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1-27)

雜技 2 - 또 다른 가짜 형

by 바보


27.




'어! 형 .... 경수 형!'

'.....'


수리는 경수를 보는 순간부터 놀라면서도 왠지 신이났다

그러나 경수는 여전히 말이 없었고 잠시후 평정심을 찿았는지 무표정 얼굴을 유지하며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수리는 친 할메 만난것처럼 손도 안닦고 경수에게 뛰어가듯 다가갔다


'형! 형! 저 수리예요 수리! 형!'

'......'


반장과 할메는 물론 함바집 수리를 아는 모든 인부들이 밥도 먹는걸 멈추고 이 신기하고 묘한 만남을 처다보며 있었다

그만큼 수리라는 존재가 이 인부들 사이에서는 골치 아픈데 가슴이 텅빈것 같고 허전하고 아픈 손가락처럼 관심이 가는 존재였다


'으응? 니들 아는 사이야? ... 이게 뭔일이래!

한 놈은 이 공사판에서 알아주는 꼴통이고 ㅋ .... 또 한노 ~ 친구는 박사도 보통 박사가 아닌데 ....

뭔일이래 진짜'

'....'

'형 진짜 여기 왠일이래 ..... 요? ... 아! 난 여기 할메 손자!

길거리서 꽁자로 주은 무뚝뚝이 할메 손자... 는 아니고~ 손자 역할을 맡고 있는 수리 수리 마수리 이소리입니다'

'....'

'아 이놈아! 꼴통 니가? ... 어떻게 장박사를 알아!'

'... 이봐 장박사! 자네 이 꼴통 진짜 알아?'

'.... 그 그게 ... 학교 근처에 살아서 그냥 한번 본거 같습니다'

'아니 ... 형! 저 수리라니까요 수리! ... 만화바~'


수리는 눈길을 피하는 경수의 얼굴에서 이상함을 느끼고 엉거주춤 다가감을 멈춰서며 한발 뒤로 물러나기로 했다


'아닌가? 맞는데 .... 죄송합니다!'

'.... 아 아니이 나도 널 본것도 같은데 너무 어두워ㅅ ... 이따 일 끝나고 하 한번 보자....'

'... 나 오늘 여기 있을거예요'

'어쭈구리? 요것들 봐라? 네다바이 치고들 계시네

... 니들 뭐냐? 한놈은 반갑고 한놈은 뻘쭘하고 ...

어디서 공갈질들이냐 ㅎㅎ 이거 냄새 나는데!

냄새 나'


아무말 없이 둘의 얼굴을 번갈아 처다보며 대화를 듣던 반장은 모른척 화제를 돌리며 자기 옆자리를 두드리며 경수를 앉혔다


'앉아! 안자서들 말들해라'

'아니 오야지 얘들 뭔가 이상해 ... 한놈은 죽어라 아는척하다가 갑자기 쌩까는것도 이상하고 또 이 박사라는 놈은 정색을 하고 모른체하고 있고 ....

놀구들 있잖아요 ~~ 공갈빵 치면서

게다가 꼴통과 박사... 이상해 정말 이상해! 이상한 애들이야! ... 뭐 상관 없지만 구라 까는 냄새 나 확실해! '

'아 그만해 애들 밥먹게!'

'그만허지요 그만해 ...


대장 두꺼비 하나 깝니다~

이따 같이 적을께요'

'... 썩을 ... 언제 말하고 먹었어? 알아서 적어

수리 넌 뭐하고 자빠졌냐? 도울거면 어여 설걷이를 하던가 반찬이나 빈데 더 같다 넉넉히 주고...'


수리는 정신을 차리고 빨개진 얼굴을 한채 빠르게 곱부 하나를 가져다 식탁에 놓고 자리로 돌아왔다

할메 덕에 관심이 딴데로 돌려진것이었다


'적당히 마셔! 장박사는 많이 먹고 ... 바둑 한판 두려면 얼릉 밥먹고'

'아 오야지 오늘은 안되요! 오늘은 내가 먼저 장기 한판 할거요! 아무리 찬물도 위 아래가 있다지만 막일하는 이판국에 어떻게 매일 오야지가 먼저요?

