤에 대고 소리치는게 들렸다
두려움보다는 빨리 벗어나 친구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앞서 죽을 힘을 다해 큰길을 찿아 뛰어 달아났지만 이미 맞을대로 맞은 옆구리가 결려 마음과는 달리 더 이상 다리가 움직여 주질 않았다
'헉...헉....허억 제길! 잡혔나?'
막다른 골목의 끝집 대문이 재복의 눈앞에 있었다
'거기서 이새끼야! 학학 막다른 골목 ... 서! 이새끼
하학학 ... 넌 새끼야 이젠 ... 하 ... 뒤졌어!'
숨을 몰아 쉬는 무리들이 골목 입구로 모여 들었다
땀과 피로 물든 재복의 입에서 저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지만 재복은 입구의 양아치들의 무리를 헤아리고 있었다
'제길! ... 완전 엿됬나 보네! 크크크'
어두운 골목길을 따라 한놈이 걸어 들어오자 그 똘마니들로 보이는 놈들이 골목의 앞뒤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뭐야? ... 병신 새끼들 많이도 왔네 ... 크크크
으으 ... 완전 엿되 버렸네! 크크크'
'어랍쇼 이새끼 ...... 아닌데! 그 독수린가 될쇤가가 아니라고! 야 새끼들아 ... '
분노로 가득찬 놈의 목소리가 분에 못이긴듯 떨리고 있었다
'야 정의용! 이새끼 아냐? ... 만화방에서 나오는거 쫓아와서 조진건데 ...,'
'아니라고! 이 씨발들아! 하 이건 뭐야? 도대체?'
재복은 그제서야 웃으며 쓰레기통에 기대어 주르르 미끌어져 내려 앉았다
눈앞이 깜깜했지만 신기하게 웃음이 나왔다
재복이는 고개를 숙이고 웃는 얼굴에는 장난기까지 서려 있었다
'양아치 새끼들 수리 하나 잡으려고 떼거지로 온거냐? 크크크 나 하나도 제대로 못 잡는 것들이 수리 잡는다고? .... 니들이 암만 떼거지로 다구리 놓을려고 해봐라! 되나 ... 양아치 새끼들 크크크'
'이 개새끼가! 성질나 죽겠는데 ... 두들겨 패버려!
저새끼 야부리 못까게 죽여 버리라고! 죽여버려!'
분노에 찬 양아치 말이 떨어지자 무수한 주먹과 발길질이 재복의 몸과 얼굴에 떨어졌다
퍼억 퍽 퍽 퍽
'크윽 크으윽윽'
'저새끼도 보안관 놀이하는 그새끼 똘마닌 모양이다
뒤지지 않을 만큼 패버려! 아예 묻어 버리던가!'
재복이는 계속되는 주먹과 발길질에 꾹 감은 눈에 별꽃이 왔다 갔다 했지만 재복은 대항할 힘이 없었다
그저 몸을 둥글게 말고 얼굴과 배를 보호하며 견디는 방법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팔 다리 머리 어깨 등어리 어디하나 성한곳 없이 무수히 맞아 머리는 깨지고 터져 머리카락에 엉겨붙어 피떡이 되어 있었고 교복은 찢어져 걸레 조각보다 못하게 되었지만 신음소리조차 낼수 없었다
'가만! 잠깐만 있어봐!'
잠시 멈추라는 놈의 말에 다구리가 멈췄다
'야! 너 뭐냐? 너도 보안관이냐? 그 독수린가 하는놈하고 한편이냐고? 야! 정신차리고 말해봐!'
'윽 끄흐흐윽'
고개를 발로 뒤로 젖히자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리는 재복이는 뭉개진 토마토 같은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멍청한 양아치 새끼! 넌 이제 수리 크으 윽 ... 한테 크으으윽 ... 죽은 목숨이다! 새끼야!'