양보 좀 하쇼! 어째 한번을 양보가 없네'

'.... 또 까분다!...안된다 했다! 먼저 바둑 바둑이가 먼저야! 오늘은 꼭 한번 이겨야 봐야 해'

'아 오야지 안된다니까 그래요'

'오야지? 언제적 십장이고 오야지가 아직도 글코 야 ... 오야지가 뭐야 오야지가 ? '

'.... 아니 또 그소리 십자 ... 아니 반장 ... 에이 형님

진짜 이러거요? 진짜 가오빵도 아니고'

'....'

'형'


그때 할메는 수리를 처다보며 소리부터 질렀다


'아 얼른들 밥 안먹을거지? ... 진짜로 안먹지?

수리야 밥상 걷어라!'

'....'

'아 이젠 할메까지 ... 그래! 그렇지 칼자루 쥔 놈이 언제나 대빵이지 그래 장박사가 한번 말해봐! 나지? 그렇지? 말해봐!

답답하게 뜸 들이지 말고'

'어이 장박사?신경 끄고 그냥 밥이나 얼릉먹어

저놈 곤조 신경 쓰지말고...'

'아! 정하라니까! 바둑인지 장긴지!'

'.... 저 저는 ....'

'반장님! 반장님도 소주 드릴까요? 아님 막걸리로 드릴까요? 후라이는 할메한테 말해야 하는데....'


수리는 눈치를 살피다가 반장에게 끼어들었다

나이가 어리든 많든 나이가 많거나 높은 사람이 언제나 이기기 마련이란 사실을 너무 많이 봐 왔기 때문이었다


'.... 소주는 됐다'

'아 나도 후라이 좀 같다 줘 ... 에이 맨날 이기지도 못하면서 '

'그러는 너는 이기냐? .... 그리고 형이 뭐냐 형이!'

'... 그럼 형이 형이지 뭐라 불러 ... 요? 깡패 형'

'그만 하라 했다!'


작아지는 목소리에 수리는 끝났다 라는 생각에 민망해하는 아제에게 다가가 물었다


'아제 후라이 두 접시 할까요? ... 적어 주세요!'

아 이놈아 몇번을 물어 빨리 해달래'

예예 맨날 이기지도 못하면서 대들어 대들긴 ㅋㅋ할메 후라이 두개요 ~~'

'저 밤톨만한 놈의 쉭키가!~ 그렇잖아도 열불나 죽겠는데 .... 으이그 '


수리는 왜 신이 나는지 몰랐지만 한껏 들떠 있다

오랜만에 듣는 할메 욕지거리도 그랬고 능글능글 아제 구랭이 담넘어가는 소리도 그랬고 십장님 너그럽고 고집스런 말 한마디가 그랬다

참 오랜만에 듣는 소리였다


할메는 입으로는 뚝뚜거리면서도 계란 한판을 꺼내 들고 나오며 함바 안을 둘러보며 반찬 빈곳을 찾아 두리번 살펴보고 있었다

선풍기가 탈탈 거리는 소리가 더 짜증스러웠지만 새벽부터 조적질에 나라시 하느라 힘들었는지 다들 먹는 양이 솔찮아 보였다

주방 이모는 무뚝뚝이 할메가 잔소리가 없는것으로 보아 할메 마음에 드는지 눈길한번 주지 않았지만 일손이 빠르고 일머리가 시원 시원하게 처리해 나가는 듯 보였다


'썩을! 반찬 놔두고 무신 후라이 ... 후라이가 ?

수리야! 저기 밥 양푼 다라이 비어간다!

소장님 오시기 전에 밥 좀가져다 채워놓고 ...

계란 다 됬으면 저 술뱅이 하고 반장님하고 ... 저 학생한테 가져다 줘라'

'아 우리는 안줘요? 빈정 상하네 ㅋㅋ'


여기 저기서 빙긋 빙긋 웃으며 농을 던지고 한마디씩 하고 있었다


'썩을 ... 아 밥들 다 먹었으면 얼릉 나가 한숨 자둬

객적은 소리들 말고 .... 어디서 익은밥 먹고 선소리 떠들고 지랄들이야! 아 빨리 안나가! 여여들 가!'