양아치는 재복의 말을 듣자 재복의 옆구리와 배를 발로 밟고 때리며 짖이기기 시작했다
'아악 아아아악 아아 크으으흑'
재복은 숨이 턱 막히며 가슴쪽에 격렬한 통증을 느꼈다
어디 하나가 부러진 모양이었다
'수리 수리가 ... 너언 ... 이제 ...아하 죽었 어!'
'야! ... 의용아 그만해라! ... 진짜 일 커진다!'
헉헉헉
때리다 지쳤는지 재복의 몰골에 겁이 났는지 발길질을 멈주고 재복을 내려다 보며 말했다
'대답해! 새끼야 보안관 이냐고?'
'크크크윽 ... 하아 ... 으으으 보안과ㄴ? 좋아하네돌 .. 쇠다? 이 씨뱅아'
순간 놈은 시 뻘개진 얼굴이 굳어지며 재복의 옆구리를 있는 힘껏 걷어찾다
'컥 커억 .... 커어어어어어억!'
주변의 양이치들중 하나가 서둘러 놈의 몸을 가로 막으며 끼어들었다
'안돼! 새끼야! 정도껏 해야지? 진짜 .... 겁도없이
너 새끼야 이건 ... 아니지 새끼야! 그만해!'
신음소리 조차 없이 피 걸레가 된 재복이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낮에는 오가는 사람들로 붐비던 시장통 골목도 방과후 학교처럼 어둠이 내려 앉기 시작하자 쓸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조금 있으면 마지막 장사를 마치고 소주한잔 하는 골목 식당의 술취한 상인들 목소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걸리적 거릴 사람이 없을 것이다
개미 새끼 한마리 지나 다니지 않는 골목 귀퉁이에 수리는 볼펜 심을 뺀 모나미 153 볼펜을 양손 하나씩 움켜쥐고 시장통을 꼰아보고 있었지만 웅덩이마다 괴인 꾸정물과 여기저기 바람에 날리는 쓰레기만 있을뿐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겨우 오가는 사람을 구분할 정도의 불빛만 남자 수리는 한숨을 내쉬며 볼펜을 다 잡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재복이는 밤 늦게 귀가하는 막다른 골목 집 주인 한데 발견되어 경찰차를 타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갈비뼈가 부러졌고 옆머리와 팔뚝에 열여섯 바늘을 꾀멨고 발목에는 반 깁스를 해야할 정도로 다구리를 당했지만 눈치가 빤한 재복이는 친구들에게 해가 될까봐 경찰서에선 끝까지 모르는 사람들한테 돈을 안뺏기려다가 맞았다고 말했다고 했다
재복이 아버지까지 병원에서 언성을 높일 정도로 화를 내셨지만 줄담배를 피시고 난 후에는 병원비를 당신이 부담하면서도 당신 자식을 믿어주는 눈치셨다
학교에서는 학교대로 수리가 대신 곤욕을 치뤘다
근자에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 사고로 주변 학교 대빵들끼리 말이 많은데데다가 일학년이 피떡은 고사하고 입워까지하는 중상을 입은 이유가 학교간의 알력 때문이란 사실을 모를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수리 대신 재복이가 곤욕을 치뤘지만 학교 선생들의 눈치가 수리를 의심하는 눈치였고 실제로도 교무실에 몇차례 불려가기도 했다
학교 짱들이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리에게는 나서지 말라는 은근한 압력이 가해졌고 당분간 소리 소문없이 지내라는 말로 끝낼수 있었다
그러나 학교 학년 대빵들과는 그럴수가 없었다
선생들과 마찬가지로 조용히 짱박히라는 말까지 들은 상황이지만 양아치들 문제고 학교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 처음 친구들이랑 선배들에게 약속한데로 자기가 조용히 해결 하겠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 야 이소리! 니 맘은 알겠는데 ... 이번에는 니가 참아줘야 겠다! ... 정말 큰 싸움 날것 같다! 대빵 형도 말하는거로 봐선 많이 난처한 모양이더라!'