'그래 그거 바른말이긴 하네 '

'아제들도 그럼 해 드릴까? 헤헤 ... 오원 오원'

'썩을 무신 오원 ... 아 얼릉 저기 같다 줘 ... 그냥!'


할메는 수리를 처다보며 소리부터 질렀다


'수리야 넌 이거 가져다 주고 다들 그냥 한접시에 했으니까 알아서들 나눠 먹어라 해'

'우왕 후라이가 도대체 몇개야? 내것도 했나? 두개도 아니고 세개가... 아니고 한판을 다 했네 ...

하옇튼 손 커 ... 세개씩 먹어도 남네 남어 ..

... 근데 아제 이거 다 먹으면 배부르겠다 ㅋㅋ'

'꼴통 일루와 .... '


한곱부 소주를 들이킨 아제가 계란 접시에서 계란 한개를 입에 털어놓으며 수리를 불렀다

수리는 너무 까불었나 하면서 다가가며 긴장하며 슬쩍 물었다


'왜요?'

'이놈이 어른이 오라면 냉큼 와야지! 뭔 말이 그리 많어 많기를 .... 어여 일루와'

'..... 왜요? 뭐 시킬일 ... 있어요?'


아제는 말없이 계란 후라이 접시를 처다보지도 않고 다가오는 수리에게 내밀며 퉁명스레 말했다


'이놈아 이거 니가 처먹든지 버리든지 해!

두꺼비 한마리 잡는데 뭐놈의 후리이를 이래 많이 해서 ... 사기를 치고 있데? ... 손은 커 가지고 ...

아무래도 대장이 이제 노망이 나서 구라빵을 멕이나보다! 어여 가지 가!

글코 노릉자는 그렇게 익히지 말라해도 청개구리 같이 꼭 익혀 퍽퍽하게 만들고 그나마 안 익힌건 꼭 터트려 가지고 ...

아 얼릉 가져 가!'


수리는 그제야 아제가 부리는 심통의 뜻을 알았고 처다보지도 않고 듣고 있던 할메도 평상시 같으면 당장 뛰쳐나와 나가라 오지마라 댓박 소금통부터 찿았을텐데 못 들은척 등을 보이고 있었다

수리는 눈물이 났지만 눈물을 보일수가 없었다


'아 할메 욕할때는 언제고 더 준디야? 할메! ~

지금 짜웅하는거지? 그치?

십자 아니 반장님 이거 짜웅이래요 ... ㅋㅋ'

'썩을 .... 아 이놈아 소장님 오실때 다 됬어 얼릉 저쪽 치우고 상 닦아! 반찬도 다시 놓고 '

'아 예예~~'



한바탕 전쟁을 치룬 함바집은 아직도 할 일이 첩첩 이 쌓여 있었다

설걷이통 하나 가득 두 다라이와 수저통 한 다라이 음식 쓰레기 한 다라이 행주와 음식통등등

수리는 말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설걷이를 시작해 마무리를 시작하자 주방 이모가 곁에 주저 앉으며 말을 걸었다


'학생 여리여리한데 제법 손이 야무지네 ... 배고프지?

이거 얼른하고 사장님하고 같이 밥 먹자

.... 사장님이 학생 많이 기다렸는데 ... 알거 같네!

이제 제우 중학생 같은데 ... 휴우 어쩌다가 ㅉㅉ

다른 애들 같으면 설걷이 통 근처도 안 올텐데 ... 해주는 밥 먹을 나이에 ... 벌써 철이 들어가지고'

'에이 이모는 ...'

'.... 얼른하자! 그래야 한숨자고 참 낸다'

'예 ... 근데 할매가 안보이네요'

'.....'

'.... 이모 할메 무신 일 있지요? 예'

'.... 니 할ㅁ.... 사장님 창고방에 누워 있다 ... 객지서 몸 아프면 서글픈건데 ...

으휴! 허긴 이가 아플때도 됬지'

'.... 아퍼요?'

'나이 먹어서 그렇지 ... 나이 먹으면 여기 저기 아프고 고장 나는거야! ... 자식이 있나 서방이 있나

학생 오니까 기 살아서 바짝 서두르더만 ... 으이고

나이 먹은 죄지 ... 죽지 못해 사는거지 ...

으이고 나도 주책이지 ... 애 앞에서 '

'.... '


'애 데리고 무신 수다야 수다가! 얼릉허고 밥 먹자

수리 배고프겠다! 어후 좀 낫네 으으'

'... 아 가서 누워 있어 쫌! 아프다메!'

'.... 자넨 애 데리고 벨소릴 다해 .. 아 얼릉 일이나 해! 이제 허기 진다'


설걷이는 생각보다 많고 힘들었다

수리는 왠지 화도나고 이유도 없이 괜히 눈물이 나려했지만 꾹 참으며 애꿎은 그릇들에 화풀이를 하고 있었다


'자 니놈 좋아허는 메루치 볶은거랑 두부 지진거다

많이 먹어라 ... 계란 더 부쳐 줄까?'

'할메는 내가 닭이야? 닭알만 먹게'


수리는 괜히 속에도 없는 심통스런 말을 내 뱉으며 연신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고 과장되게 퍼 먹으며 물었다

'할메도 이거 먹어봐 진짜 죽인다 헤헤'

'... 천천히 먹어 체한다'

'할메나 천천히 꾹꾹 씹어서 먹어 내 걱정 말고 헤헤 없어서 못 먹지 .... 별걸 다 잔소리한다'

'썩을 ....'


할메는 싫지 않은지 숟가락을 들어 한입 먹으며 오징어 그릇을 수리 앞으로 밀어 놓는 모습을 보며 주방이모는 기가 막히다는듯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처다보며 웃었다


'후후후... 좌우간 별일이네 별일이야!'


'근데 할메에 ~ 아까 장박사라는 형 있잖아?

왜 반장님이랑 영진 아제랑 밥먹으며 서로 싸우던 박사라는 사람 말인데~ 할메 알아?

누구야? 일한지 오래됬어? 무슨일 해? 오까네는 얼마 받고? 왜 서로 싸우는거고? ...

아 숨차다'

'... 너도 아는 사람이라메? ... 뭘 물어? 어여 밥이나 많이 먹고 한숨 자 ... 자고 갈거냐?'

'응 자고 갈거야 그니까 얘기 좀 해봐! 응응'

'....'

'박사라고 왜 부르는지? 어떻게 여기서 일하는지'

'또 ~ 또또 신기헌거 생겼다! 아 밥부터 먹어'

'먹잖어 ~~ 그러니까 대답부터 좀 해봐!'


참다 못한 이모가 나섰다


'그 학생 저기 경봉고등학교 학생이고 여기서 일 한지는 얼만 안됬고 꽤 오래전부터 띄엄띄엄 와서 일하고 밤에는 야방 서며 공부하는 학생이라더라

공부도 잘하고 말없이 일도 잘하고 못하는게 없이 다 잘하니까 반장님이 좋게 보고 소장한테 말해서 일자리 주고 일하는것 같다는 말이 있고 ...

반장이나 구랭이 넉살은 바둑이나 장기를 둬서 친해 졌는데 한번을 못 이기고 맨날 지니까 약들이 올라서 서로 목메는거고 ...

들리는 말로는 화투도 그렇게 잘 친다더라

무슨 학생이 ... 원! 진짜 학생은 맞는지 몰라?'

'..., 맞어요 학생 ... 경봉고등학교 최고!'

'밤에 야방 서면서도 새벽까지 뭘하는지 불켜진걸 보면 공부하는 학생 맞는것도 같고 ... 모르겠다!

진국은 진국 같기도 하고 ... 아닌것도 같고 ....'