'뭐가 난처 한데요 형? 우리학교 애가 좀 다친것도 아니고 병원에 누워 있는데.. 집단 다구리를 ...'
'아 그만 그만 ... 그새끼 정말!'
'....'
'야 지금 꼰데들도 꼰데들이지만 ... 아 씨발 정말
말 안하려 했는데 정말 쪽팔리게!'
'야! 이소리 니가 일학년 짱도 아닌 새끼가 ... 어떻게 감당 할려고 그래! 그 ... 양아치 새끼가 백제중 대빵 친동생이라서 다들 손 못대고 그냥 못본척 하고 있는걸 알고나 좀 나서라 이 모지리 새끼야!
누군 가오발 없어서 가만 있는줄 알아? ....
에이 .... 쪽팔려서!'
'그럼 형 ... 형 말 알아들었다고 하세요! 지금부터 하는 일들 모두 저 혼자 한거고 책임도 제가 집니다!'
'야 이소리! 이새끼 정말 이쁘다 이쁘다 하니까!'
'형 ... 제발요! 나한테 젤로 친구고 가족이라고요! 오늘 ... 더이상 시간 끌면 여기저기 말들만 더 많아질 것 같네요 .... 오늘 오늘밤에 제가 해결 할께요!'
가족 ......
갑자기 용용이 형 얼굴이 떠올랐다
사람 취급도 받지못하고 무슨일만 있으면 수리를 바라보던 친구들과 선생들의 차갑고 멸시하는 듯한 눈초리가 겹쳐 지겹다는듯 패대기치던 출석부 생각이 났다
멀리서 깡통 구르는 소리가 지난 잡념을 깨웠다
딱 따르르르륵
'뭐야?'
일시에 소리나는 쪽으로 시선이 가는것은 소리만이 아니었다
십여명의 양아치들이 서로 눈치를 살펴가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아무것도 아냐! 새끼야 ... 내가 다 놀랐네! 흐흐'
각구목을 손에 들고 있던 한놈은 쓸데없이 좌판 포장을 신경질적으로 두드리며 욕을 해댔다
그런데 어디선가 또 깡통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딱 따르르륵
주변을 경계하고 잇는 무리를 향해 어두운 골목에서 빈 깡통 쭈그리며 다른 사람들은 무시한다는듯 비짝 마른 한 사람이 이미 각구목과 자전거 체인을 준비하고 있는 놈들에게 말하며 겁없이 다가왔다
터벅 터벅 터벅
'누가 정의용이란 양아치냐?'
빡빡 깍은 머리만큼이나 어려보이는 얼굴 이었지만 눈빛만큼은 차고 어두웠다
터벅 터벅 터벅
'누가 정의용이냐고? 이 씨방새들아!'
시장 중앙통 좌판 앞에서 갑자기 걸음을 멈춘 수리는 안절부절 못하고 눈동자를 굴리고있는 무리들과는 다르게 헝악한 분위기는 아무 상관 없다는듯 다시 말하기 시작했을때 낮익은 얼굴이 눈에 띄였다
얼마전 골목길 삥 뜯다 수리에게 아작난 양아치들 가운데 마지막까지 버티던 놈 그놈이었다
'니가 정 의용이구나? ... 누구든 상관없는 사람은 지금 .... 가라! 그럼 다신 건들지 않겠다!'
'뭐야? 저새끼 혼자 온거야?... 진짠가 보네!'
'어랍쇼 저거 진짜 혼잔가본데 ... 정말!'
그러나 수리는 아무런 대꾸없이 가만히 그자리에 서 있었다
'상관없는 사람 얼른 집에가라!'
수리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들에게 말했지만 서로 눈치만 볼뿐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말귀를 ... 못 알아 들어 쳐 먹으면... 죽어야지!'