'아 자네도 시덥잖은 소리 그만하고 어여 먹고 참 준비 해 ... 수리 너는 밥먹고 .... 자고 갈거지? ... 내중에 밤에 따로 얘기하고 ... 설걷이 하고 찬통이나 정리하고 놀아... 얘기도 하고 ... 오징어 남은거 가지고 이따 부칭개 해줄테니까'

'오웅 부칭개 개개개개에어~~'

'자넨 돼지고기 언거는 내 놓았지? ... 안내놨어?

안 녹으면 냄새 나는디 ...'

'내 놯어요 ,,, 걱정마세요 오늘은 들통 두개만 있으면 되겠어서 나갈거 준비 해놨구요 ...

사장님은 걱정 그만하고 얼릉 밥이나 찬찬히 꾹꾹 씹어 밥이나 마져 들우 ~'

'이따 내가 들고 갈게~~'

'또 용 쓰다가 엎을려고 ... 나서기는 ...'

'... 내가 언제 ... 그 얘기 고만해 에이 씨'

가만히 수리를 바라보던 할메는 고개를 돌리며 또 눈물을 훔치며 중얼 거렸다

'좀 ... 키가 컷나? ..... 고기 아끼지 말구 넉넉히 넣어 ... 먹은 소가 똥 싸는거여'

'.... 알았수 '


대부분의 공사판은 공구리나 조적 치는날 같이 특별한 날이 아니면 야간 작업은 없었고 하더라도 해지면 작업을 안하고 파해 근처에 잡아논 숙소로 가는게 관례지만 대부분은 작업후 저렴하고 푸짐한 함바집에서 탁배기 한두잔 두꺼비 한 따깡씩 하고 가는것은 여전했다

시대가 시대인만큼 공사판에는 자잘한 도둑들이 들어 공사자재를 훔쳐가는 일들이 다반사라 대부분 야방이라고 공사판에 지금 말로는 경비를 세워두고 저녁시간부터 새벽까지 공사장을 지키게 하였고 대부분의 야방은 나이찬 어른들 몫이었지만 여기서는 어쩐일인지 학생인 경수가 낮에는 잡일을 하고 밤에는 야방을 서며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다

수리는 보나마나 정 많은 반장이 손을 써서 일하게 해줬을거란 생각을 했다


'수리야!

야방 학생이 저녁거리 안 때우러 오네...

가서 밥 먹으러 오라 해서 너도 같이 밥 먹어 ...

뭔 일인지 몰라도 ....

니 때문에 .... 안 오나 보다

사내 자석이 그렇게 변죽이 없어서야 원 ...'

'...'

'공부만 잘하면 뭐혀 ... 그렇게 살려고 기를 쓰면서

.... 딱 니놈이랑 반반씩 섞었으면 좋았을텐디'

'.....'

'아 어혀 가서 끌고 와 야 ... 먹어야 똥두 싸'

'에이 할메는 맨날 그놈의 똥타령 '

'아 어혀 안가!'

'예 예으이~~~'


대부분의 야방이 숙식하는곳은 공사장 함바집 옆이나 자재 창고로 쓰는곳에 야전 침대를 놓고 쓰거나 그나마도 장소가 없고 좁으면 사무실로 쓰는 장소 한구석을 치우고 숙식하며 밤을 새는데 대부분의 야방은 밤이 깊기도 전에 반주가 아닌 술에 취해서 골아 떨어지기 일수였다

다행인지 경수의 복인지는 몰라도 작은 한옥 여러채를 깨 부수고 주변과 다른 뻐덩니 한두채를 짓는게 아니라 꼬마 빌딩을 짓는 덕분에 제법 큰 자재창고를 숙소로 사용하고 있었다


'형! 경수 형 ... 할메가 밥 먹으래! 얼릉 오래 ...'

'.... 배 안고파! 오늘은 괜 찮다고 말씀 드려!'

'.... 할메가 먹은 소가 똥 싼다고 ... 끌고 오랬는데

.... 같이 안가면 나도 밥 안준데... 난 배고픈데'

'.....'

'싫어도 같이 가면 안되? 형 밤에 공부한다메?

할메 성질나면 형 생각보다 헐 지랄 같어 ...

진짜 밥 안준다고~'

'....'