마침내 흥분한 한놈이 각구목을 휘두르며 수리에게 덤벼 들었다
휘익
퍽
수리는 몸을 앞으로 숙이며 각구목을 휘두르며 덤벼든 놈에게 오히려 다가가 멱살을 틀쿼 잡아 손에든 볼펜을 겨드랑이에 꽂아 힘껏 찔러 넣었다
'아 아아아악 아흐으으으 으'
'한번 더 말한다! 그만두고 갈사람 빨리가...'
철커덕 쒜에엑
체인 돌아가는 소리에 수리는 몸을 비켜 돌렸지만 체인이 수리의 장딴지를 휘감었다
옷은 찢어졌고 순식간에 살점이 튀어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으 ... 양아치 새끼들 ... 연장질까지 으으'
그러나 수리는 손짓으로 다 덤비라는 시늉에 흥분한 놈들이 한꺼번에 수리에게 덤벼들었다
휘이 퍽퍽퍽
수리가 피할수 있는것은 한계가 있었다
일단 머리수를 줄이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자
수리는 몇명의 각구목을 머리와 몸을 최대한 보호하며 양손의 볼펜을 겨드랑이와 오금이 보이는 족족 있는 힘껏 찔러 넣었다
퍽 퍽 퍽
'아흐흐윽 아야야야'
수리의 귀 언저리도 찢어져는지 목에 따듯한 국물이 흐르는게 느껴졌지만 손을 멈추지 않았다
철커덕 쒜에엑
크으으윽
수리의 판뚝을 체인이 휘 감기자 수리는 왼쪽 볼펜을 놓치고 말았다
수리는 다시 체인 감기는 소리를 들으며 더 이상 체인을 못 막으면 당한다는 생각에 체인을 향해 몸을 180도 회전하며 맞으면서 동시에 팔꿈치를 놈의 명치에 꽂아 넣었다
철커덕 쒜에엑
퍼어엌 퍽
'켁케에엑 켁켁켁'
놈은 땅바닥에 머리부터 박으며 무릎을 꿇었지만수리도 엉망이 되고 말았다
'야 저새끼 이제 맛 가나보다! 죽여버려! 저거 아주 죽여버리라고!'
놈이 말이 떨어지자 남은 너댓명의 각구목과 체인이 다시 수리의 몸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퍼억 우지직 우지끈 퍽퍽
수리는 정신없이 볼펜을 돌리며 상대했지만 수가 더 이상 줄지는 않고 자기 몸만 둔해 지는걸 느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내가 너무 무모했나? 흐흐'
그나마 다리는 크게 다치지 않아 가볍게 발을 놀릴수 있어 두발과 두팔이 허공을 한차례씩 돌때마다 시장통 좌판을 등지고 있는 수리 앞의 양아치들이 하나씩 자빠지기 시작하는게 보이기는 했다
그러나 그나마 자빠트린 놈들도 있는 힘껏 찔러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씩 다시 합세하기 시작하자 온몸으로 맞으며 눈에 보이는 족족 주먹을 날린뿐이지 아무런 대책없이 매를 감당할수밖에 없었다
'제기랄 또 내가 흥분했었구나!'
수리는 맞는 자체가 아픈게 아니라 막상 맘먹고 온 양아치한테는 손하나 못대고 만다는게 억울하고 분하다는 생각만 머리속에 들뿐 눈앞이 점점 희미해져 같다
'제기랄!'
그때였다 멀리서 뭐라고 욕지거리가 큰소리가 들리며 왁자지껄 달려오는 소리가 수리 귀에 들리자 몸에 떨어지던 고통도 멀어지기 시작했다
시장 상인들이 싸움났다는 소리를 듣고 좌판 때문에 다시 몰려 나오는 소리에 놈들이 꽁지 빠지게 달아난 덕이었다
'세상에! 무슨일인데 한사람한테 ... 에이 못된 놈들
이것 좀 봐! 어쩜 ... 이렇게! 학생 학생 정신 좀 차려봐봐! 학생 학생'
시장 상인회 아주머니들의 정성어린 배려 덕분에 정신을 차린 수리는 벌떡 일어났지만 생각뿐이었다
생전 처음보는 얼굴들이 수리를 보고 있었고 수리또한 그 얼굴들을 보고 서로들 놀랄뿐이었다
'괜찮으냐?많이 다친것 같은데....'