'아이 씨 정말 안가? 용용이 혀ㅇ 아니 충영이형 같이 고등학생이나 되면서 쫌생이 같이 ....'


그때였다 마치 기다렸다는듯 벌컥 문이 열리면서 경수가 나오자 수리는 저도 모르게 몇걸음을 뒷걸음질 쳤다


'뭐 뭐 ... 왜?왜?왜?'

'가자! 밥 .... 밥 먹으러'


앞장서는 경수를 따라 뒤 따르며 수리는 뭔일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예 예'

'충영이 혀ㅇ ... 아니고 ... 음 우리 친구들 끼리는 충영이 형을 영용이 아니 용용이 형이라 부른데 형이 쫌생이란 말이 아니고요'

'....'

'암말 말고 저녁 먹고 있다가 ... 이따 창고로 와라'

'예? 예 예에'




창고방은 비록 먼지는 많았지만 의외로 깨끗하고 밝고 넓어 보였지만 왠지 쓸쓸해 보였다

한쪽 구석에는 야전 침대와 옷가지들이 깨끗하게 개어져 있었고 벼계 높이의 책들이 각을 맞춰 서서 수리를 맞이하고 있었고 특이한것은 의자를 제외한 모든것들이 비닐로 덮여 있다는 것과 무슨 창고가 책들이 많아 꼭 도서관 같다는 느낌도 들었고, 못본척 했지만 서랍이 없는 탁자를 책상으로 쓰고 있는지 탁자위에는 몽땅연필이 되어버린 연필들과 파지 종이를 연습장으로 만들었는지 제식훈련 하는 군인들 행진하듯 정렬된 다른 책들과는 달리 크고 작은 종이들이 집게에 잡혀 있었고,

그 흔한 트랜지스터 라디오 하나 없었다

깨끗했다

다만 한가지 손때가 거멓게 묻은 트럼프 한족이 침대 책들사이에 고무줄에 묵여 놓여 있다는 사실이 특이하다면 특이해 보일뿐이었다


'당분간 여기가 내가 사는 집이니까? ... 들어와라'

'예 예예에'

'오늘 여기서 자고 간다고 들었는데 맞니?'

'응 아니 예'


경수는 머뭇거리고 움추려 보이던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왠지 모를 자신감과 당당함 안경 너머 어딘가 악에 바친듯한 날카로움까지 수리는 왠지 모를 중압감에 움추러 들었으나 억지로라도 허리를 곧추 세우고 촉각을 곤두세워 집중했다

그런 수리는 안중에도 없다는듯 처다보지도 않고 의자 하나를 먼지를 털어 내주었다

그리고는 빤히 수리를 처다보았다

안경너머 눈엔 선하지만 않은 날카롭고 고집스러운 얼굴로 변해 있었다

어리눅해 보였던 만화가게 골방에서 봤던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먼저 말할게 듣고 묻는 말 답 먼저해라

한번 결정한 일은 번복한 적이 없었지만 ... 아니 지금도 번복한건 아니지만 왜 그렇게 목을 메는지 이유나 들어보고 싶어졌다'

'....'

'첫째, 왜 나냐?'


수리는 갑자기 변해 처음보는 모습이 되어버린 경수를 보고난후 순간적으로 느꼈다

아마도 어리적부터 수도없이 맞아도 보고 도둑질도 해보고 살아왔지만 그 덕분인지 사람들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판단 먼저하고 묘하게 다른 부분을 찾아내는 빠른 눈썰미와 빠른 판단과 결정 그리고 빠른 행동으로 이제까지 살아남은 판단이 머리속을 순간 훋고 지나갔다

'저게 저형 본 모습이다! 저 사람은 만만한 사람이 절대 아니다 !

형들이 왜 뭐든 최고라 하는지 알것 같았다

머뭇거리면 절대 안되는 형이다!'


'형 저도 양아치 아니니까 ... 빼지않고 말할께요

형이 최고라니까요! 제가 배우려는 바둑뿐 아니라 카드도 최고라니까요!

일년에 제우 두세번 밖에 본적도 없지만 그때 본 형 눈빛이 딱 그랳거든요

사실 어디서 저런 쫌 쫌생이 했는데 ...

어디서 저 눈빛을 봤을까 했는데 딱 지금 형 눈빛이 그때 눈빛 이걸랑요

또 제게 중요한것은 경려ㄹ 이 ... 에이 형 나 지금부터 홀랑 벗고 말 할테니까 죽이든 살리든 형 맘대로 해 ...요

경렬이 형이 형은 카드 한번에 등록금만큼 번다고 했지만 난 아직 낄데가 아니라 포기했고 ... 요'

'.....'

'대신 바둑도 카드만큼은 아니어도 한두번 두면 그만큼 번다고 해서요, 그리고 내기 바둑은 나이도 상관 없다고 해서 배우려고 한겁니다

전 돈이 필요합니다!

경렬이 형이 하루 이틀 배워서 되는게 아니라 했는데요 ... 저는 누구보다도 빨리 배울 자신도 있고 작은 판도 있다고 해서 ... 요'


'.... 둘째, 넌 돈이 왜 필요한데?'

'.... 형 형은 ... 왜 돈이 필요한데요?

형 카드 왜 몰래 돈내기하세요?

학교에서 공부도 일등이라며...요

학교에서 알면 무조건 퇴학인데'

'묻는 말에나 대답해!'

'형 먼저 말해 보세요! 왠지 비슷할거 같아서 ... 요'

'대답 듣고 싶다! 못하면 그냥 가고'


경수는 듣기만 하기로 작정했으나 결국 말을 하고 말았다

아픈곳을 아무렇지도 않게 찔렀지 때문이었다


'.... 이렇게 제 대가리 속 다 들여다보고 안한다고 그럼 난 새 되는데 ... 좋아요

형도 양아친 아니니까

돈은 먼저 친구.,. 아니 저 부터가 필요해서 그래요


예전처럼 다신 양아치 안되려고요!


쪽팔리지만 애들 심부름 해주고 심부름값 정당하게 받지만 그걸로는 택도 없어요

월사금은 고사하고 끼니 때우기도 바쁘니까 애들 삥 뜯어 배때지 먼저 채우게 되니까 ... 요

게다가 지금 방학이거등요

용용이 아 충영이 형이라고 해야 알겠네 ...요

충영이 형도 밤중에 공동묘지가서 일하지만 벌써 졸업하고도 남았어야 하는데 아직도 고삐리라 지금 뭐 빠지게 힘든데 ...

내 월사금이라도 보태야 해 ...요

그리고 형이 어떻게든 학교는 다니라고 했어요!'


수리가 숨이 차도록 빠르게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거리며 쉬지 않고 말하는 동안 경수는 눈도 한번 깜박 거리지 않고 그대로 말을 듣고 있었다


'셋째, 넌 힘든사람에게 신세까지 지며 니 앞가림도 못하면서 왠 오지랖으로 친구들 밥 걱정이냐?'

'아뇨!'

'....'

'형한테 신세 지는거 아니라고 했어요

자기도 양아치 될뻔 했는데 도와준 형이 있어서 지금 죽어라 학교 다니고 있고 자기처럼 나도 양아치 되지 말고 같이 졸업하고 멋있는 동생처럼 같이 살고싶어 같이 있는거랬어 ....요

형은 학교 졸업하고 꼭 돈벌거라고요

나도 내 월사금 벌고 있고 형처럼 내친구들 양아치 되지 말자고 학교 졸업하려고 그러는건데


친구들이 너무 많아졌어요 ㅋㅋㅋ 한명도 없었는데


내가 친한 놈하게 하면 나머지 애들이 또 양아치 짓 하면 내가 또 패버려야 하는데 ... 요

친구라 ... 난 그렇게 못할거 같거등요

굶어도 ... 싫은데 ... 요

친구 한명도 없는거는 이제 다시 하고싶지 않거든

... 요'

'....'

'형! 형은 친구 있어요?'

'.... ....................,............................친구?'


한동안 둘은 서로에게 눈길을 주지 않으면서도 그냥 아무말 없이 그대로 있었다



스물 일곱번째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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