괜찮냐는말에 수리는 조금전에 일어났던 일들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아 내가 ... 여기는 .... 고맙읍니다!'
'곱상하게 생긴 녀석'이 ... 뭔 일인지 몰라도 .... 에이! 예서 자고 내일 가 ... 어짜피 지금 가기는 틀렸고 쯔쯧'
'주씨 아니면 학생 어떻게 됬을지도 모르는데 ... 쯔츳 ... 왠 쌈질이야 쌈질이 ... 밥은 쳐먹고 싸우냐?
어여 일어날수 있으면 있으면 일어나 앉아 .... 밥 한술 말아 줄테니까 ... 처 먹든지 말든지!
으이그 내 팔자가 그렇지 ... 으이그 망할놈의 세상 같으니라고 .... 어여 못 일어나!
처 먹은 소가 똥싸는 법이여! 못 먹겄으면 그냥 생켜! 그래야 나서'
수리는 울컥 눈물이 날것 같았다
온몸이 젖은 솜이불 같이 무거웠지만 작은 식당안에 따스한 냄새가 목구멍을 자극하는것이 좋았다
수리는 쳐다보지도 않고 내쫒지도 않는 할머니 등짝에대고 한번 더 혼날 각오로 말했다
'.... 할머니 .. 나 소주 하나만 주세요! 돈 ...낼께요'
'썩을놈! 술 처먹을 힘은 있는 가베!'
다시 눈을 떳을때 수리 옆에는 따듯한 콩나물국과 밥 한공기가 물컵에 담긴 소주 반잔과 같이 나란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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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학교 앞에는 별의 별 구루마가 자리를 차지하고 학생들의 코 묻은 돈을 홀리려 하고 있었지만
백제 중학교는 그나마 대로변에 정문이 가까워 오가는 직장인들이 많았고 인근 큰 회사들 때문인지구청 단속반들이 살벌하게 도로를 오가며 살피는 관계로 학생들이 지르는 커다란 소음과 학생들의 빠른 발걸음 밖에는 별달리 눈에 띄는게 없었다
더우기 백제 중학교는 특이하게도 정문 이외에는 교외로 빠져나갈 길이 숙직실 뒷문을 통해 대사관 담벼락을 타고 넘는 방법 외에는 따로 없어 땡땡이를 치려면 교문을 통과하지 않고는 방법이 없었다
'어어 저거 뭐야! 빨리 누가 선생님 불러와라!
빨리!'
다급한 수위 아저씨가 집으로 가는 한 학생을 붙잡아 책가방을 뺐으며 소리쳤다
'잠깐 잠깐! 다늘 조금 이따가 선생님 오시면 그때 집에 가라! ... 거기 나가지 말라니까!'
수위는 아치같이 생긴 양쪽 철문을 황급히 당겨 교문을 잠그기에 여념이 없었다
'어 저새끼 진짜 미쳤나봐!'
우우우
'진짜! 우으으으 저거 손에 피 아냐? 피 맞는데!'
'설마? 우 씨발 ... 저 저젖ㆍ거 피 맞는거 같은데!'
'우 씨 손에서 ㅈㅈㅈ 피나는 ㅈ 거 아닌건 ...데 우 씨! 저 미친 ... 피를 손에 ... 우 씨 비ㆍ르ㄴ 건데! 모래까지 묻힌거고 ...'
'우와 저새끼! 완전 크크크... 곤조발 죽인다!'
닫힌 철문 앞에 서서 피묻힌 양손을 치켜들며 수리는 있는 힘껏 소리치기 시작했다
'정의용 개새끼 나와!'
열 아홉번째 마침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